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신예 김이태,첫 창작집「궤도를 이탈한 별」출간

  • 입력 1997년 8월 28일 08시 48분


신진작가 김이태씨(32)가 첫 창작집 「궤도를 이탈한 별」을 다음주초 민음사에서 펴낸다. 국제결혼한 김씨는 현재 일본 기타큐슈대학원에서 비교문학을 공부하고 있다. 그가 거쳐온 여정에는 서울대 의대 중퇴, 서울대 철학과 졸업, 잡지사 기자생활, 남미로의 현실도피, 일본 정착, 한국문단 데뷔 등이 놓여져 있다. 청춘의 통과의례를 이처럼 순탄치 못하게 보낸 원인 가운데에는 그의 20대와 함께 했던 「이념대립의 시대」가 있다. 작가 개인의 치열하고도 자유지향적인 개성도 있다. 비평가 김미현씨는 그를 『떠돌이의 천형(天刑)을 낙인처럼 지닌 이방인, 아웃사이더』라고 일컫는다. 자전적 성향이 강한 이번 단편집의 화두는 이 아웃사이더가 내뱉는 독백 「나는 지금 왜 이곳에 와 있는가」이다. 표제작 「궤도를 이탈한 별」은 난데없이 자신의 삶을 파고든 교포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가면서 삶이 빗나가버린 여성을 다룬다. 남편의 실직과 도벽, 태아의 유산, 록가수로의 변신으로 이어지는 그녀의 운명은 이런 독백을 내뱉게 한다. 『노래로 나오는 내 음성은 내 것이 아니었다. 가성도 아니었다.(…)그러나 내 안에 살고 있는 제삼자를 거역할 힘이 내게는 없었다』 이 무력감은 단편 「몽유기(夢遊記)」로 이어진다. 이 작품은 중국 수필가 장조가 「유몽영」에서 읊은 탄식을 떠올리게 한다. 「장자가 나비 꿈을 꾼 것은 행복이지만 나비가 장자 꿈을 꾼 것은 불행이다」는…. 이 작품에는 80년대 현실에 치열했던 이들이 변신해나가는 모습들을 보며 갈 곳 몰라 꿈 속처럼 헤매는 작가 자신의 초상이 깃들여 있다. 이 초상은 작가가 외국으로 긴 여정을 떠나기 직전의 얼굴. 이 얼굴은 안식할 곳을 찾아 남미로 떠나며 단편 「낙원의 계곡」에서 다음처럼 읊조린다. 「나는 떠나지 못하는 주인이 되고 싶다. 한번 내린 뿌리가 혹성 전체를 뒤덮고 있어서, 내 자신이 바람 내는 혹성 전체가 되어버렸기 때문에, 떠난다는 말이 성립되지 않는」. 낯설고 물선 곳에 선 그녀는 더 이상 떠나지 않는 안식을 모국어와 문학을 통해 찾고 있는지도 모른다. 〈권기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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