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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6월 4일 18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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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특히 주목받는 것은 정선의 진경산수화와 김홍도의 풍속화 등으로 우리 고유의 문화가 꽃핀 18세기 문화사를 기존 학계와 달리 해석하고 있다는 점.
“우리 문화를 국수주의적인 시각에서 자화자찬하지 말고 동아시아 차원에서 객관적이고도 엄밀하게 봐야 합니다. 당시 조선성리학이 토착화되면서 우리 독자적인 문화가 나타났다는 견해에 동조할 수 없습니다.”
한교수는 18세기 진경산수화와 풍속도가 우리만의 현상은 아니었다고 말한다. 중국에서도 관념산수화에 식상한 작가들이 17세기부터 실경산수화를 그렸다는 것. 우리의 금강산에 해당하는 황산(黃山)을 그린 작품들이 많이 나타났으며, 이는 판화의 형태로 조선에 유입돼 당시 우리 화가들에게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
일본에서는 18세기 남화가(南畵家)들이 실경산수화를 많이 그렸으며, 풍속화는 우리보다 1백∼2백년 앞서 ‘우키요에(浮世繪)’란 판화 형태로 유행했다.
“18세기 우리 문화에 창의성이 없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중국적인 요소도 많이 깔려 있었지요. 당시 화가들은 아침에는 조선 고유의 화법으로, 오후에는 중국 화법으로 그림을 그렸다는 얘기입니다.”
그의 18세기론이 앞으로 학계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관심거리다.
한교수는 미국 캔자스대에서 중국회화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귀국 후 10여년간 한중회화관계사 연구를 개척해와 그 성과를 이 책에 담아냈다.
〈윤정국기자〉jky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