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세! 우리나라 만세! 아아 독립만세! 사람들아! 만세다!」외치고 외치며 춤을 추고 두팔을 번쩍번쩍 쳐들며…』
94년8월15일 아직 동트기에는 이른 광복절 새벽, 작가 박경리씨는 25년간 써온 「토지」의 마지막 문장을 이렇게 써내려갔다. 소설속 시간 역시 45년 해방의 그날이었다.
올해 광복절은 그에게 또한번 뜻깊은 날이 된다. 강원 원주시 흥업면 매지리에서 「토지문화관」의 기공식이 열리는 것이다.
『소설 「토지」를 기념하는 건축물이 아니에요. 말기 자본주의의 파괴상을 보이는 우리 사회가 21세기에도 살아남을 수 있도록 새로운 이념을 잉태하는 집으로 마련되는 겁니다』
작가는 「토지문화관」이 환경운동가와 경제학자, 작가와 관료가 머리를 맞대고 앉아 인류와 자연이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21세기 비전을 만드는 토론의 장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생명을 키우는 것이야말로 소설 「토지」의 세계관이기도 하다.
그가 굳이 광복절을 택해 「토지문화관」 기공식을 갖는 이유는 「피동성의 문화, 죽임의 문화」인 일본을 넘어서자는 뜻을 담고 있다.
『인간이든 자연이든 모든 생명의 본질은 능동성입니다. 그러나 군국주의의 칼 밑에서 인간은 피동적인 존재가 되고 말아요. 일본인들이 기능이 뛰어나 상품은 잘 만들어낼지 모르지만 창조적인 바탕은 없습니다. 일본문학에 흐르는 허무주의 탐미주의라는 게 출구없는 군국주의사회의 도피적 성향을 나타내는 거 아닙니까』
그는 일본에 식민지배를 당했다는 원한때문에 반일을 하자는 것이 아니라 일본문화의 「피동성」에 침윤돼 우리문화의 생명력마저 빼앗기는 일을 경계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토지문화관」은 작가가 17년간 살아온 원주시 단구동 자택이 택지지구로 수용된 뒤 토지공사에서 받은 보상금을 종잣돈으로 해서 세워진다. 작가가 보상금 7억5천만원을 건립기금으로 내놓자 토지공사도 건축비로 40억원을 선뜻 보태 문화관이 세워지게 됐다. 대지 1천5백여평, 건평 7백50평의 4층짜리 건물. 완공은 내년 10월 예정이다.
요즘은 가끔 이승과 저승 사이에 혼곤히 서 있는 것같은 느낌이기도 하다는 박경리씨. 그러나 『마지막 순간까지 생명답게 능동적으로 살다 갈 것』이라고 말했다.
〈원주〓정은령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