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명성황후' 성공 덕에 포스터 原畵 수억원 호가

  • 입력 2000년 2월 23일 19시 12분


‘레미제라블’의 프랑스 국기를 배경으로 한 소녀, ‘팬텀 오브 디 오폐라’의 마스크와 장미꽃의 우아한 어울림, ‘미스 사이공’의 헬리콥터인지 사람 얼굴인지 묘하게 보이는 섬세한 붓터치….

세계적으로 유명한 뮤지컬 작품은 포스터도 하나의 작품으로 남는다. 포스터는 공연내용을 전달할 뿐만 아니라 작품을 대표하는 ‘심볼’로도 인식되고 있기 때문.

10년째 장기 공연되고 있는 뮤지컬 ‘명성황후’(25∼3월12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도 세계적으로 깊은 인상을 준 포스터를 갖고 있다. 황후로서의 품위와 지혜, 결단력과 대담성을 갖춘 얼굴의 ‘명성황후’가 일본도에 휩싸여 있는 이 포스터는 화가 이만익씨의 작품. 뮤지컬 ‘명성황후’의 성공 덕분에 포스터의 원화인 30호짜리 유화그림은 현재 수 억원을 호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91년 초연 당시의 ‘명성황후’ 포스터는 주연인 윤석화의 사진을 내세운 평범한 디자인이었다. 95년 미국 공연을 앞두고 에이콤 윤호진 대표는 평소 친분이 있던 이만익씨에게 “매번 공연 때마다 바꿔야하는 포스터보다는 세계인에게 깊은 인상을 남길 ‘아트 포스터’를 그려달라”고 간곡히 부탁했다.

‘명성황후’의 포스터는 칼날 틈에서도 의연하게 죽음을 맞이한 명성황후의 모습을 그린 것. 명성황후의 뒷배경에 일장기가 그려져 있는 칼이 도열해 있는 모습은 마치 순백의 날개처럼 보이기도 한다. 왕비의 죽음을 보다 높은 차원으로 승화시키려는 작가의 의도. 현재 칼이 하나밖에 없는 포스터는 미국 디자이너가 이씨의 원작을 응용한 것.

이씨는 “명성황후의 얼굴은 역사적 고증이 아니라 뮤지컬 작품을 토대로 내 나름대로 창조한 것”이라며 “뉴욕 지하철과 LA 시내에서도 전시됐고, 앞으로 중국 호주 영국 등 해외공연에서도 사용될 포스터이므로 이 그림을 팔 생각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화수목 7시반, 토 3시반 7시반, 일 3시반 7시. 2만∼7만원. (지역번호 없이) 1588-7890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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