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청각장애학생 어머니탄원서]"교육방송에 자막 넣어야"

  • 입력 2000년 12월 4일 18시 35분


청각장애 여고생 쌍둥이를 둔 주부 고순복(高順福·42·충북 충주시 연수동)씨는 쌍둥이의 대학입시 문제만 생각하면 애가 탄다.

청각장애학교인 충주성심학교와 일반 학교인 충주예성여고 1학년에 각각 다니는 딸 한지혜(韓志慧·16) 지선(志善·16)양의 꿈은 대학에서 유아교육을 전공해 선생님이 되는 것. 하지만 대학의 높은 관문은 고사하고 학교의 수업 진도도 따라잡기 힘들다. 들리지 않는 것이 학습의 큰 장벽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텔레비전’이라는 낱말의 경우 일반인들은 처음 접한 뒤 자주 듣고 발음하기 때문에 정확히 기억하는 데 비해 청각장애인들은 이런 기억 장치가 없어 ‘텔비레전’ 등으로 잘못 쓰는 경우가 허다하다.

고씨는 쌍둥이가 고교생이 된 뒤에는 이들의 복습을 돕는 일이 더욱 막막해졌다.

남편(45)이 가스배달을 하는 어려운 형편에도 점차 뒤져 가는 학력을 만회시켜 주기 위해 여기저기 기웃거렸지만 어디에도 수화를 통해 가르치는 사설학원이나 가정교사는 없었다.

마지막 기대는 교육방송(EBS)의 교과과정 방송수업. 그러나 코미디 프로에도 흔히 등장하는 자막이 교과방송에는 없다. 두 딸은 몇 번인가 텔레비전 앞에 앉더니 이내 방송교재를 내던지고 말았다.

현재 교육방송은 3개 채널 중 성인 대상의 지상파만 부분적으로 자막 및 수화 처리를 할 뿐 유치원과 초중고교생의 교과방송인 위성 1, 2 채널에는 이런 시스템이 없다.

“대통령님, 지혜 지선이가 교육방송의 혜택을 받도록 도와주실 수 없나요.”

그는 2일 교육방송에서 자막을 넣어줄 것을 호소하는 탄원서를 청와대와 교육부에 보냈다.

“청각장애인들은 교육의 기회가 더 많아야 일반인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어요. 모든 국민에게 공평한 교육기회를 주는 것이 중요한 역할 중의 하나인 교육방송이야말로 청각장애인을 배려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전국 청각장애인학교 교장단도 자막방송 실시를 곧 정부에 공식 건의할 계획이다.

한국특수교육총연합회에 따르면 현재 청각장애 유치원생과 초중고교생은 전국 19개교에 걸쳐 3000여명. 이들은 매년 고교 졸업생의 20∼30%가 수능시험을 거쳐 대학에 입학하고 있으나 이들을 돕기 위한 교육지원 시스템은 전무한 형편이다.

<충주〓지명훈기자>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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