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연내 장만하세요』…환율상승에 부품값 2배올라

  • 입력 1997년 12월 17일 20시 49분


「PC를 구입하려면 올해를 넘기지 마라」. 달러화에 대한 원화의 가치가 크게 하락하면서 수입부품을 많이 쓰는 컴퓨터의 값이 크게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용산전자상가 세운상가 등 조립PC업체가 많은 곳에서는 이미 일주일 전부터 컴퓨터 값이 20∼30%씩 오르고 있다. 1년에 몇차례씩 부품을 다량 구입해 놓고 사용하는 대기업들의 경우 환율이 오르기 전에 미리 구입해 놓은 부품으로 PC를 계속 제조하고 있기 때문에 당장 제품값이 오르지는 않고 있다. 반면에 중소 조립업체들은 중앙처리장치(CPU) 주기판 등 PC조립에 필요한 부품을 수시로 수입하기 때문에 최근 달러화가 폭등하면서 아예 수입을 포기하거나 평소보다 두배 가량 비싸게 수입한 부품으로 PC를 조립해 판매하고 있다. 대기업PC보다 조립PC의 가격이 환율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 그러나 무조건 비싼 값에 PC를 구입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세진컴퓨터랜드 전자랜드21 티존 등 대형 컴퓨터유통업체들은 겨울방학을 맞아 이미 시작한 할인판매를 계속하고 있다. 그러나 애초 할인판매에 참여한 조립PC업체들은 속속 할인판매에서 이탈하고 있는 상황. 용산전자상가 홍보실의 이봉희과장은 『중소업체들이 비싸게 수입되고 있는 부품으로 예전 가격을 유지하기도 힘든 상황에서 할인판매를 한다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상태여서 할인 판매에서 도중 하차하고 있다』고 밝혔다. 때문에 유통업체들은 대기업PC 위주로 할인 판매를 계속하고 있다. 그러나 대기업PC를 할인된 값에 살 수 있는 기회는 앞으로 한동안 다시 찾아 오지 않을 듯. 재고가 바닥나는 내년 초쯤이면 다시 부품을 수입해야 하는데 그때도 환율이 크게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 때문. 최근 부품수입을 일시적으로 중단하고 재고부품으로 컴퓨터를 생산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소비자들의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해 내년에도 기존 제품의 가격은 그대로 유지한다는 방침. 그러나 새로 선보일 98년형 모델에 대해서는 사양을 더욱 고급화하고 인상된 부품가격을 반영할 계획이다. 삼보컴퓨터도 수입부품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노트북PC와 프린터의 가격을 내년 상반기에 10% 정도 올릴 계획. 그러나 비교적 수입부품 의존도가 낮은 데스크톱PC의 가격은 당분간 종전대로 유지할 방침이다. 삼보측은 이미 수입된 부품들은 환율이 오르기 전인 10월에 값을 치렀고 현재 수입하고 있는 부품에 대한 결제 시점은 내년 상반기이기 때문에 달러화 폭등의 영향을 조금이나마 비켜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장기적으로 PC값의 전반적인 인상은 피할 수 는 대세』라고 입을 모았다. 〈나성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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