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연극시범학교 경기 광주 ‘경화여고’에 가보니…

  • 입력 2002년 12월 18일 17시 35분


17일 오후 2시 경화여고 소극장에서 열린 연극 수업에서 학생들이 창작 작품을 공연하고 있다./경기 광주〓김동주기자
17일 오후 2시 경화여고 소극장에서 열린 연극 수업에서 학생들이 창작 작품을 공연하고 있다./경기 광주〓김동주기자
“선생님, 제 핸드폰 돌려주세요. 그건 컬러에다 40화음이고 카메라도 달렸어요.”

17일 오후 2시. 경기 광주 경화여고 1학년 7반의 5교시 수업 풍경은 색달랐다. 수업 현장은 칠판과 책상이 있는 교실이 아닌 교내 소극장 무대. 1주일에 한번 있는 ‘연극’ 과목 시간이다. 올 3월 연극이 교과 과정에 처음 편입되고 나서 열린 첫 공개 시범 수업이어서인지 연극계 관계자들은 물론 경남 진주에서 관심 있는 교사도 찾아와 수업을 참관했다.

이날 학생들은 3개의 ‘모둠’(조)으로 나뉘어 모둠별로 3개월에 걸쳐 직접 희곡을 쓰고 조명, 음향, 연기, 연출을 한 8분짜리 연극을 각각 공연했다.

첫 작품은 ‘핸드폰을 뺏긴 소녀’. 수업시간에 몰래 문자메시지를 ‘날리다’ 선생님에게 휴대전화를 뺏기는 학생의 모습이 낯설지 않은지 객석에서는 까르르 웃음이 터져 나왔다.

‘재미는 있지만 내용은 없다’는 평을 받았던 패러디 연극 ‘당신이 잠든 사이에’는 연출을 맡은 학생이 “세상에는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너무 많다는 것이 작품의 주제”라고 말하자 선생님들은 박장대소했다.

담당인 이기복 선생님은 “연극은 음악, 미술, 체육 등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데다 표현력, 협동심, 설득력도 키울 수 있다”며 연극 수업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학생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학교에서 목소리가 가장 작은 학생’이었다던 윤미희양(15)은 “사람들 앞에만 서면 자꾸 움츠러들었는데 연극을 하면서 자신감이 생기고 두려움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연출을 맡은 김예솔양(15)은 “여럿이 함께 공동 작업을 하다보니 친하지 않았던 친구들과 가까워졌다”고 연극의 장점을 꼽았다.

경화여고는 1학년 11개 학급(392명)이 매주 1시간씩 연극 수업을 받는다. 신혜진양(15)은 “예전에는 영화만 봤는데 이제는 연극이 더 재미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올해부터 ‘창의적 재량 활동(교장이 재량으로 택할 수 있는 수업)’을 도입했다. 이에 따라 연극을 재량 활동으로 택한 학교는 전국에서 경화여고와 경기 김포시의 사우고, 서울 선린 인터넷고 등 3개교. 내년에는 15개교가 재량 과목 채택 의사를 밝혀 5배 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이는 연극계가 위기에 처한 연극의 활로를 찾기 위해 저변을 확보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해 활동해 온 결실이다. 한국연극협회, 한국대학연극학과 교수협의회, 한국교사연극협회 등은 지난해부터 ‘연극 교과목 개설 특별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연극인 강사 양성 및 교재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이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연극이 재량 활동이 아니라 국어나 영어처럼 ‘국민 공통과목’으로 포함되는 것.

아직 걸음마 단계지만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 우선 급한 것은 예산확보. 대책위는 문화관광부로부터 8억원을 지원 받아 연극인 강사를 원하는 학교에 파견하는 ‘초중고 연극강사 인력 풀제’를 운영하고 있다. 대책위의 이소희 간사는 “재량 과목은 아니지만 특별활동수업을 위해 연극인 강사를 파견한 학교는 현재 126개교에 이르고, 내년 학기에 파견 요청을 해 온 학교는 400개가 넘는다”며 추가 예산 확보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대책위측은 교재 연구와 개발비 및 극장 시설 지원 등 시범 학교 운영비, 교사 및 교직 이수자 연수 비용 등을 위해 교육부에 24억원의 예산 승인을, 인력 풀제의 확대 실시를 위해 문화부 예산 8억원 추가 지원 등을 요구하고 있다.

교육 목표와 방향도 심도 깊게 논의돼야 할 부분. 연극을 이용한 교육쪽에 초점을 둔 ‘교육 연극’과 예술을 이해하고 향유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인 ‘연극 교육’의 사이에서 수업 방향을 어떻게 확립하느냐도 과제다.

장기적으로 볼 때 ‘누가 가르치느냐’도 문제로 남는다. 현재는 △연극부전공의 타 과목 전공 교사 △연극영화과 출신 교직 이수자 △연극인 강사 등이 연극 활동을 지도하고 있다.

경기 광주〓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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