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김원룡박사 10주기 遺作展…세속 털어낸 '그림수필'

  • 입력 2003년 10월 22일 18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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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불의 문인화 ‘먼 객지에서’(1985). 그림에는 ‘천권의 고서, 맑은 바람소리, 향로, 한 항아리 술이면 족하다’는 글이 담겨있다. -사진제공 가나아트센터
삼불의 문인화 ‘먼 객지에서’(1985). 그림에는 ‘천권의 고서, 맑은 바람소리, 향로, 한 항아리 술이면 족하다’는 글이 담겨있다. -사진제공 가나아트센터
한국 고고미술사학계에 큰 족적을 남긴 삼불 김원룡(三佛 金元龍·1922∼1993). 그는 1961년 서울대에 고고인류학과가 창설됐을 때부터 정년퇴임 때까지 교수로 재직하며 후진 양성과 연구에 힘써왔다. 삼불은 세상을 떠나면서 자신의 유해를 화장해 경기 연천군 전곡리 구석기유적지에 뿌려달라는 유언을 남길 정도로 고고학에 대한 깊은 애정을 보여주었다.

고고학자이자 미술사학자로 명성을 쌓은 삼불은 글과 그림에도 뛰어난 솜씨를 갖고 있었다. 그는 신춘문예에도 여러 번 응모했던 ‘문청(文靑)’ 출신으로 3권의 수필집을 냈다. 또 생전 두 차례나 문인화 개인전을 열었던 문인화가이기도 했다.

그의 10주기를 맞아 삼불의 문인화 60여점을 선보이는 전시회가 25일∼11월 16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회를 기획한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 안휘준 교수는 “삼불은 전통적 기법에 구애받지 않고 뜻 가는 대로 자신의 세계를 추구해 남다른 화경(畵境)을 이룩한 아마추어 회화의 전형적이고 대표적인 인물”이라며 “예리한 관찰과 재치가 넘치는 그림에는 즉흥성, 단순성, 담백성, 해학이 넘친다”고 소개했다. 실제 전시회에 나온 그의 그림들은 글씨와 그림이 하나로 어우러져 일종의 ‘그림수필’ 같은 느낌을 준다.

작은 책장에 비스듬히 기대앉은 자신의 옆모습을 그린 ‘초탈속진(超脫俗塵)’에는 세상의 번잡함을 벗어나고자 하는 삼불의 염원이 담겨있다. ‘먼 객지에서’는 네 그루 소나무 옆에 자리한 작은 초가집과 선비 한 사람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 그림에는 ‘서가에 쌓인 천권의 고서, 집밖에 소나무를 스치는 맑은 소리, 책상 위에 놓인 향로, 한 항아리의 술이면 그 밖에 아무 것도 소용이 없다’는 내용의 글이 적혀 있다. 02-720-1020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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