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北에 「남북 심포지엄」2000년 개최 제의

  • 입력 1998년 6월 24일 19시 55분


25일로 북한의 남침에 의한 한국전쟁이 발발한지 48년째가 된다. 총성은 멎었지만 그 상처는 아직도 아물지 않고 있다. 남북은 여전히 대치하고 있고 분단의 고통은 민족 구성원 전체의 삶을 한결 힘들게 만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남북문제 해결은 한국전쟁에 대한 청산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전쟁연구회 김학준(金學俊·인천대총장)회장은 “한국전쟁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어야만 전쟁의 산물인 휴전협정체제를 평화협정체제로 바꾸는 길이 모색될 수 있다”고 말한다.

새 정부 들어 남북관계는 진전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 ‘햇볕론’에 입각한 정부의 북한 포용정책으로 정주영(鄭周永)현대 명예회장이 북한에 다녀왔고 금강산 관광의 길도 열리게 됐다. 96년에 이어 다시 북한 잠수정이 동해 앞바다에 침투하는 사태가 있긴 했지만 정부는 햇볕론의 기조를 포기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남북관계가 진정한 화해와 통일에의 길로 접어들기 위해서는 그 근원으로서의 한국전쟁에 대한 이해와 자리매김이 선행되어야 한다.

한국전쟁에 대한 연구는 그동안 일부 국내외 학자들 중심으로 이뤄지긴 했으나 전쟁 당사자인 북한측의 본격적인 설명과 자료공개가 없었다.

이에 따라 동아일보는 6·25 발발 50주년이 되는 2000년 6월25일 남북한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한국전쟁에 관한 역사적인 국제심포지엄을 서울이나 평양, 또는 제삼국에서 개최하기로 하고 북한측 관계자들의 참여를 제의하기로 했다.

동아일보는 이를 위해 24일 북한 사회과학원의 역사연구소, 인민무력부의 전쟁경험연구실, 사회정치학회, 조선전사(戰史)집필조에 빠른 시일 안에 서울이나 평양에서 만나 이 문제를 협의할 것을 공식 제의하고 이들 기관과의 접촉을 위한 북한주민접촉 신청서를 통일부에 제출했다.

이 심포지엄에는 한국전쟁의 또 다른 당사자였던 미국과 중국, 그리고 한반도 주변 관련국인 러시아와 일본도 참여하도록 제의할 예정이다.

심포지엄은 새로운 형태로 계획 추진된다. 참가 학자들과 분야별 연구주제를 심포지엄 개최 1년10개월여 전에 선정, 할당하여 충실한 연구와 발표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고 이를 위한 실무준비위원회를 8월 중에 구성할 계획이다.

동아일보는 이 심포지엄을 통해 한국전쟁의 원인과 배경을 규명하고 나아가 전쟁의 상처를 극복하여 민족이 다시 하나가 되는 진정한 화해와 통일의 길을 모색키로 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심포지엄을 통해 한국전쟁 전후의 새로운 자료 발굴과 사실규명이 이뤄지기를 기대하고 있으며 그 연구성과를 토대로 남북한이 진정한 평화체제 구축의 틀을 놓는데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재호기자〉leejae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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