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딩문화]와인 기울이며…"친해지는 속도가 달라요"

  • 입력 2000년 7월 6일 19시 38분


지난달말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레스토랑 ‘비온디’. 캐주얼 정장 또는 소매없는 원피스 차림의 20∼30대 전문직 직장인들과 대학생들이 선 채로 와인을 기울이며 대화를 나눈다. ‘공부와 놀이’가 어우러진 스탠딩 파티. ‘클럽프렌즈’(www.clubfriends.co.kr)의 사교모임이다.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알음알음으로 모인 이 모임 회원들의 70% 정도가 서울대 89∼96학번, 나머지도 해외유학파와 명문대 졸업생들. 회계사 변호사 컨설턴트 의사 방송PD 등으로 2, 3년 직장경력을 쌓고 있은 이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가진 자들의 흥청망청파티’와는 거리가 멀다.

디지털혁명 이후 사회변화 주도세력으로 떠오른 지식근로자, 골드칼라(Gold Collar)의 시대. 이들은 20세기처럼 좋은 대학 졸업-일류기업 취직만으론 한평생을 살아가기 힘든 때라는 공통의 인식을 갖고 있다. ‘클럽프렌즈’모임에 골드 칼라로서의 커리어를 관리하고, 파티를 통해 비슷한 이들간의 만남을 지속적으로 이어가는 비밀결사같은 분위기가 감지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오후 6시 공부가 시작됐다. 회원 허민구씨(30)의 재취업 사례에 관한 케이스 스터디. 벤처기업 전략기획팀장으로 직장생활을 시작한 그가 ‘클럽프렌즈’소속 커리어 에이전트의 주선으로 비즈니스 인큐베이팅회사 인터젠에 입사하게 된 과정이 소개됐다.

“미국에서도 직장선택의 제일 기준은 연봉이나 최고경영자가 아니라 바로 위 상사가 어떤사람인지에 달려있다고 하더군요. 총론보다는 각론에서 우수한 회사, 나의 잠재성을 인정해주고 발굴해주는 터전이 필요했습니다.”

커리어 에이전트 이용복씨(30)는 “골드칼라의 시대가 오면서 이들의 커리어 플랜을 세심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해주는 또다른 전문직이 필요해졌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커리어 에이전트가 생겨난 것은 불과 1년 정도. 우리나라에선 경제활동인구의 2%정도만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스터디가 끝난 7시. 진지한 분위기는 이내 시작된 이들의 놀이, ‘장미와 와인’이란 주제의 스탠딩파티로 변모했다. 참석자들은 서로 먼저 다가가 자기 소개를 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한두 다리만 건너면 다 아는 사이.

서원일씨(23·서울대 경영4)는 “동질감을 느끼는 부분이 많아 친해지는 속도가 다른 집단보다 빠르다”며 “덕분에 네트워크건 커뮤니티건 금방 구축될 수 있는 여지가 많다”고 말했다.

<조인직기자>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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