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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0월 24일 17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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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보면 헐값에 Willis라는 베테랑을 영입한 괜찮은 트레이드로 보일 수 있으나, 로케츠 프런트진이나 팬들 입장에서는 다소 입맛이 쓴 트레이드가 아닐 수 없다. 왜냐하면 불과 1주 전까지만 해도 그들은 굳이 Willis를 영입하지 않아도 될 뻔했던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로케츠는 골든 스테이트 워리어스의 '제한적 FA'였던 Marc Jackson과의 계약 합의를 이끌어 냈다. 그러나, Jackson은 '제한적 FA'였기 때문에 로케츠가 워리어스가 제시하는 조건보다 좋은 조건을 'offer sheet'를 통해 작성하지 못할 경우, Jackson은 팀과 재계약을 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워리어스는 Jackson에게 6년간 총 2400만 달러 가량의 조건을 제시하며, 잭슨을 붙잡아 두는데 성공했다. 지난 여름, 필라델피아 세븐티 식서스의 Todd MacCulloch가 이러한 과정을 거쳐 뉴저지 네츠로 이적한 바 있다. 당시 식서스는 네츠의 제시액 만큼의 조건을 제시하기를 꺼려 했다.
그런데, 이 계약 과정이라는 게 참으로 까끌까끌했다. Jackson은 오프 시즌 개장과 함께 가장 큰 관심을 모았던 FA 중 하나였으나, 그와 관련된 루머만 많았을 뿐 이렇다 할 성과나 소식 등은 들려오지 않았다. Jackson을 그대로 포기할 리가 없는 워리어스는 방관자의 입장을 취하며 그의 몸값이 폭락할 때를 기다렸고, 그에게 관심을 가졌던 다른 팀들은 그에게 어느 정도의 조건을 제시해야 하는지를 망설이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했다. 게다가 그의 화려했던 루키 시즌이 '뽀록(fluke season)’이었을 수도 있다라는 의견 역시 상당히 대두되었다.
이 와중에 Hakeem Olajuwon의 이적, Maurice Taylor의 시즌 아웃 부상 등의 악재를 당하며, 골밑에 어마어마한 공백이 생겨버린 로케츠가 급하게 Jackson을 찾았고, 그는 자신의 출전 시간이 확실히 보장되고 미래가 보이는 로케츠와의 계약에 동의했다. 그러나 Jackson의 꿈은 거기까지였다. 워리어스는 그 계약을 거부할 권리를 갖고 있었고, 결국 Jackson의 발목을 잡아버렸다.
막말로 좀스런 행동이 아닐 수 없다. 어떻게 보면 뛰어난 전략이라 불릴 수도 있을 법 하겠지만, 이 일을 통해 Jackson이 받게 될 상처는 어마어마할 것이고, 그런 그에게 많은 팀 공헌을 바라는 것 자체가 미친 짓이 아닐까 싶다. 프로는 프로다워야 한다? 그러나, 프로 선수도 어디까지나 감정이란 걸 갖고 있는 하나의 인간일 뿐이다. Jackson 역시 '이는 나에게 있어서 최악의 시나리오이다'라며 팀이 자신을 트레이드해 줄 것을 바라는 듯한 인상을 풍기고 있다. 물론, 워리어스는 그를 트레이드할 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적어도 아무 소득없이 Jackson을 잃게되는 경우는 방지할 수 있을 테니까. 그렇게 된다면 워리어스 입장에서도 최악의 시나리오가 될 테니까.
그런데, 문득 재미있는 생각이 하나 들었다. 워리어스는 왜 Jackson을 놓치려 하지 않았던 것일까? 물론 그 이유는 명백하다. 지난 시즌 Jackson은 상당히 인상적인 플레이를 펼쳤고, 특히 센터 포지션을 커버할 수 있는 사이즈(특히 체중), 특출난 파워와 퍼리미터에서의 플레이에 굉장히 능하다는 점 등등에서 괄목할만한 발전을 보였던 선수였다. 게다가 그는 지난 시즌 부상 병동이었던 워리어스 골밑의 실질적인 리더였으며, 트레이드 카드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는 선수이다. 그러나… 구단 프런트의 그러한 결정에는 그들의 역사가 적잖은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라는 의심을 해 볼 수 있다. 오늘은 워리어스의 지난 날의 한심했던 과거들에 대해 탐구(?)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자.
워리어스는 과연 어떤 팀인가? 사실 워리어스는 NBA 원년 우승팀이다. 엄밀히 말해 NBA의 전신인 BAA 리그 초대 챔피언이었고, 당시 워리어스의 연고지는 필라델피아였다. 워리어스는 당시로서는 매우 생소했던 '점프슛'을 무기로 삼았던 'Jumpin' Joe Fulks를 앞세워 리그 첫 번째 챔피언이 되었다.
