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美방식 디지털TV 방송 논란 재연

  • 입력 2000년 8월 13일 18시 15분


국내 한 가전업체가 생산한 디지털TV
국내 한 가전업체가 생산한 디지털TV
내년 본방송에 들어갈 지상파 디지털 TV의 방송 방식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게 재연되고 있다.

정통부가 97년말 미국방식(ATSC)를 채택한 뒤 줄곧 논란이 있어 왔으나 최근들어 미국에서도 ATSC의 문제(도심 난시청과 이동수신 불가능)를 제기하는 사례가 늘었기 때문이다. 디지털TV 방송방식은 미국 유럽 일본 방식이 있으나 일본을 제외한 각국이 미국 또는 유럽 방식을 채택했거나 채택을 검토 중이다.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회장 박병완)은 8일 기자회견을 갖고 “본방송을 몇 달 앞둔 시점이긴 하지만 ATSC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며 유럽방식(DVB)과 비교하는 필드 테스트를 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합회가 이미 ‘끝난듯한’ 문제를 다시 제기한 것은 미국방송현장에서 ATSC 방식의 결함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 지난해 싱클레어방송그룹에 이어 올해초 ABC TV도 “미국방식은 휴대용이나 이동수신 기능이 취약하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특히 7월말 미 하원 디지털TV 청문회에서도 ATSC의 문제점이 집중적으로 거론됐으며 ATSC를 채택한 대만도 재평가를 위한 기술 실험을 하기로 하는 등 유보적인 입장으로 바뀌었다. 박회장은 “98년 이후로 미국 방식을 채택한 국가는 거의 없기 때문에 이대로 가면 미국 캐나나 한국만 같은 방식을 사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통부의 입장은 확고하다. 정통부는 최근 연합회의 주장을 조목조목 검토한 뒤 “미 연방통신위원회(FCC)에 질의했더니 방식을 바꿀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며 “국내에서 이미 비교 검토해 결정한 방송 방식을 둘러싼 논쟁은 디지털TV 조기 도입에 따른 이점을 상실케한다”고 반박했다.

정통부는 특히 “미국 방식은 고품위TV(HDTV)가 가능하고 송중계소 비용이 적게 드는 등 장점이 많으며 이 방식의 문제는 얼마든지 개선될 수 있다”며 “ATSC를 선택한 것은 미국의 디지털TV 시장(2006년까지 2500억달러)를 겨냥한 산업연관효과 등을 고려한 정책적 판단”이라고 밝혔다.

한편 방송위원회의 조강환 디지털방송추진위원회 위원장은 “기술 표준 선정은 정통부의 고유 권한이나 ATSC 방식의 문제점을 검토한 뒤 의견을 개진하겠다”고 말했다.

<허엽기자>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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