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역사공동연구 첫발부터 삐걱

  • 입력 2002년 2월 27일 18시 29분


한일 양국 정부가 합의한 역사 공동연구기구가 공식 출범을 앞두고 사학계의 냉소적인 반응으로 시작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일 양국은 최근 각각 10명 안팎의 전문가를 위촉해 3, 4개 분야별 소위원회를 두는 것 등에 원칙적으로 합의했지만 아직 참여학자조차 확정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 학계는 한일 역사 공동연구기구가 출범한다 해도 일본의 역사 왜곡 시정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할 것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미 김영삼 정부와 현 정부 초기에 두차례나 한일 역사연구단체를 구성한 바 있지만 무산됐고 이번 역사 공동연구기구의 경우도 일본측 전문가들이 교과서 수정에 대한 의지가 없는 인물로 구성돼 큰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

지난해 12월 일본측 학계 대표를 만났다는 중견 사학자는 “공동연구기구는 일반 역사 연구 차원일 뿐 교과서에 반영할 수는 없다는 게 일본 정부의 입장이었다”며 “고대 중세 근현대사 등 역사 연구에 정통한 한국측 사학자들과는 달리 일본은 정부 입장을 대변하는 인물들을 선임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일본의 역사 교과서 왜곡이 한국에게 피해를 주었지만 일본 자율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를 공동연구기구가 ‘고치라’고 말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한 사학자는 “정부가 교과서 문제가 터졌을 때 즉각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있다가 뒷감당을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며 “이제부터라도 국내 역사 연구 관련 성과물들을 번역해 일본 지식인들에게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외교통상부는 “일본측에서 아직 어떤 인사들을 선임했는지를 공식적으로 알려주지 않아 계속 협의 중”이라며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한일 역사 공동연구기구 출범식을 가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교육인적자원부도 1차로 한국측 전문가들을 선임한 상태지만 일본측과 세부사항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자세한 내용을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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