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全 屍(전시)

  • 입력 2003년 1월 16일 17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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屍-주검 시 髮-머리카락 발 毁-헐 훼

套-덮개 투 剃-털깍을 체 移-옮길 이

한자 ‘尸’는 본디 의자에 앉은 모습으로 ‘걸터앉다’는 뜻이다. 일례로 ‘尿’(오줌 뇨)는 걸터앉은 상태에서(尸) 물(水)이 나오는 것이며 ‘!’(비)는 앉은 모습(尸)과 구멍 혈(穴)의 복합어로 여자의 ‘성기‘를 뜻한다.

尸는 또 ‘주검’도 뜻한다. 옛날 중국에서는 故人(고인)을 의자에 앉혀놓고 葬禮(장례)를 지냈다. 그러나 문제가 많아지자 후에는 故人의 친구로 대신했던 데서 유래한다. 여기서 다시 발전된 것이 神主(신주)다. ‘屍’는 尸에 死(사)를 덧붙여 실제로 ‘죽은’ 故人을 뜻하였다.

儒家(유가)는 肉身(육신)을 매우 중시하였다. 儒家 經典(경전)의 하나인 孝經(효경)에 보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 보인다.

‘身體髮膚(신체발부)는 受諸父母(수제부모)니 不敢毁傷(불감훼상)이 孝之始也(효지시야)’

즉 우리 몸과 머리카락, 피부 등 모든 것은 父母로부터 물려받은 것인 만큼 함부로 손상시키지 않는 것이 孝의 첫 걸음이라는 뜻이다.

이 때부터 중국이나 우리 조상들은 몸뚱이를 끔찍이도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머리카락을 자르지 않았으며, 중국의 천자나 고관대작들은 심지어 손톱조차 자르지 않고 指甲套(지갑투)라는 골무 비슷한 것을 착용하였다. 이 때문에 17세기 중반, 淸(청)나라가 중국을 삼키면서 만주족의 풍속에 따라 剃髮令(체발령)을 내리자 ‘頭可斷, 髮不斷’(두가단, 발부단-목은 자를 수 있어도 머리카락은 자를 수 없음)이라면서 격렬하게 저항했던 것이나 250년 뒤 우리가 개화기의 斷髮令(단발령)에 똑같은 구호로 저항했던 것도 다 까닭이 있는 것이다. 이런 관념은 지금까지도 殘存(잔존)하여 獻血(헌혈)을 하지 않으려고 하며 장기기증을 주저하는가 하면 障碍人(장애인)을 편견으로 대하곤 한다.

몸뚱이 중시관념은 죽어서도 변치 않았다. 여기서 나온 것이 ‘全屍’다. ‘시체를 온전히 보전한다’는 뜻으로 시신을 파손하는 행위를 죄악시하였다. 그래서 火葬(화장)을 기피하는가 하면 移葬(이장)도 특수한 경우가 아니면 하지 않았다. 또 살인사건이 발생했을 때 유족들은 剖檢(부검)을 꺼린다. 全屍의 또 다른 예가 있다. 옛날 중국에서 宦官(환관)의 절단된 성기는 방부처리를 한 다음 가족에게 넘기면 가족은 그것을 金枝玉葉(금지옥엽)처럼 보관했다. 宦官이 죽으면 ‘원위치’ 시켜 주기 위해서다. 그러나 지금은 시체도 商品(상품)으로 거래되는 시대다. 賣屍(매시)라고나 할까.

鄭 錫 元 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sw478@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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