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일의 책]마르셀 바이어作 '박쥐'

  • 입력 1999년 8월 8일 15시 42분


▼'박쥐' 마르셀 바이어 지음/이용숙 옮김/현암사/312쪽 6800원▼

독일의 신세대 소설가가 나치시대와 정면 대결해 탁월하게 형상화해 낸 소설 '박쥐'가 최근 출간되었다.

이 소설은 나치즘을 다루고 있는 동시에 인간의 목소리에 대한 소설이며, 궁극적으로는 인간적인 것과 비인간적인 것에 관한 이야기이다. 지은이 마르셀 바이어는 역사학자들처럼 전체를 조망하지는 않았지만 역사학자가 포착할 수 없는 틈새를 독특한 서술관점으로 읽어내고 있다.

히틀러의 첫번째 심복 괴벨스를 어린 딸은 어떻게 바라보았을까? 자상한 아버지를 돕기 위해 여섯 아이들은 잔인한 방송용 문구를 머리를 맞대고 연구하기도 한다. 괴벨스와 마찬가지로 카나우 역시 자신의 행동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생각지 못한 채 나치의 협력자가 되어 간다. 아이들로 인해 인간성에 눈을 뜨게 되는 고독하고 강박증에 사로잡힌 주인공 카나우를 작가는 어떤 장면에서도 철저히 냉정하고 건조하게 묘사함으로써 인간의 양면성, 눈에 드러나는 악인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악행을 저지를 수 있다는 점을 부각시킨다.

마르셀 바이어는 1965년 독일에서 태어나 소설가 뿐만 아니라 시인 번역가 편저자 수필가 문학평론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소설 '강박관념' 장편소설 '인육' 시집 '워크맨 낀 여자' '브라우볼케'등이 있다.

방혜영<마이다스동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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