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英사립교육, 예체능 과외 일반화 '전인교육'

  • 입력 2002년 5월 23일 14시 23분


서비튼고교의 제니퍼 롱허스트교장
서비튼고교의 제니퍼 롱허스트교장
영국의 주간지 런던 매거진은 1월 런던의 중산층 가정에서 자녀 한 명을 대학에 입학시키기까지 들어가는 양육비가 사립학교 등록금과 가정교사비 등을 합해 31만8000파운드(약 6억3600만원)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공립학교에 보내면 학비가 면제되지만 영국의 중산층 가정에서는 무리를 해서라도 아이를 사립학교에 보내는 것이 유행이다. 우선은 공 사립학교간 대입성적이나 교육환경이 적잖이 차이 나는 것이 이유. 여기에 유치원부터 출신학교를 중심으로 이너서클이 형성되는 사회문화적 전통도 중산층 부모들을 더욱 부추긴다.

이튼처럼 전 세계적으로 명성이 알려진 학교가 아니더라도 유명 사립학교 입학경쟁률은 치열한 편이다. 웨스트민스터, 드래곤 등 런던과 옥스퍼드의 몇몇 사립 초등학교에 보내려면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입학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야할 정도다.

런던 근교의 명문사립인 서비턴 고교를 통해 영국식 사립학교의 운영 내용을 살펴보았다. 1844년에 세워진 서비턴은 대입 성적이 영국 전역에서 10위권에 드는 여학교로서, 이 학교 역시 4세부터 입학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

●엄격한 교사 선발기준

“학부모들이 주는 돈은 모아 두었다가 연말에 학생들이 파티할 때 요긴하게 사용합니다.”

런던 근교 킹스턴에 있는 서비턴고교의 제니퍼 롱허스트 교장은 ‘양성화된 촌지문화’를 자랑스럽게 밝혔다. 학교에 자녀문제로 상담하러 오는 학부모들이 적게는 수십파운드에서 많게는 수백파운드까지 놓고 가는데 이 돈은 학생들을 위해 쓰기 때문에 기꺼이 받는다는 것이 그녀의 말이다.

서비턴고교는 1884년에 세워진 기독교 계통 학교로, 유치원부터 고등학교 과정까지를 한 곳에서 가르치는 통학형 사립학교다. 유치원 초등학교만 남녀공학이며, 중학교 과정부터는 여학교다.학교측이 밝힌 평균 입학 경쟁률은 4:1. 여학생들의 경우 특히 유치원부터 고교까지 ‘동계(同系)진학’을 할 수 있어 유치원과정(Reception course)에 들어가기 위한 입시도 따로 있을 정도다. 네 살난 아이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보라”는 질문을 하고 논리력과 사고력을 테스트한다.

이 학교에서는 교사를 뽑는 데 많은 공을 들인다. 석박사학위 소지자는 우대하며, 미국이나 다른 유럽 국가에도 별도의 공고를 내고 교사를 모집한다. 교사 지원자들에게는 도덕성 적성테스트를 치르게 하고, 불법노조에 가입한 전력이 있는지도 살핀다. 학생들이 있는 반에서 공개강의를 하도록 해 평가를 하고, 전에 근무했던 학교에서 3년간 가르친 학생들이 중등학교 졸업시험인 GCSE와 대입수능고사인 A레벨테스트에서 평균 몇 점 정도를 얻었는지도 본다.

학교 안내서에서 가장 강조되는 내용은 학생들의 시험성적. ‘Oxbridge 5(옥스포드, 케임브리지 5명 진학)’란 글귀가 있는가 하면 A레벨테스트에서 A, B 이상을 받은 학생들이 72.3%에 달해 전국평균인 37%에 비해 2배 이상 높다는 수치도 기록돼 있다.

●활성화된 과외수업

서비턴고교 학생들 사이에는 과외수업을 받는 것이 일반화돼 있다. 대입시험 대비용의 과목 과외도 있지만 ‘교양인’으로서 갖추어야할 스포츠, 예능 과외도 한두개씩은 한다.

서비턴고교 11학년에 재학중인 한국인 황지원양(18). 주 1회(1시간30분)에 20파운드(약 4만원)씩 한달에 80파운드를 주고 임페리얼공대에 다니는 대학생에게서 화학을 선행학습한다. 대학에서 이공계통을 전공하려는 황양이 학교에서 듣는 수업과 시험준비는 물리 화학 수학 수학Ⅱ 등 4과목. 과외교사인 ‘튜터’는 지역정보지에 나온 광고를 보고 부모가 결정했다. 런던에는 외국유학생들이 많아 프랑스어의 경우는 월 50파운드면 고학력자인 프랑스인에게서 배울 수 있다. 황양은 또 집 근처 윔블던에 있는 테니스클럽에 가입해 주 1회씩 테니스레슨을 받는다. 대학입시와는 상관없는 ‘취미 과외’다.

황양과 동급생인 조 베이컨(17)은 점심시간에 실시되는 보충수업을 통해 화학과목을 복습한다. 당번 교사가 학생들의 질문을 받고 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되는데, 적을 경우 5명 정도만 들으므로 개인지도식 강의가 가능하다. 베이컨은 방과 후에는 학교 연극반에서 특별활동을 하고, 주 3회는 외부 클럽에서 댄스레슨을 받는다. 또 다른 동급생 에마 로버츠(16) 역시 주 1회 피아니스트인 개인교사에게서 피아노레슨을 받는다. 일주일에 하루는 실내스키장에 들러 코치들에게서 레슨을 받는다.

킹스턴〓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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