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경찰은 지난달부터 음주운전 단속을 강화해 ‘요행’이 통하지 않는 경우가 더욱 많아졌다. 음주운전은 올들어 6월말까지 전국에서 총 11만3185건이 적발됐다. 음주운전은 타인의 생명까지 위협한다는 점에서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경찰의 잘못된 단속방법과 측정기 자체의 오차로 인한 ‘과잉 단속’도 문제다.
▼음주후 20분내 측정은 무효▼
▽단속지침 무시〓경찰은 ‘주취(酒醉)운전 단속지침 및 음주측정기 사용관리지침’을 통해 경찰관이 반드시 지켜야 할 18가지 지침을 제시하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게 측정 전 운전자에게 최종 음주시간을 물어보는 일. 또 1, 2차 측정 후 3차 측정 때에는 측정기를 바꿔야 한다.
서울고법 특별7부는 지난해 8월 홍모씨(31)가 경찰청장을 상대로 낸 운전면허취소처분 취소청구소송에서 “음주 후 20분도 안돼 측정한 것은 잘못”이라며 홍씨의 손을 들어줬다. 입안에 남아 있는 알코올이 없어지는 데 20분 이상 걸린다는 데 근거한 것이다.
창원지법 제2행정부도 작년 6월 음주운전(혈중 알코올농도 0.126%)으로 면허가 취소된 김모씨(38)가 낸 소송에서 “경찰이 입안을 헹구게 하는 등의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라고 판결했다.
이처럼 단속현장에서 경찰이 지침을 잘 지키지 않는데도 음주운전자는 이를 모르거나 강압적 분위기 탓에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측정오차 심해 못믿겠다"▼
▽음주측정기 신뢰도〓조모씨(34)는 지난달 초 대전에서 승용차를 몰고 귀가하다 음주운전으로 적발됐다. 1차 음주측정 결과는 형사처벌기준(혈중 알코올농도 0.05%)을 넘어선 0.072%.
조씨는 “3시간 전에 동동주 2잔을 마셨는데 이 정도 수치가 나올 리 없다”며 재측정을 요구해 2, 3차 측정 결과 각각 0.035%, 0.05%가 나와 0.05%로 검찰에 송치됐다. 조씨는 검찰에서 “오차가 심해 측정기를 믿을 수 없다”고 항변해 결국 기소유예처분을 받았다.
안모씨는 지난달 중순 음주측정치가 0.109%로 나오자 채혈을 요구, 0.09%로 나와 가까스로 면허취소(0.1% 이상)가 아닌 면허정지(0.05∼0.1% 미만) 처분을 받는 데 그쳤다.
부산지법은 올해초 0.103%로 적발돼 면허취소된 신모씨(57)가 낸 소송에서 “측정기의 오차범위가 ±0.005%이므로 면허취소 기준에 못미칠 수도 있다”며 신씨에게 승소판결을 내렸다.
▼"보행시험 도입도 검토할만▼
▽측정기 문제점과 대책〓현재 경찰이 사용하는 측정기는 영국산 ‘SD400’이 3500대, 미국산 ‘ASⅣ’가 1400대. 이것으로 동일인에 대해 동시 측정을 해도 측정기마다 다른 수치가 나오는 경우가 많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재료공학과 박종욱(朴鍾郁·45)교수는 “음주측정기는 정확하게 사용하지 않으면 오차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특히 “음주량이 0.1%를 넘어설 경우 오차범위는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음주측정 결과에 대한 불신으로 소송이 잇따르면서 행정력의 손실도 막대하다”면서 “혈액채취 등 과학적 측정방법이 신속하게 이뤄지도록 하거나 외국처럼 보행시험, 신체균형 테스트 등 새 방안도 검토해볼 만하다”고 지적했다.
<대전〓이기진기자>doyo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