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조선료리전집' 북한음식 모두 보여줘요

  • 입력 2000년 6월 29일 19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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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 가장 뿌리깊게 오랜 추억으로 남는다는 맛의 감각. 평양에 초대됐던 남북정상회담대표단 일행이 남북문화의 동질성과 이질성을 가장 원초적으로 체험한 것도 만찬회장에 차려진 음식을 혀끝으로 음미하면서였을 것이다.

분단 이후 50년. 북한음식의 현주소는 어디일까. 1996년 북한의 조선료리협회가 출간한 ‘조선료리전집’이 그 답을 준다. ‘북한 생활요리 맛자랑 상차림’ ‘북한 전통요리 바로 그 맛 266선’ ‘북한 연회요리 손님 접대 일품요리’(여명미디어)의 3권으로 구성된 이 책에는 북한이 자랑하는 전통 및 현대식 개량요리 800여종의 요리방법과 사진이 실려있다. 북한쪽 편찬위원은 김기영 리찬걸 리만옥등 10명.

이 책은 북한 문화성 산하 조선출판물수출입사와 정식으로 저작권 양도 및 공동출판계약을 맺어 발간된 책이라는 점에 남다른 의의가 있다. 출판사측은 “가능한 북한책의 원문을 그대로 살려 편집했고 뜻이 잘 통하지 않는 용어만 부득이 한국식으로 고쳤다”고 밝혔다.

책 내용 중 우선 눈에 띄는 것은 똑같은 재료에 대한 다른 명칭. 북한에서는 오징어가 ‘낙지’, 야채는 ‘남새’, 홍합은 ‘섭조개’, 국밥종류는 ‘온반’, 찌개류는 ‘지지개’, 불고기는 ‘난로회’로 불린다.

호박스프, 농어스테이크 등 양식요리 조리법이 수록돼 북한이 음식에서는 이미 ‘제국주의와의 교류’를 진행해 왔음을 확인할 수도 있다. 다만 마요네즈는 ‘닭알기름즙’ 베이컨은 ‘짠세겹살’ 토마토케첩은 ‘도마도장’ 등으로 고쳐 불러 ‘주체성’을 가미했다.

어류보다는 육류를 좋아하는 북한사람들의 기호를 반영하듯 고기요리법이 많이 수록된 것이 특징. 남한에서는 요리책에 당당히 실리지 못하고 있는 보신탕(북한명 ‘단고기국’)이나 ‘염소고기탕’ 등도 소개됐다. 인공조미료가 발달하지 않아 천연재료를 주로 사용한 건강식단이 된 것도 특징. 실향민들은 ‘평양냉면’, ‘온면’ 등 고향에서 즐겨먹던 음식의 요리법이 어떻게 개량화했는지도 알아볼 수 있다. 각권 1만8000원.

<정은령기자>r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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