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라틴댄스 동호회]"춤이 우리 인생을 바꿨어요"

  • 입력 2000년 11월 20일 18시 41분


주부들이 춤과 사랑에 빠졌다. 춤을 배우고 나서부터 사는 것이 춤추듯 즐거워졌다. 경기 수원시 경기도여성회관의 라틴댄스 동호회 ‘우스므로’ 회원들 얘기다. 여성신문사가 주최하는 제2회 아줌마축제 ‘아줌마 동아리’경연대회(21일)를 앞두고 17일 경기도여성회관에서 만난 이들은 새벽에 서울 가서 사온 반짝이 장식을 무대의상에 꿰매 달며 즐거워하고 있었다. “춤이 내 인생을 바꿔놓았다”면서.

◇주부 라틴댄스 동호회 '우스므로'◇

▽이선자씨(46·수원시 세류동)〓수영 볼링 에어로빅 다 해봤지. 나이 들면 운동도 힘들어져. 그래서 스포츠댄스를 하고 나니까 즐겁고, 재미있고 훨씬 좋아. 관절 아픈 것도 없어지고. 살이 10Kg이나 빠졌다니까, 1년8개월 동안에.

◇살 빠지고 관절염도 나아◇

살빠지는 것보다 좋은 건 몸매에 균형이 잡혀져요. 춤을 추려면 자세가 발라야 하거든. 평소엔 구부정하지만 이걸 하게 되면 상체를 똑바로 세우고, 척추 쭉 펴고, 배 쑥 집어넣고. 그러니까 남편들이 좋아하지.

나는 남자역할이야. 남자역이 훨씬 재미있어. 여자를 리드하거든. 여자를 이리저리 돌리면서 아주 손끝에서 갖고 노는 거야. 춤 덕분에 남자도 해보니까 좋지. 아니면 언제 해보겠어, 다시 태어나지 않는 한.

◇열정의 살사…표정도 밝아져◇

▽박옥선씨(43·수원시 권선동)〓(하얀 무대의상을 입고) 예쁘죠? 치마가 좀 짧지 않아요? 팽그르르 돌 때 보이면 어떡하지?

하지만 이번 축제 아니면 이 나이에 언제 이런 옷 입어보겠어요. 신발 반짝반짝하는 게 꼭 유리구두 같지 않아요?

무대에 올라 연습을 하면서 자신감을 갖게 돼요. 이 나이에 내가 뭘 할까 싶었거든요. 우리 딸이 대학생인데 엄마가 표정까지 밝아졌대요. 음악 속에서 밝게 사니까. 채정안의 ‘테스’며 백지영의 ‘새드 살사’에 맞춰 춤추고, 설거지하다가도 저절로 몸이 움직이고. 라틴댄스가 열정적이잖아요.

여자 댄스가 화려하지요. 남자가 아무리 리드를 한다고 해도 결국은 여자 아름다움을 돋보이게 하는 보조역할일 뿐이에요. 글쎄, 현실에서는…?

◇오늘 ''아줌마 동아리' 경연대회◇

이번 행사를 기획한 여성신문사 측은 “일단 아줌마가 된 후에는 교육도, 휴가도, 재충전도 허락되지 않고 일상을 쉼 없이 지켜야 하는 아줌마들을 아줌마끼리 위로하는 축제”라고 말한다. 그래서 우수 참가자들에게 주는 상금도 그냥 상금이 아닌 ‘장학금’이라고 명명했다는 설명.

“그냥 운동삼아 배우는 것도 좋지만 행사를 앞두니까 시험이 코앞에 닥친 수험생들처럼 열심히 해요. 덕분에 실력이 부쩍 늘었어요. 그래서 주부들에게도 이런 자극이 필요한가봐요.”

‘우스므로’회원에게 라틴댄스를 지도해온 임화영씨는 “다들 소녀처럼 표정이 밝지 않느냐”며 그게 스포츠댄스의 힘이라고 말했다. 수원 여성회관에서는 4개월 교습과정이 월 1만원. 하지만 수강을 원하는 사람이 많아 4대 1이 넘는 치열한 경쟁을 통과해야 한다.

21일 오후2시부터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63빌딩 이벤트홀에서 열리는 이번 아줌마축제에는 ‘우스므로’ 외에도 권역별 대표 11개 동아리가 참가한다. 02―318―2792

<김순덕기자>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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