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배 주례 선 김종영, 예술적 교감은…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8월 2일 03시 00분


코멘트

김종영미술관서 ‘황창배 초대전’
47년 전 결혼사진 속 의미 모색

황창배가 한지에 아크릴로 그린 그림 무제(1992년). 김종영미술관 제공
황창배가 한지에 아크릴로 그린 그림 무제(1992년). 김종영미술관 제공
1975년 4월 봄. 서울대 동양화과에서 갓 석사 학위를 딴 한 졸업생이 결혼식을 올렸다. 주례는 같은 대학 조소과 교수가 맡았다. 이 인연은 47년이 지난 올해 하나의 전시로 이어지는 계기가 됐다.

당시 신랑은 파격적인 화풍으로 ‘한국화의 테러리스트’라 불린 황창배(1947∼2001)였다. 주례는 한국 근대조각의 선구자인 김종영(1915∼1982). 서울 종로구 김종영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초대전 ‘황창배, 접변(接變)’은 그런 뒷얘기를 듣고 나면 왠지 모를 깊이가 담박하게 다가온다.

같은 대학이라도 접점을 찾기 힘든 둘은 어떻게 이어졌을까. 박춘호 김종영미술관 학예실장은 “전공은 달랐지만 황 선생이 김 교수의 교양 강의를 듣고 그의 예술 철학에 깊은 존경심을 가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두 거장의 관계는 그다지 밝혀진 게 없지만 닮은 점이 없지 않다. 둘 다 작품에 제목을 전혀 달지 않았다. 박 실장은 “두 작가 모두 작품은 그 자체로 해석의 폭이 넓어야 하고, 다양한 문화가 섞이며 새로운 변주가 생기는 건 당연하다고 여겼다”고 했다. 실제 김종영은 “동서양이 부족한 점을 보완하면 밝은 미래가 열릴 것이다. 서로 대등한 입장에서 무엇을 하는지 잘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전시에 출품된 황창배의 작품 35점은 김종영의 예술관과 잘 맞아떨어진다. 한지에 아크릴로 말을 그린 ‘무제’(1992년), 글씨와 그림이 섞인 ‘무제’(1993년)가 대표적이다. 평생 단순한 이분법을 극복하려 했던 황창배의 실험정신이 오롯이 담겨 있다.

황창배는 궁극적으로 ‘현재성을 갖는 한국화’를 추구했다. 그는 “전통이란 옛것을 뜻하지 않는다. 지켜야 할 의미나 가치는 과거는 물론이고 현재와 미래를 관통해 존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9월 25일까지. 무료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김종영 미술관#예술적 교감#결혼사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