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씨「누구라도…」출간…사랑에 대한 짧은 생각

  • 입력 1996년 12월 23일 21시 00분


「鄭恩玲기자」 작가 고은씨가 젊은 시절부터 써온 사랑에 관한 단상들을 모은 아포리즘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가 출간됐다. 문학세계사간. 「민중문학」계열의 대표작가이자 환갑을 넘긴 나이의 고씨지만 「누구라도…」에 드러나는 짧은 글귀들은 「뜨거운 가슴의 낭만주의자」로서의 작가의 또다른 면모를 보여주는 것이다. 「어떤 사람이든 죽을 때까지 사랑하지 않으면 그것은 사랑이 아니다. 사랑이란 죽음까지를 사랑하는 것이다」라고 격정을 토로하는 작가는 「사랑의 착각」이라는 글에서는 「…사랑은 인간 최대한도의 고통으로 최소한도의 환희를 얻는 정신적인 적자인 것이다」라고 그 비경제성을 갈파한다. 「소녀에 대하여」라는 긴 글에서는 「…예술은 소녀에게 바쳐짐으로써 시작한다. 시는 신과 소녀에게 바쳐야 한다」며 소녀를 사랑했던 베토벤과 릴케가 그로부터 얻은 무한의 영감이 어떻게 예술이 되었는지를 설명하지만 「늙은 사랑」에서는 「중년여인의 사랑은 무섭다. 단말마다. 이것이 마지막이다라고 생각하고 물과 불을 알지 못한다. 중년여인이야말로 여자의 진수다」라고 서술한다. 「사랑지상주의자」인 작가는 「사랑은 이론이 아니다. 사랑은 행위이며 실천규범의 행복 자체인 것이다」라는 일관된 생각으로 시를 써왔고 민주화를 위한 운동을 벌이다 수차례 구속을 당했다. 아포리즘의 말미에 「점점 사랑하기 어려운 시대이므로, 사랑이라는 개념을 업신여기는 시대이므로 나는 그 사랑이 소중한 바를 깨닫게 된다」고 읊조리는 작가는 「사람들이여, 가장 참다운 사랑을 하려고 하지말라. 다만 손쉬운 사랑같은 것에나 물들어라. 그것이 훨씬 좋은 일이다」라고 충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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