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문예/동화 심사평]강정규

  • 입력 1998년 1월 9일 20시 16분


2백편 가까운 응모작 가운데 맨 마지막까지 남은 작품은 ‘하늘을 닦는 아이들’과 ‘삼색나비 목걸이’였다. ‘하늘을…’은 동화라기보다는 소설쪽에 가까운 작품이다. “이른 아침에 일어난 은미가 방문을 열고 마주친 것은 짙은 안개…”로 시작되는 이 작품은 예배당과 무당집이 마주한 안개마을이 배경. 부모와 헤어져 과곡리로 내려온 주인공이 교회 사찰집사의 부실한 아들 시몬을 만나고, 그의 안내로 다락방에 갇혀사는 지체장애인 철이(무당의 아들)를 만난다. 자꾸만 흐려지는 하늘(다락방의 유리창)을 닦으며 큰 새(비행기)를 기다리는 아이들……. 심신장애인을 만나면서 닫혀있던 주인공의 마음이 열려가는 과정과 자칫 감상으로 흐르기 쉬운 이야기를 감동으로 이끄는 지은이의 역량과 따뜻한 인간애가 돋보인다. 그러나 자주 튀는 어휘와 거친 문장이 눈에 거슬려 미루어놓았다. ‘삼색나비 목걸이’는 전통문화 전수과정과 가족간의 화해를 고리지어 그야말로 아름다운 매듭으로 형상화한 단아한 작품이었다. 축하하며 정진을 빈다. 매번 느끼는 일이지만 동화를 너무 쉽게 보는 경향이 있다. 좋은 동화는 어린이는 물론이고 어른까지도 그 대상에 포함된다. 어린이를 얕잡아보거나 억지로 꾸민 이야기는 금세 탄로나고 만다. 쉬운 말로 재미있게 진실을 전달하는 일, 여기에 동화의 어려움이 있다. <강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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