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572>解 弛(해이)

  • 입력 2003년 5월 20일 17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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解 弛(해이)

解-풀 해弛-느슨할 이 誤-그릇될 오

覇-우두머리 패似-같을 사 而-그러나 이

莊子(장자)에 보이는 포丁(포정)은 文惠君(문혜군)을 위해 소를 잡는데 무려 19년 동안 한 번도 칼을 갈지 않았다. 소를 눈으로 보지 않고 마음으로 보는데 유리알처럼 훤히 꿰뚫어 볼 수 있는 경지에까지 이르렀기 때문이다. 解는 바로 칼(刀)로 소(牛)의 뿔(角)을 가르고 있는 모습에서 나온 글자다. 그래서 본디 뜻은 가르다, 풀다가 된다. 解決(해결), 解毒(해독), 難解(난해), 誤解(오해) 등 많다.

弛는 활의 모습을 보고 만든 弓과 也의 결합이다. 그래서 弓이 있는 한자는 모두 활과 관계가 있다. 즉 독수리나 들짐승으로부터 시신을 보호하기 위해 활을 들고 서 있는 것(곤)이 弔(조문 조), 활을 쏘기 위해 서 있는 것(곤)이 引, 활에 줄(系)이 걸려 있는 것이 弦(시위 현), 한 발(單)씩 쏘는 것이 彈(총알 탄), 활에 시위가 길게(長) 드리워져 있는 것이 張, 큰(大) 활, 즉 활에 능숙한 것이 夷(오랑캐 이)다.

중국 사람들이 예로부터 우리를 東夷(동이)라고 했는데 그것은 동방(東)에 사는 활의 명수(夷)라는 뜻이다.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활쏘기에 뛰어났다. 그래서 지금도 양궁 분야에서는 세계를 制覇(제패)하고 있다.

한편 也는 본디 뱀을 뜻하는 글자였다. 즉 뱀의 꾸불꾸불한 모습인 것이다. 현재 뱀을 蛇로 쓰는데 사실 타 역시 그런 모습을 뜻한다. 그러니까 弛는 활에 꾸불꾸불한 것이 있다는 뜻으로 그것은 느슨해진 시위를 뜻한다. 즉 활을 다 쓰고 나면 彈性(탄성)을 보존하기 위해 시위를 풀어 두는데 그 모습이 마치 뱀처럼 꾸불꾸불 하다 하여 만든 글자다. 따라서 弛의 본디 뜻은 ‘시위가 느슨해진 활’인데, 후에 오면 ‘느슨하다’는 뜻도 가지게 되었다. 弛緩(이완)이 있다.

解弛는 풀어 헤쳐지고 느슨해졌다는 뜻이 된다. 반대로 바짝 조이는 것이 緊(조을 긴)이며 시위가 팽팽하게 당겨져 있는 활이 張(베풀 장)이다. 따라서 解弛의 반대는 緊張인 셈이다.

자동차를 分解해 놓으면 움직일 수가 없고 시위가 느슨해진 활은 사용할 수가 없다. 사람도 제자리에 있지 않고 사방에 흩어져 있다든지 정신이 느슨해져 있다면 일을 할 수 없는 법이다. 전에 소개한 바 있는 ‘似而非’(사이비)는 似是而非(사시이비)의 준말로 ‘보기는 그럴듯한데 알고 보면 그렇지 않은’ 사람을 말한다. 緊張해야 할 때 緊張하지 않고 직분을 지키지 않는 사람이 似而非다.

鄭 錫 元 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sw478@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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