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조진웅 씨가 고교 시절 절도와 성폭행 등 혐의로 소년원 생활을 했다는 사실이 보도로 알려지자 과거 잘못에 대해 사과한다면서 은퇴를 선언했다. 이를 두고 유명인의 30년 전 과오를 이제 와 들추는 건 범죄 정보를 공개하지 못하도록 한 소년법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과 함께, 아무리 오래전이어도 피해자들에게 상처를 줬다면 공인으로서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현행 소년법은 가해자 신상 등 인적 정보나 사건 기록을 공개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어릴 때 잘못으로 일찌감치 사회적 낙인이 찍히면 교화가 어려워지고, 건전한 성인으로 성장할 기회를 박탈당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죄에 합당한 처벌은 하면서도 다시 범죄자의 길로 들어서지 않도록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번에 논란이 된 조 씨에 대해서도 그가 법적인 대가를 이미 치렀고, 이후 수십 년간의 노력으로 사회적 인정을 받은 만큼 소년범 전력이 무방비로 공개되는 건 부당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하지만 소년범 보호라는 명목으로 피해자의 권리가 도외시돼 온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현 제도하에선 재판 결과가 공개되지 않아 피해자로선 정당한 처벌이 이뤄졌는지 정확히 알기 어렵다. 가해자 소재지 등도 알 수 없어 2차 피해를 당할까 봐 불안에 떠는 경우도 있다. 여중생이 성폭행 가해자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려 했지만 주소지 등 정보 공개를 법원이 불허해 소장조차 보내지 못한 일도 있었다. 이처럼 피해자의 권리가 제한되면 과거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처럼 가해자들에 대한 사적 제재가 많아질 가능성도 있다.
요즘 청소년 범죄는 과거와 크게 달라졌다. 범죄 건수가 연간 5만 건을 넘어섰고, 수법도 성인 못지않게 대담하고 잔인해졌다. 재범률은 20∼30%에 달해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것도 사실이다. 범죄의 중대성과 재범 위험에 따라 차등적으로 정보를 공개하고 피해자에게 최소한의 알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하지만 청소년들이 한두 번의 잘못으로 사회에서 배제되면 범죄의 덫에서 빠져나오기가 더 어려워진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청소년 교화의 중요성을 잊지 않으면서도 사회적 인식 변화를 반영할 수 있는, 새로운 균형점을 찾기 위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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