그러나 워리어스는 선수 장사 못하기로 명성이 자자한 대표적인 팀이다. 이만한 팀이 또 있을까 의심스러울 정도다. 워리어스는 64-65시즌 도중, 필라델피아 세븐티 식서스와 1:3 트레이드를 단행하는데, 이 때 워리어스가 보낸 한 명의 선수는 다름 아닌 Wilt Chamberlin이었다. (1962년, 워리어스는 샌프란시스코로 연고지를 옮겼다.) 이 때, 워리어스로 이적했던 Connie Dierking은 시즌 종료와 함께 다시 신시내티 로얄스로 이적했고, Paul Neumann은 그럭저럭 득점력을 갖춘 6-1의 단신 가드였으며, Lee Shaffer는 64-65 시즌, 출전조차 하지 않았던 그저 그런 선수였다. Chamberlin을 영입했던 식서스는 이후 내리 세 시즌동안 동부 컨퍼런스 정규 시즌 1위를 차지하는 무서운 팀으로 변모했으며, 1967년에는 NBA 우승을 차지했다. 그렇다고 워리어스가 그 트레이드 이후 갑작스럽게 바보팀으로 전락했던 것은 아니었다. Nate Thurmond가 건재했고, Rick Barry가 새로이 가세했던 덕분에…
이후 워리어스는 보스턴 셀틱스로부터 1980년 NBA 드래프트 전체 1 & 13번째 지명권을 얻어오며, 한 명의 빅 맨과 그들의 1라운드픽을 셀틱스에 내주었다. 이 때, 워리어스가 셀틱스로부터 받은 전체 1순위 지명권을 통해 선택했던 J.B. Carroll은 워리어스에서의 6시즌동안 평균 20.5득점을 기록했던 득점력이 좋은 센터였다. 하지만 그들이 Carroll 을 위해 셀틱스에 내주었던 선수를 생각해보면 아쉬움이 크다. 그 선수는 바로 80년대 셀틱스 왕국의 주역, Robert Parish였기 때문이다. 80년대 워리어스는 득점력보다는 수비력의 문제가 더 컸던 팀이었는데, 이런 점을 감안해볼 때, Parish를 내보낸 건 아쉬운 점으로 기억된다.
더욱 기가 막힌 건, 그나마 좋은 활약을 펼쳤던 Carroll을 훗날 휴스턴 로케츠의 Ralph Sampson과 트레이드했다가 개피를 봤다는 사실. Hakeem Olajuwon과 함께 트윈 타워를 형성했던 Sampson은, 이적 후 온갖 잔부상에 시달리며 평균 두 자릿수 득점도 거두지 못하는 매우 부진한 활약을 펼치며 구단 프런트를 실망시켰다. 물론, Carroll 역시 동시에 쇠퇴기를 맞고 있었지만, 그는 최소 네 시즌 더 평균 두 자릿수 득점 시즌을 이어나갔다.
90년대 워리어스의 상징적인 구(Phrase)는 바로 'Run TMC'였다. Tim Hardaway, Mitch Richmond, Chris Mullin의 삼각 편대의 공격력은 가공할 수준의 것이었고, 그들의 경기는 정말 흥미진진했다. 그러나, 당시 워리어스의 헤드코치였던 Don Nelson은 Richmond의 득점력을 포기하는 대신 당시 새크라멘토 킹스 소속이었던 6-9의 재능있는 포워드 Billy Owens를 영입하는 딜을 구상, 실현시켰다. 이는 Run TMC의 해체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Owens가 누군가 하면 6-9의 신장에 탄탄한 몸과 뛰어난 운동 능력, 그리고 가드 수준의 기술을 갖고 있었던 재능 덩어리이다. 그러나 그는 반대로 '종합 트위너 패키지'가 돼 버리며 Nelson을 실망시켰다. 이는 90년대 가장 멍청했던 트레이드 중 하나로 아직까지 언급되고 있다.
1993년 NBA 드래프트 데이 트레이드는 생략하자. 어차피 윈-윈이었으니까. 근데, Chris Webber를 데리고 무려 50승을 거두며 한 시즌동안 재미를 봤던 워리어스의 운이 불과 한 시즌 이상 밖에 유지되지 못했다는 점은 참 한심한 일이었다. 가드 스타일의 플레이를 동경하며 센터를 거부한 Webber와, 그와 반대의 생각을 갖고 있었던 Nelson이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 것. 결국 Webber는 94-95 시즌 워싱턴 불릿츠로 트레이드되었다. 아무리 감독과 선수 간의 심한 마찰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Webber와 같은 재능을 포기한 워리어스 프런트의 선택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 대신 워리어스에 가세했던 Tom Gugliotta는 시즌 도중 다시 미네소타 팀버울브스로 쫓겨나다시피 했는데, 그는 두 시즌 만에 Stephon Marbury, Kevin Garnett의 서포트를 받으며 팀의 리더로서 팀을 플레이오프에 진출시켰고, 그 해 서부 컨퍼런스 올스타의 영예도 차지했다.
