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신랑-신부들 『불황이 미워요』…대출막히자 결혼식연기

  • 입력 1997년 12월 11일 19시 59분


내년 3월 결혼할 꿈에 부풀어 있던 회사원 이모씨(31)는 최근 눈물을 삼키며 결혼을 연기했다. 은행 대출이 어렵게 된데다 회사마저 며칠 전 결혼융자금 지원을 무기한 보류한다고 발표해 결혼자금을 마련할 길이 막혀 버린 것. 회사원 배모씨(30)도 마찬가지. 그는 『내년 봄 은행에서 2천만원을 대출받고 저축한 돈을 합쳐 아파트 전세를 얻어 결혼할 예정이었으나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됐다』고 말했다. 특히 기업마다 대량감원 바람이 불면서 사내 커플의 고충이 크다. 대부분 회사가 사내결혼 특별축의금을 없앴을 뿐만 아니라 「사내커플 중 한 명은 감원대상 1호」라는 소문이 나돌면서 결혼을 미루거나 교제사실 자체를 아예 쉬쉬하고 있다. L그룹 계열사에 다니는 남모씨(31)는 몇년간 벼르던 사내결혼을 미룬 경우. 남씨는 『내년 봄에 결혼한다는 사실을 최근 사내에 공표하려고 했다가 사내커플 중 한 명은 「잘린다」는 말을 듣고 결혼 자체를 미뤘다』고 전했다. 1년 전 사내결혼을 한 유모씨(32)는 요즘 밤잠이 잘 오지 않는다. 소문대로 내년에 아내와 자신 중 한 명이 「잘리면」 아파트 중도금을 어떻게 감당해야할지 눈 앞이 캄캄하기 때문. 내년부터 물가가 대폭 오른다고 예고되자 일부 예비신부는 혼수품을 미리 사놓는 경우도 늘고 있다. 내년 3월 결혼할 예정인 박모씨(25·대학원생·여)는 『혼수를 미리 장만해 두라는 주위의 권유를 받고 장롱 TV 냉장고 세탁기 등을 미리 구입했다』고 말했다. 〈윤종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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