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의 얼굴' 광화문 목조 복원' 목소리 높아

  • 입력 2001년 8월 1일 18시 35분


서울 경복궁의 정문인 광화문. 많은 사람들은 현재의 광화문이 목조 건물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석축 위의 2층짜리 문루는 목조가 아닌, 목조를 흉내낸 콘트리트 건축물이다.

최근 경복궁 복원 사업의 마지막 단계인 광화문 권역 복원이 임박하면서 광화문을 원래의 목조 건축물로 복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서울시립박물관의 홍순민 전시기획과장은 “광화문은 경복궁의 얼굴이다. 당연히 목조 건축물로 복원해 원래 모습을 되찾아야 하고 그게 바로 경복궁 복원의 대미를 장식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미술사학자는 “광화문을 시멘트로 내버려두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돈이 들어간다 해도 목조로 복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광화문이 이처럼 원래의 모습을 잃고 슬픈 운명에 처하게 된 것은 일제강점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제는 1927년 조선총독부 건물의 시야를 터주기 위해 광화문을 원위치에서 경복궁 동북쪽(현재 국립민속박물관 자리)으로 옮겼다. 게다가 이전된 광화문은 6·25때 폭격으로 석축만 남고 모두 파괴됐다.

이후 1968년, 당시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로 현재의 위치로 이전 복원하면서 콘크리트로 지은 것이다. 그리고 원위치보다 14.5m 뒤로 후퇴시켰고 그 축의 방향도 옛 조선총독부 건물에 맞추느라 3.5도 동향으로 틀어놓았다. 수난의 연속이었다.

따라서 경복궁을 복원하는 기회에 광화문을 원래 위치에 원래 모습으로 되돌려놓아 그동안의 수난을 치유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또한 1968년 복원 당시 박 대통령이 친필로 써 걸어놓은 한글 현판도 원래의 한자 현판(光化門)로 바꾸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신중론도 있다. 한 문화재 관계자는 “목조 건축물로 복원하는 것이 대원칙이지만 그것은 14.5m 밖으로 옮겨 제 위치를 찾을 때 실질적인 의미가 있는 게 아닐까. 하지만 도로와 교통 여건상 14.5m 밖으로 옮긴다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만일 지금 위치에 그냥 둔 상태에서 목조로 바꾼다면 불완전한 복원이 되고 말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목조 복원을 주장하는 전문가들은 “원위치로 옮기지 못한다고 해도 현재의 위치에서 틀어진 각도를 바로 잡고 목조로 복원한다면 그것으로도 의미있는 작업이 된다”고 반박하고 있다.

1997년 문화재관리국(현 문화재청)이 발표한 광화문 권역 복원 계획엔 ‘광화문을 원래 위치에 목조로 복원하겠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그러나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결정되지 않았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올해 안에 광화문 권역 복원에 관한 용역 발주에 들어간 뒤 문화재위원회 등 전문가들의 논의를 거쳐 구체적인 복원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광화문을 목조로 복원할 경우, 예상 비용은 30억원 이상. 광화문 권역 복원은 내년부터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가 2009년 마무리된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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