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불안 스트레스]흉흉한 소문 집착말고 당당하게…

  • 입력 1998년 1월 13일 20시 04분


스포츠용품 제조업체인 D사에 다니는 고장훈씨(30)는 올 초부터 월급이 깎인데다 흉흉한 감원소문에 요즘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니다. 가슴에 이물질이 들어찬 것처럼 답답하다. 이러다간 화병에 죽고 말 것만 같다. 그래서 가끔 폭음을 한단다. 스트레스를 알코올에 녹여 배설해내기 위해서. 국제통화기금(IMF)체제가 직장인의 가슴을 옥죄고 있다. 감봉 감원 무급휴가 등 ‘열받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거나 그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밥맛이 떨어지고 밤새 자반뒤집기를 하기 일쑤다. 늘 우울하고 두렵다. 일밖에 모르다 위기를 맞은 직장인을 빗댄 불꽃증후군, 상사 등에 지나치게 신경을 쓰는 과잉적응증후군 등 그들의 심정을 드러내는 표현들은 이미 신조어가 아니다. 남성의 전화 이옥소장은 “가장이 고용불안에 따른 스트레스를 제대로 풀지 못해 이혼까지 이른 가정도 드물지 않다”고 전했다.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회사원들에게 고려대 안암병원 신경정신과 이민수교수는 “발상을 전환하라”고 조언했다. 감봉으로 줄어든 수입대신 새로 얻은 이익을 떠올리라. 승용차를 포기한 대신 전철로 출퇴근하면서 이것저것 생각해 볼 시간여유가 생기지 않았는가. 게다가 위기극복 능력을 발휘할 기회도 되지 않는가. 이교수는 실직한 경우라도 ‘왜 하필 나냐’고 배신감을 느끼기보다 재충전의 시간으로 받아들이려고 노력할 것을 조언했다.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회사원들 중에는 폭음을 하거나 폭력적인 행동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표출형’이다. 모든게 무너졌다는 절망감에 휩싸여 있다면 ‘좌절형’, 전전긍긍하면서도 해결법을 찾으려 방황한다면 ‘불안형’에 해당된다. 동료, 심지어 가족까지 믿지 못하고 적으로 간주하는 ‘불신형’이 가장 위험한 형태. ‘스트레스가 즐겁다’의 저자 김광일교수(한양대병원 정신과장)는 “현실을 애써 외면하려는 데서 스트레스가 시작된다며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교수가 권하는 고용불안시대 직장인의 스트레스 해소법. ▼분노표출형〓농구 수영 등 격렬한 운동으로 분노를 배출하라. 불편한 마음을 차분하게 말로 표현하거나 ‘열받는’ 심정을 솔직담담하게 글로 써보는 방법도 좋다. 배우자의 나무람은 오히려 자극이 되니 삼가야 한다. ▼좌절형〓적극적인 사고방식을 갖도록 노력할 것. 옛 친구나 마음 통하는 직장동료, 또는 동병상련의 처지에 있는 사람과의 만남도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 심해지면 우울증에 빠지는 경우도 있으니 가족들이 먼저 이해해 주는 자세를 보일 것. 종교에 의지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불안형〓지금은 누구나 불안한 시기. 불안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라.‘이것 쯤이야’하는 긍정적인 사고를 가져라. 현재의 불안이 미래의 원동력이라고 생각을 고쳐 먹으면 스트레스는 사라진다. ▼불신형〓이런 유형의 사람들은 대개 성격이 집요한 편이기 때문에 성격을 살려 자기계발을 할 수 있는 일거리를 찾는 게 좋다. 심하면 편집증 내지 망상증으로 발전할 수도 있으므로 전문의의 상담을 받아보는 것도 좋을 듯. 〈김상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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