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용산 美기지 지하 '기름 범벅' …지하수-암반도 오염됐다

  • 입력 2001년 7월 25일 18시 46분


서울의 용산 주한 미8군기지 내에서 유출된 기름으로 이 일대 토양과 지하수가 오염된 사실이 드러났다.

서울 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 인근의 지하수 오염원인을 조사중인 서울시의 요구에 따라 주한미군이 미8군 용산기지 내 주유소 부근 13곳에 대해 시추작업을 벌인 결과 10일까지 총 9곳이 지하 15m에서 17m까지 기름으로 오염된 사실이 공식 확인됐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와 주한미군간에 미군 소유 기지 및 훈련장 4000만평에 대한 반환 협상 과정에서 반환 예정 부지의 토양 및 지하수 등 환경오염 문제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이영성(李永成) 수질보전과장은 25일 “5월부터 미군이 자체적으로 녹사평역에 인접한 지원부대인 사우스포스트 내 13곳에 대해 지름 5∼7㎝씩 관정을 뚫어 시추작업을 벌였다”며 “조사 결과 유류저장시설 북쪽에서 6곳, 남쪽에서 3곳에서 지하수 오염 증거로 보이는 ‘유징(油徵)’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미군측의 통보를 받고 환경부, 관계 전문가들과 공동 조사팀을 구성해 지난달 30일부터 10일까지 3차례 현장을 확인한 결과 일부지역은 암반까지 휘발유에 심하게 오염된 것을 확인했다. 주한미군 김영규 공보관도 “구체적인 수치를 밝힐 수는 없지만 기지 내 관정에서 기름 성분이 발견된 것은 사실”이라며 “추후 한미간 공동조사를 통해 정확한 진상이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의 조사결과 1월 녹사평역 맨홀에서는 가솔린과 등유가, 미군부대 내에서는 가솔린 성분이 각각 확인됐다. 보건환경연구원측은 “녹사평역 맨홀의 가솔린 성분은 미군부대 내 고급휘발유 성분과 비슷하다”면서도 “미군부대 내 기름이 200m 떨어진 녹사평역 유출지점까지 흘러갔는지에 대해서는 정밀 조사를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책임자 처벌 촉구▼

서울시는 미군측이 별도로 시료 분석을 의뢰해 놓은 상태이기 때문에 그 결과가 나오는 대로 빠른 시일 내에 관계부처가 참여하는 한미합동회의를 열어 대응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올해 초 녹사평역 집수정에서 하루 평균 10ℓ씩 기름이 흘러나온 사실이 확인되자 별도의 분리관을 설치, 현재까지 임시방편으로 유출된 기름을 걷어내고 있다.

한편 녹색연합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이번 사건은 지난해 7월 한강독극물 방류사건 이후 주한미군당국이 환경범죄행위에 대해 어떠한 시정노력도 하지 않았음을 확인시켜 준 것”이라며 책임자 처벌과 사과를 촉구했다.

<정연욱기자>jyw11@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