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역사학대회 26, 27일 서울대 문화관서 열려

  • 입력 2000년 5월 15일 19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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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을 감싸고 도는 존재론적 위기감. 인터넷의 하이퍼텍스트(hypertext)가 전통적인 역사학을 뿌리째 위협하고 있는 것으로 역사학자들은 인식하고 있다.

종래의 역사서술은 객관적 진실을 찾기 위해 1차 사료 분석을 거쳐 개별 사건간의 인과관계를 따져왔다. 하지만 여러 텍스트들이 그믈처럼 연결된 하이퍼텍스트는 이용자의 선택과 취향에 따라 다중적으로 전개되기 때문에 기존의 역사기술방식과 배치된다.

제43회 전국역사학대회(26∼27일·서울대 문화관)는 올해 주제를 ‘역사학과 지식정보사회’로 잡았다. 인터넷 혁명 속에서 역사학의 생존전략을 모색하자는 취지다.

이영석 교수(광주대 서양사)는 ‘디지털 시대의 역사학, 긴장과 적응의 이중주’이란 발제문에서 ‘하이퍼텍스트는 사이버 공간에서의 다양한 허구적 경험과 결합돼 역사에 있어서 객관적 진실의 존재 자체를 회의하는 분위기를 유포시킨다’고 우려한다. 이교수는 역사학의 위기 원인을 ‘논리적인 문자언어가 인과론으로 연결된 선형적인 서사를 지향하는 반면, 영향력이 커진 영상 시각언어는 본질적으로 논리로부터의 해방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반(反) 역사학적이기 때문’이라고 본다.

인터넷은 ‘역사학의 종말’을 가져올 것인가. 이교수는 하이퍼텍스트는 다양한 주장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논쟁적인 주제를 다각도로 펼쳐보이는 데 효과적이란 점을 들어 희망을 찾고자 한다. 한 사건에 대한 다양한 의미 전개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방식은 또 컴퓨터 게임 ‘삼국지’나 사이버 소설처럼 참여자에 따라 스토리의 다중전개와 다중결말을 보여주는 것과 닮았다. 이같은 주체적인 해석이 과연 역사인식의 지평을 넓힐지, 아니면 혼란스럽게 만들지를 단언하기는 어렵다.

<윤정훈기자> dig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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