13일부터 내년 2월 말까지 서울 인사동 선화랑에서 열리는 ‘매그넘’ 사진전은 그들의 트레이드마크인 보도사진이 아니라 ‘풍경 사진전’이란 점에서 다소 예상 밖이다. 하지만 명성에 걸맞게, ‘세상을 보는 시선’에 주력한 프로페셔널 사진가들의 정신을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카파, 브레송, 스티브 매커리 등 사진계의 신화를 만들어 온 주요 사진작가 60명의 출품작 132점이 선보인다. 창립 이후 지난 57년 동안 찍은 300만장의 풍경사진 가운데 엄선한 사진들만 보여주는 기획전으로 1999년부터 ‘Our Turning World’라는 제목으로 세계 순회 중이다. 소주제는 ‘풍경 바라보기’, ‘실재하는 풍경’, ‘재발견된 풍경’, ‘전쟁 풍경’, ‘풍경 속의 인간’ 등 모두 다섯 가지로 나뉜다.
‘풍경 바라보기’ 섹션은 풍경만 찍지 않고, 풍경을 바라보는 인간의 모습을 화면에 함께 넣어 풍경을 삶과 일상의 한 부분으로 표현한 작품들을 모았다.
브레송의 대표작 중 하나인 ‘마흐네 강변의 일요일’(1938)은 강변에서 소풍을 즐기는 중년 남녀 다섯 명의 뒷모습을 포착한 작품. 당시 중산층의 새로운 소일거리로 등장한 소풍의 나른함에 2차대전을 1년 앞둔 ‘태풍 전야의 고요’와도 같은 유럽의 분위기가 어우러져 있다.
‘실재하는 풍경’은 말 그대로 있는 풍경을 찍은 것이지만 사진가들이 빛과 대상을 얼마나 독창적으로 해석했는지를 잘 보여준다. 농촌, 산업화, 도시, 고속도로, 폐허 등의 소재를 통해 개발에 의해 변화하는 대지와 자연 환경을 보여준다.
‘재발견된 풍경’은 작가들의 창의적 앵글이 가장 돋보이는 섹션. 파리 개선문 앞에서 관광사진을 파는 아마추어 사진가, 창 밖에 언뜻 스치는 풍경, 인도를 걷는 행인, 해안가의 방파제 등 일상의 낯익은 풍경들을 색다르게 해석한 작품들이다.
‘매그넘’ 보도사진의 진수를 보여주는 사진들은 ‘전쟁 풍경’에 모여 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만난 소녀를 17년 만에 다시 찍어 화제를 불러 모았던 매커리가 폐허의 아프가니스탄에서 붉은 톤으로 포착한 가족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마지막 섹션 ‘풍경 속의 인간’에선 인도 이슬람교 사원에서 기도하는 여인의 옆모습을 실루엣으로 처리한 라후 라이, 영국 리버풀의 안개 자욱한 거리를 걷고 있는 모자(母子)의 뒷모습을 촬영한 피터 마로의 작품이 눈에 띈다.
‘영화보다 재미있는 사진이야기’를 펴낸 사진평론가 진동선씨는 “세계 사진 역사에서 매그넘의 역할은 그들이 ‘무엇을 보여 줄 것인가뿐 아니라 세상을 보는 방법까지 고민했던’ 사진가들이라는 점”이라고 평했다. 02-734-0458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매그넘의 현재 : 매그넘의 현재‘매그넘’은 현재 뉴욕 파리 런던 도쿄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사진 분야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매그넘’ 정회원이 되는 건 사진작가로서는 최고의 영예. 정회원은 작고 작가를 포함해 60명뿐이다. 동양에서는 일본의 구보타 히로치가 유일한 정회원이다. 정회원 자격을 얻기 위해서는 후보회원과 준회원을 거쳐야 한다. 이들 회원은 정회원들의 투표를 통해 받아들이며 2∼3년간의 검증을 거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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