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국회의원 정한용씨-피아니스트 박은희씨 연극서 부부 공연

  • 입력 2001년 8월 15일 18시 26분


이색적인 경력의 두 저명인사가 연극 무대에 선다. 탤런트 출신의 전 국회의원 정한용(48)과, 실내악 단체인 ‘한국 페스티벌앙상블’ 대표이자 피아니스트인 박은희(50). 이들은 30일부터 서울 종로구 연지동 연강홀에서 공연되는 연극 ‘맨해튼 플라자’에 주인공으로 출연한다.

96년 15대 총선에서 ‘금배지’를 달아 정치인으로 변신했던 정한용은 87년 이후 14년만에 연극 무대에 서는 셈. 그는 TV 드라마에서도 95년 MBC ‘아파트’를 끝으로 모습을 감췄다.

그래도 정한용의 입장에서 연기는 ‘놀던 물’. 이에 비해 나이 50세에 새로운 ‘연기의 바다’에 뛰어든 박은희의 연극 데뷔는 의외의 일로 여겨진다. 박은희는 86년 한국페스티벌 앙상블을 창단한 뒤 이 단체의 음악감독으로, 방송 음악 프로의 진행자로 활동하면서 클래식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해왔다.

14일 오후 연강홀의 연습실에서는 두 사람의 ‘연극 만들기’가 한창이었다.

‘맨해튼…’은 미국 작가 닐 사이먼 원작의 코미디. 뉴욕에 있는 한 호텔의 같은 방에 차례로 투숙하는 중년 남녀 세 쌍의 사연이 3개의 에피소드를 통해 그려진다.

두 사람은 마지막 3부에서 결혼식을 앞둔 딸이 갑자기 화장실로 들어가 문을 잠근 채 나오기를 거부하자 발을 동동 구르는 부부로 출연한다.

지난해 선거에서 낙선한 뒤 정보통신 관련된 회사를 운영하다가 실패했다는 정한용의 자기 소개가 재미있다.

“다들 내 정체를 궁금해합니다. 그동안 결혼식 주례를 많이 섰어요. 흰 장갑을 자주 끼니 말 그대로 ‘백수(白手)’인가요(웃음).”(정한용)

박은희는 “지난 2월 음악과 연극이 결합된 공연 ‘셰익스피어 인 뮤직’을 무대에 올렸는데 더 좋은 음악을 위해서라도 연극 공부가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껴 연극에 출연하게 됐다”고 말했다.

대농그룹 부회장을 지냈으며 ‘연극 광’으로 소문난 남편 이상렬씨(55·현재 메트로 프로덕트 대표)와 미국 하버드대에서 연극을 전공하고 있는 딸의 격려가 박은희의 연극 데뷔에 큰 힘이 됐다.

연습도중 잘 나가던 박은희의 대사가 ‘씹혔다’(방송 은어로 말이 엉키는 것). “클래식에서는 연주가 제대로 안될 때 ‘뭉갰다’고 하죠. 악기가 아니라 몸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연기 쪽이 어렵네요.”(박은희)

한편 “오랜만에 무대에 서니 젊어지는 것 같다”는 정한용이 이번 연극을 마치고 갖게 될 새 명함은 탤런트와 영화사 사장이다.

“앞으로 드라마에도 출연하는 한편 영화사를 차려 10월 첫 촬영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주변에서는 한 우물을 파라고 하지만 연기와 정치, 모두 버릴 생각은 없어요. 제대로 한다면 두 가지 모두 사람들에게 기쁨을 줄 수 있는 일 아닙니까.”(정한용)

공연은 9월9일까지 월∼수·일 오후 3시, 목금 오후 8시, 토 오후3시 6시. 2만5000∼3만원. 1588-7890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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