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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3월 24일 19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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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용 가로지르기 ‘신(新)국어독본’(푸른숲)을 낸 전직 국어교사 윤세진씨(30·사진).
서울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94년부터 3년간 고등학교 국어교사로 재직했었다. 교사를 그만 두고 지금은 서울대 대학원에서 미술사를 공부하고 있다. 전공은 한국근대미술. 소장학자들의 가로지르기 연구모임인 ‘너머’의 회원이기도 하다.
국어에서의 가로지르기는 무얼까. 윤씨가 말하는 가로지르기는 획일적인 문법 넘어서기, 말만 잘하고 글만 잘쓰는 것 넘어서기, 사투리 욕설 속어 끌어안기….
“불온하게 들릴 지 모르지만 우리 국어, 우리 언어를 좀 오염시켜야 합니다. 그래야 국어가 더 생동감 넘치고 풍성해질 수 있습니다. ”
여기서의 국어 오염은 곧 경계 넘어서기, 가로 지르기다.
어떻게 하면 청소년들이 국어를 오염시킬 수 있을까. 윤씨는 언어의 강박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한다.
“그림은 잘 그리지 못해도 흉이 되지 않는데 말을 잘 못하면 커다란 흉이 됩니다. 학교 국어 수업시간에 이를 극복한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청소년들은 지금 언어의 감옥에, 언어의 강박관념에 갇혀 있습니다.”
문학 철학 음악 미술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들려주는 윤씨의 국어 얘기는 재기발랄하다. 살아있는 국어학 개론쯤으로 보아도 좋다. 국어교사 시절 그의 고민의 흔적도 잘 녹아 있다.
그는 나아가 언어만이 우리의 사고를 표현하는 수단이라는 통념도 비판한다.
“그게 아니죠. 그림도 조각도 음악도 모두 표현 수단입니다. 언어가 최고라는 생각을 버릴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언어를 버려야 언어가 살아납니다.”
그의 주장은 이처럼 시종 도발적이고 탈장르 탈경계적이다.
교사 경력 3년, 그리고 나이 서른에 이런 책을 내다니, 윤씨보다 더욱 고민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닐텐데. 이에 대한 윤씨의 대답. “많은 선생님들께서도 우려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경험이 꼭 다는 아니잖아요. 저에게도 국어에 대해 할 얘기가 있으니까요.”
<이광표기자> 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