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전화연합, 이현숙 이계경 김희선 이화수씨에 공로상

  • 입력 2003년 6월 26일 19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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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맞는 아내 문제를 최초로 공론화시키며 한국의 여성운동을 주도해온 한국여성의전화연합이 26일로 창립 20주년을 맞았다.

한국여성의전화연합(공동대표 박인혜 이재희 한우섭)은 이날 오후 1시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개발원 다목적홀에서 여성계 인사와 전국 25개 지부 1000여명의 회원이 참석한 가운데 ‘차별과 폭력을 넘어 평화의 세상으로’라는 주제로 20주년 기념대회를 열었다.

여성만을 위한 ‘핫라인’이 처음 시작된 곳은 1983년 6월 서울 중구청 근처 애플다방 4층의 작은 옥탑방. 청년여성협의회와 주부아카데미 소속 회원 몇 명이 기증받은 전화 1대와 회원 개인의 전화 1대 등 2대의 전화를 놓고 차별과 폭력을 당하는 여성들의 목소리를 담아내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아내 구타에 대한 경험이 42.2%라는 설문 결과를 발표해 파문을 일으킨 것도 이즈음이다. 여성들이 매질을 피하기 위해 집을 나와도 갈 곳이 없기 때문에 폭행을 견딜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국내 최초로 이들을 위한 ‘쉼터’를 마련하기도 했다.

여성의전화가 사회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1988년 귀갓길에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남자의 혀를 깨물었다가 폭력 혐의로 구속된 평범한 주부 변월수씨 사건. 여성의전화는 변씨의 행위는 정당방위였다며 맹렬히 구명운동을 벌여 무죄판결을 받아냈다. 이 사건은 이후 ‘단지 그대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라는 영화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

1991년에는 9세 때 성폭행을 당한 뒤 정신분열 등에 시달리다가 자신을 성폭행한 남자를 찾아 21년 후에 살해한 김부남씨의 구명운동을 벌임으로써 성폭력의 심각성을 고발했다.

이들 사건은 성폭력특별법(1993년), 가정폭력방지법(1997년) 제정에 밑거름이 되기도 했다.

이날 기념식에서는 여성의전화 창립을 주도한 이현숙(李賢淑) 평화를만드는여성회 상임대표, 이계경(李啓卿) 마고기획 대표이사 겸 여성문화재단 이사장, 김희선(金希宣) 민주당 국회의원, 이화수 아주대 명예교수 등 4명이 해오름상(공로상)을 받았다. 한국여성의전화연합 2269-2962


정성희기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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