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金모씨의 비상가계부]딸 학원끊고 외식 없애고…

  • 입력 1997년 12월 17일 20시 49분


대기업 부장을 남편으로 둔 주부 김모씨(45·서울 강서구 목동)는 이달초 「비상가족회의」를 열었다. 풀죽은 모습으로 헛기침만 해대는 남편 대신 김씨가 「소비 구조조정 자율결의」를 밀어붙였다.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 한파가 김씨 집안까지 밀어닥쳤기 때문. 남편 회사는 최근 비상경영체제를 선포, 보너스 200%를 줄인데다 임금을 동결하고 복지수당(차량유지 보조금 20만원)을 없앴다. 「내년엔 보너스가 200% 더 깎인다」는 겁주는 이야기도 들렸다. 올해 보너스와 수당이 깎여 연봉이 푹 줄었다. 총 4천5백여만원에서 3천7백여만원이 돼버렸다. 월평균으로 치면 3백75만원에서 3백10만원으로 무려 65만원이나 줄어든 셈. 내년에 보너스가 또 줄면 월평균 수입은 2백70만원까지 줄어들 판이다. 지금까지 김씨 가족의 한달 지출은 3백35만원. 줄어든 월급으로는 생계를 더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그래도 부도는 낼 수 없지, 가족회의는 그래서 열렸다. 가족회의에서 김씨는 남편과 고2, 중2짜리 두 딸에게 그동안의 가계부를 공개하고 협조를 구했다. 『지금까지 1만달러 소비 수준이었죠. 앞으로는 30%를 줄여 7천달러로 낮추겠습니다』 김씨 가족이 가장 먼저 「칼」을 들이댄 것은 자녀의 사교육비. 대학입시 고교입시를 앞두고 있는 두 딸의 사교육비를 줄이자니 걱정이 없는 것도 아니었지만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을 길러주자」는데서 명분을 찾기로 했다. 그동안 두명이 80만원가량을 쓰던 학원을 끊고 동네 독서실(1인당 월 10만원)로 대체했다. 모르는 것은 대학생인 사촌오빠에게 배우도록 하고 조카에겐 용돈조로 월10만원 가량 주기로 했다. 논술과 국어는 남편이 직접 가르치기로 했다. 이렇게 하니 사교육비에서 50만원이나 절감했다. 다음으로 줄인 것은 외식비. 그동안 사춘기 자녀들과의 대화를 위해 한달에 두세번씩 외식(총 15만원)을 했으나 이번에 아예 없앴다. 가족회의에선 책값을 포함한 남편용돈(30만원)과 교회성금 고아원성금 등 사회봉사비(25만원)도 삭감대상에 올랐으나 「미래 투자」 「어려울 때일수록 서로 돕기」 등 주장이 제기돼 일단 그대로 두었다. 이 계획대로라면 총지출은 월평균 2백40만원으로 낮아져 70만원을 저축할 수 있게 되는 셈. 지금껏 남편 월급만 믿고 살아온 김씨는 IMF한파를 이겨나가기 위해 2,3년간은 더욱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영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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