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노무현 후보, 정말 왜 이러는가

  • 입력 2002년 4월 7일 18시 22분


민주당 대통령후보 경선에 나서고 있는 노무현(盧武鉉)씨가 6일 인천 경선에서 본보를 겨냥해 매우 일방적이고 독선적인 발언을 거듭한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더구나 노 후보는 자신의 공개적 발언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자 말을 바꾸거나 얼버무리면서도 “일부 신문의 부당한 압력과 공격에 굴하지 않겠다”고 강변했다. 한마디로 ‘동아일보 폐간’ ‘동아일보 명예회장 퇴진’ 등의 발언으로 궁지에 몰리자 역공(逆攻)을 취하는 격이다. 우리는 노 후보의 이러한 자세가 과연 공당의 대통령후보 경선에 나온 인물이 취할 태도인지 심각하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노 후보는 인천 경선 합동연설에서 “언론 국유화나 폐간은 어떤 대통령도 못하는데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을 갖고 이렇게 모략할 수 있는가. 동아 조선이 나에게 언론사 소유지분 제한 방침을 포기하라고 강요했지만 나는 결코 굽히지 않았다. 그래서 모략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동아 조선은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고 목청을 높였다.

첫째, 언론 국유화와 폐간이란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은 노 후보 자신이 지난해 여름 몇몇 기자들과 가진 술자리에서 불거진 것이다.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이라면 모략이라고 하겠으나 술자리에 있었던 기자들은 노 후보가 “동아일보 폐간이란 표현도 했다”고 분명히 밝혔다. 애초 부인했던 노 후보 자신도 애매하게 말을 바꿨다. 그렇다면 늦게라도 자신의 입장을 분명하게 밝히고 ‘이치에 맞지 않는 일’에 대해 사과하는 것이 당연한 도리다. 그것을 거꾸로 ‘모략’이라고 덮어씌우려 해서야 되겠는가.

둘째, 본보가 자신의 언론사 소유지분 제한 방침을 포기하라고 강요했다는데 누가 언제 어떻게 강요한 것인지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그러나 노 후보는 뒤에 ‘느낌이 그랬다’는 식으로 얼버무렸다. 본보는 압력을 가한적이 전혀 없다. 수많은 청중 앞에서 목소리를 높일 때는 언제고 돌아서서는 다른 말을 하니 무책임한 포퓰리즘의 전형이다.

셋째,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소리는 또 무엇인가. 본보가 민주당 경선을 좌지우지라도 하고 있다는 말인가. 노 후보는 이에 ‘허위사실에 근거한 과장 보도’를 하지 말라는 뜻이라고 둘러댔다. 그러나 후보간 공방을 객관적이고 균형있게 보도하는 것은 언론의 본령이고 본보 또한 그 역할을 충실히 해 왔다. 그에 대한 판단은 좁게는 경선제 참여자, 넓게는 유권자인 국민이 하는 것이다. 자신에게 불리하거나 기분이 나쁘다고 허위 과장 보도라고 비난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는 비민주적 행태다.

노 후보는 이제라도 위의 세 가지 사항에 대해 진지하게 답해야 한다. 이는 결코 한때의 ‘바람’으로 묻혀질 일이 아니다. ‘침묵하는 다수’가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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