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지진때 10살 소녀 구한 22세 군인, 12년뒤 재회해 결혼 골인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2월 8일 11시 49분


사진=United Daily News 갈무리
사진=United Daily News 갈무리
2008년 쓰촨성 원촨대지진의 생존자가 당시 자신을 구조해준 남성과 뜻밖의 재회를 한 뒤 결혼에 이르렀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화제가 되고 있다.

8일(현지 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중국 후난성 창사시에서 27쌍의 부부가 합동 결혼식을 진행했다. 이 가운데 신랑 량즈빈과 12살 연하 신부 류시메이의 사연이 특히 눈길을 끌었다.

두 사람의 인연은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쓰촨성 원촨 대지진 당시 22세였던 량은 피해 지역에 파견된 군인이었다. 그는 무너진 건물 2층 잔해 속에서 철근과 벽돌 더미에 깔려 있던 10살 소녀 류를 발견해 구조했다. 량과 구조팀은 약 4시간에 걸쳐 잔해를 치운 끝에 류를 구출했고, 곧바로 병원으로 옮겼다. 회복한 류는 이후 가족과 함께 후난성 주저우시로 돌아갔다.

류는 당시를 떠올리며 “오랫동안 그의 얼굴이 기억나지 않았다. 머릿속에는 흐릿한 모습만 남아 있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이 다시 만나게 된 것은 2020년이었다. 22세가 된 류가 부모와 함께 창사의 한 식당에서 식사하던 중 류의 어머니가 옆 테이블에 앉아 있던 남성을 바라보며 ”저 사람, 너를 구해준 군인과 닮았다“고 말한 것이 계기였다.

류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그에게 다가가 ”나를 구해준 군인이 맞나“라고 물었다. 류는 당시를 떠올리며 ”너무 설렜고 조금은 민망했다“고 말했다. 량은 ”류가 너무 많이 달라져 전혀 알아볼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 만남을 계기로 류는 먼저 량의 연락처를 물었고, 이후 두 사람은 자주 연락을 주고받았다. 그러던 중 류는 자신이 량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음을 깨달았다. 결국 류가 먼저 용기를 내 량에게 고백했다.

류는 ”감사해서 좋아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함께 지내며 ‘이 사람이라면 평생을 맡길 수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량 역시 류의 진심에 마음을 열었다. 그는 ”그녀는 내 삶의 한 줄기 빛“이라며 ”힘들 때마다 그녀의 긍정적인 기운이 나를 일으켜 세우고 삶에 희망이 있음을 깨닫게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때 사람을 구한 것은 군인으로서의 의무였지만, 지금 그녀를 사랑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며 ”운명은 참 신기하다. 12년 전 나는 그녀를 구했고, 12년 후 그녀는 내 삶의 빛이 됐다“고 전했다.

이들의 사연이 알려지자 중국 누리꾼들은 축하와 응원을 보냈다. 누리꾼들은 “하늘이 맺어준 진짜 인연” “잔해 속에서 시작된 사랑이 결혼으로 이어졌다” “현실판 동화가 너무 따뜻하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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