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刎 頸 之 交(문경지교)

  • 입력 2002년 5월 9일 17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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刎 頸 之 交(문경지교)

刎-벨 문 頸-목 경 璧-둥근옥 벽 屈-굽힐 굴 驅-말몰 구 恥-부끄러울 치

友情(우정)을 형용하는 말은 많다. 竹馬故友(죽마고우), 管鮑之交(관포지교), 伯牙絶絃(백아절현) 등. 그러나 刎頸之交만큼 깊은 우정이 있을까. 친구를 위해서는 목숨도 버릴 수 있는 關係(관계)이기 때문이다.

이미 ‘左右’(4월12일자)를 설명하면서 잠시 언급한 바 있는 春秋時代(춘추시대) 趙의 藺相如(인상여)와 관계되는 이야기다. 충신 繆賢(목현)의 食客(식객)으로 秦(진)나라에 사신으로 가 昭襄王(소양왕)을 위협해 和氏璧(화씨벽)을 고스란히 되가져 온 공로로 일약 上大夫(상대부)가 되었다(‘完璧’의 고사).

3년이 지나 두 나라의 王이 I池(민지)에서 회동하게 되었을 때 屈辱(굴욕)을 당할 뻔했던 趙王을 구하고 반대로 秦王을 무색케 한 공로로 다시 승진하여 이번에는 上卿(상경)에 올랐다. 그의 乘勝長驅(승승장구)에 장군 廉頗(염파)는 은근히 부아가 치밀었다.

“나는 전쟁에서 大功을 세워 이 나라를 구했지만 녀석은 단지 세 치 혀만 놀려 가지고 나보다 윗자리에 앉았다. 그는 본디 비천한 출신, 그런 녀석 밑에 내가 있다는 것은 참을 수 없는 노릇이다. 두고 보라. 내 이 녀석에게 치욕을 안겨주고 말 테니까.”

이 소리를 들은 藺相如는 갖은 구실로 그를 피했다. 그러자 그의 부하들은 불만이 많았다. “젠장! 上卿을 모신 우리는 뭔가. 그 분의 강직함만 믿고 따랐거늘 廉장군이 무서워 벌벌 떨고 있으니. 匹夫(필부)도 참지 못할 羞恥(수치)를 上卿의 높은 지위에 있으면서 당하고만 있다니…” 하면서 그의 곁을 떠나려 했다. 藺相如가 물었다.

“廉장군과 秦王은 누가 더 무서운가?”

“그야 물론 秦王이 더 무섭지요.”

“나는 그 호랑이 같은 秦王의 위세에도 굴하지 않고 오히려 혼내 주었다. 그런 내가 廉장군을 무서워하겠는가. 趙는 지금 강국 秦의 위협에 직면하고 있다. 秦이 우리를 감히 치지 못하는 것도 廉장군과 내가 있기 때문이지. 그런데 우리 둘이 다투고 있다면 秦에게는 좋은 구실을 주게 되는 것이 아닐까.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바로 그 점이네. 국가의 안위가 우선이지 개인의 屈辱이야 그 다음이 아니겠는가.”

廉頗는 이 말을 듣고 몹시 부끄러웠다. 그는 스스로 웃통을 벗고 죄를 받겠노라고 藺相如를 찾아왔다.

“비천한 태생이라 상경의 넓은 도량을 모르고…정말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그 후 두 사람은 친교를 맺어 마침내는 刎頸之交로 이름나게 되었다.

鄭 錫 元 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sw478@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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