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원어치 팔아 20원 이익…한은 상장제조업체 실적분석

  • 입력 2001년 12월 20일 18시 21분


경기침체 국면이 계속되면서 제조업체의 수익성이 점점 나빠지고 있다.

매출액이 떨어지면서 영업이익이 줄어들고 있는 것. 영업이익은 기업의 향후 생존 가능성과 수익성을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지표다.

이에 따라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물지 못하는 기업(이자보상비율 1미만)은 36%로 작년(27.6%)보다 크게 늘어났다. 금리가 떨어지면서 기업의 이자부담이 가벼워졌는데도 영업이익 자체가 워낙 크게 줄어드는 바람에 생긴 현상.

한국은행은 797개 상장 제조업체의 올 1∼9월 경영실적을 분석한 결과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6.7%로 작년 1∼9월보다 2.4%포인트 낮아졌다고 20일 밝혔다.

영업이익은 매출액에서 매출원가와 판매관리비(임금 임대료 등)를 뺀 것이다.

경상이익률도 작년 같은 기간의 2.9%에서 올해 2%로 떨어졌다. 경상이익은 영업이익에서 영업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영업외이익을 더하고 영업외비용을 뺀 것.

1000원어치 물건을 팔 경우 매출 및 제조원가와 이자비용 등 각종 비용을 모두 빼고 나면 20원 정도 남는다는 얘기다.

제조업체의 이자비용을 매출액으로 나눈 금융비용부담률은 작년 1∼9월(5.6%)보다 0.9%포인트나 낮아졌다. 이는 제조업체들이 부채를 줄이는 등 과감한 재무구조조정을 했기 때문이 아니라 시중금리 하락의 덕을 본 것. 즉 향후 경기회복으로 금리가 올라가면 금융비용부담률은 다시 높아질 수 있다.

반면 이자보상비율 1 미만인 기업은 36.3%로 작년(27.6%)에 비해 오히려 8.7%포인트 높아졌다. 이는 금리하락으로 이자비용이 줄어든 것보다 영업이익이 더 큰 폭으로 떨어졌다는 것을 말한다. 아울러 기업구조조정이 덜 끝나 경쟁력이 없는 기업이 아직 살아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매출증가율은 1%로 작년 같은 기간 20.2%에 비해 크게 떨어져 기업들의 성장성도 크게 둔화됐다.

한은 관계자는 “이처럼 기업의 체력이 떨어지는 현상을 단순히 경기침체로 인한 내수부진 때문만으로 돌릴 것이 아니라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점검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두영기자>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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