95-96 시즌 도중, Run TMC 멤버 중 두 번째 희생자(?)가 탄생했다. 새로운 헤드코치 Rick Adelman과의 불화를 이유로 팀과 불편한 관계를 유지했던 Tim Hardaway는 Chris Gatling과 함께 묶여 당시 Pat Riley가 부임했던 마이애미 히트로 트레이드되었다. 사실 이는 Timmy와 Latrell Sprewell과의 관계가 좋지 않았기 때문인데, Adelman은 Timmy보다 Sprewell을 중용했었다. 물론 이 트레이드는 팀의 불화 요소를 제거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두 선수를 내주고 얻은 선수 중 가장 뛰어난 선수가 Vernell Coles였다는 점은 상당히 아쉬웠던 부분이다. 여기에 Chris Gatling은 다음 시즌, 댈러스 매버릭스로 이적하여 전반기동안 눈부신 활약을 펼치며 Tom Gugliotta와 같이 1997년 서부 컨퍼런스 올스타가 되었던 바 있다.
직장 폐쇄가 끝나고 98-99 시즌이 시작을 앞둔 그 짧은 기간동안, 워리어스의 간판 Latrell Sprewell은 뉴욕 닉스로 팀을 옮겼다. 전 시즌인 97-98 시즌 초반 Sprewell이 연습 도중 감독 P.J. Carlesimo를 폭행하면서 워리어스 구단이 더 이상 그를 데리고 있을 사정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닉스는 대신 John Starks, Chris Mills, Terry Cummings 등을 내주었는데, 이들은 당장 좋은 활약을 펼치긴 했지만 팀의 미래 계획에 어울리는 선수들은 결코 아니었다.
당시 재밌었던 점은 바로 워리어스가 매물로 내놓은 Sprewell에게 관심을 가졌던 팀 중 하나가 마이애미 히트라는 사실. 하지만 당시 히트의 주축 멤버 중에는 워리어스 시절 Sprewell과 심한 불화를 겪었던 Tim Hardaway가 있었다. Hardaway는 당시 '그가 오면 내가 떠난다'라며 Sprewell의 히트행을 목숨 걸고 반대했다. 결국 Sprewell은 닉스로 갔고, 'Spree vs Timmy'의 관계는 닉스와 히트 간의 라이버리에 있어서 상당한 흥미 거리가 되었다.
최근 워리어스의 가장 뼈아픈 실책이라면 바로 1998년 NBA 드래프트 데이 트레이드가 아닐까 싶다. 당시 워리어스는 전체 5번 지명권으로 노스 캐롤라이나 출신의 Vince Carter를 지명했다가 바로 앞에서 토론토 랩터스에 의해 지명된 Antawn Jamison과 현금을 더 얹어 곧바로 트레이드시켜 버렸다. 물론 당시로서는 충분히 이해가 가는 트레이드였음에 틀림없다. 하지만 Vince를 영입한 랩터스가 그로 인해 리그 최고의 인기팀으로 급부상했음을 감안해보면 프랜차이즈가 빈약한 워리어스 구단의 프런트로서는 땅을 치고 후회할 일일지도 모른다.
워리어스의 선수 장사 역사는 대충 여기까지만 언급하도록 하겠다. 그 외에도 많은 트레이드가 있었지만, 일일이 언급했다가는 타이핑하는 열 개의 손가락이 남아나질 않을 것 같기 때문이다. 워리어스 홈페이지 안에 있는 'Team History' 코너를 통해 그들의 지난 트레이드 행보를 쭈욱~ 살펴보면, 잘한 트레이드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다. 결정적으로 워리어스가 떠나보낸 선수들,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었던 Webber나 Sprewell, Hardaway 등을 제외한다 하더라도 대다수의 선수들은 이적 후 최고의 시즌을 보냈거나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쳐주었다. 어떻게 보면 한국 MLB 팬들이 흔히 갈구는 LA 다저스의 트레이드 사정과 약간은 비슷할 듯도 싶다. 정말 운이 없다고 해야 맞는 것일까? 하여간에 정말 너무나 한심하다. 게다가 워리어스는 빈약한 프렌차이즈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매년 오프 시즌, 대형급 FA들에게 있어서 그다지 매력적인 팀으로 인식받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워리어스는 팀에 아무 이득도 남겨주지 않은 채 로케트에 탑승하려 했던 Marc Jackson의 의도를 저지했다. 어쩌면 Jackson의 트레이드조차 꺼려할 지 모른다. 새로운 전례를 만들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에? 다소 무리가 있는 주장일지 모르나 그들의 역사를 살펴 보면 어느 정도 수긍이 가는 부분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자료제공: 후추닷컴
http://www.hooc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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