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학원 새바람/미술]음악들으며 느낌그리기

  • 입력 1997년 1월 21일 20시 14분


「金華盛기자」 몇년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세계어린이 미술 실기대회. 한국을 비롯한 각국의 내로라 하는 어린이 화가들이 모였다. 시험장은 커다란 강당. 긴장된 순간 요한 슈트라우스의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가 흘러 나오기 시작했다. 음악을 듣고 그 느낌을 그리라는 게 바로 출제 문제였다. 보고 그리는데만 익숙한 한국 어린이는 망연자실해 강당의 천장만 쳐다보다 나오고 말았다. 이 이야기는 한국 어린이 미술교육의 한계를 보여주는 극단적인 예. 요즘 일부 미술학원에선 상상력을 길러 주기 위한 새로운 「열린교육 방법」을 채택하고 있다. 서울 시흥동 한양미술학원의 5,6세유아 수업시간. 장소는 쉬는 날 어렵게 빌린 공중목욕탕. 온갖 물감들이 비닐을 깐 바닥에 풀어져 있다. 아이들은 처음엔 조심스럽게 물감을 바닥에 문질러 보더니 얼마 안있어 온몸에 물감을 바르거나 다른 아이의 몸에 물감을 뿌리며 신나게 놀기 시작했다. 인천 간석동 희망문화센터의 「살아 있는 그림 그리기 교실」. 조용히 음악을 듣고 있던 5, 6세 어린이들에게 강사가 『저 소리는 무슨 색일까. 무슨 모양일까』라고 묻는다. 아이들은 하나 둘 손가락에 물감을 묻혀 스케치북에 찍어 바르거나 뭔가를 그린다. 첼로선율이 흐를땐 갈색 암록색 등 칙칙한 색깔이 많다. 피아노 바이올린소리가 들릴땐 분홍색 하늘색 등 밝은색 계통이 압도적이다. 일부학원에선 어린이들에게 눈감고 그림그리기,유리판에 물감 칠하기 등을 하도록 한다. 사탕 맛을 보게 하고 그것을 표현하게 하는 방법을 쓰기도 한다. 집단교육의 한계를 줄이기 위해 미술교사가 직접 가정을 방문, 한두 명을 상대로 수업을 진행하는「신종 체인식 학원」도 급격하게 늘고 있다. 그러나 열린교육을 한다고 하면서 구체적 방법을 몰라 우왕좌왕 하는 곳도 많다. 외국이론의 맹목적인 답습이나 비싼 수입 교구교재에 의존하는 경우도 흔하다. 하늘을 붉게 칠한 아이에게 「하늘은 파랗게 칠해야 한다」는 식의 고정관념을 강사 자신도 모르게 강요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시행착오에는 뭔가를 그려야 하고 뭔가를 만들어야만 미술교육이라고 생각하는 부모들의 선입관도 큰몫을 차지한다. 어린이교육연구 전문기관 페스탈로치 프로그램연구소의 박태환 대표는 『생활과 놀이속에서 미술활동이 이뤄져야 아이들이 즐거워 하고 꿈도 꾼다. 적어도 유치원에서만은 스케치북과 미술대회를 추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화가 박항률씨는 『작은공간에 20∼30명이 모여 교육을 받는다면 아무리방법을 달리해도 결국은 획일화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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