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아가씨' 작곡가 北이면상 작품으로 밝혀져

  • 입력 2000년 6월 14일 19시 45분


“동해나 울산은 밤나무 그늘, 경치도 좋지만 인심도 좋구요…”

합창 독창곡으로 애창되는 ‘울산 아가씨’의 작곡자가 북한에서 활동한 이면상(1908∼1989), 작사가는 조영출(필명 조명암·1913∼1993)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는 최근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민경찬교수가 입수한 북한도서 ‘계몽기 가요 선곡집’(문학예술종합출판사 1999)과 ‘민족수난기의 가요들을 더듬어’(최창호 엮음, 평양출판사 1997)를 통해 확인됐다.

그동안 울산아가씨는 남한에서 작자미상의 민요로 알려져왔다. ‘민족수난기의…’는 ‘울산 아가씨’를 조영출 작사 이면상 작곡의 곡으로 명기하면서 “1980년 우리시대 어로공(漁撈工)들의 노동생활을 반영한 내용으로 가사를 전반적으로 개작, 오늘날 ‘우리의 동해는 좋기도 하지’로 불린다”라고 소개했다.

작곡가 이면상은 함남 함주 출신으로 1933년부터 포리돌레코드사와 빅터레코드사의 전속작곡가로 활동하며 신민요와 대중가요를 작곡했다. 북한정부 수립후 평양음악대학 총장과 음악가동맹 위원장,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을 지냈고 1961년 인민예술가 칭호를 받았으며 85년에는 김일성훈장을 받았다. 작사가 조영출은 충남 아산에서 출생, 1930년대 초부터 작사가로 활동하며 ‘진주라 천리길’ ‘알뜰한 당신’ ‘선창’등의 노랫말을 만들었고 1946년 월북, 민족예술극장 총장과 문학예술총동맹 부위원장 등을 지냈다.

한편 이번 공개된 두 책에는 일제시대 널리 불려진 가곡과 가요, 동요가 여럿 수록돼 눈길을 끈다. 홍난파의 ‘고향의 봄’ ‘낮에 나온 반달’ 등 동요, 나운영의 ‘가려나’ 박태준의 ‘동무생각’ 등 가곡, 이재호의 ‘나그네 설움’, 박시춘의 ‘감격시대’ 등 가요들이 북한에서도 불려지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반면 이 책은 해방이후 월남한 작곡가 김동진 등의 작품은 취급하지 않았다.

민경찬교수는 “북한에서 일제강점기의 가요 가곡작품은 1990년대 이후 재평가 작업을 거치면서 활발히 악보화되고, 연주 및 녹음이 이루어졌다”고 소개했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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