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의 이른바 ‘7시간 통화 녹음’이 보도되자 본방 사수를 독려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방송 직후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친여 인사들도 “판도라의 상자가 아니었다” “김건희 해명 방송” 등의 반응을 내보였다. 되레 윤 후보의 배우자 리스크를 덜게 된 ‘야권의 호재’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지난 16일 방송된 MBC 시사프로그램 ‘스트레이트’에서는 김 씨와 인터넷 매체 ‘서울의소리’ 이모 기자의 7시간 통화 녹취록 중 일부가 공개됐다. 김 씨는 통화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정치권 미투, 경선·선대위 등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또 접대부 의혹 등에 대해서도 반박하는 발언이 담겼다.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방송 전 “왜 이리 시간이 안 가지. MBC 본방 대기. 본방 사수”라면서 ‘스트레이트’ 시청을 독려했다. 고민정 의원도 “오랜만에 본방사수해야 할 방송이 생겼다”고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막상 방송이 끝난 후 정 의원은 이후 별다른 글을 남기지 않았고, 고 의원은 “아침 공기가 차다. 5년 전 찬 공기가 귓불을 스친다”고만 했다.
반면 친여 성향의 인사들은 노골적으로 방송 내용에 실망감을 드러냈다. 선거에 영향을 끼칠 만한 문제 발언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류근 시인은 전날 페이스북에 “소문난 잔치 불러놓고 결국 김건희 실드(방어)만 치게 했다. 누이도 매부도 면피에 성공”이라고 적었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유족의 소송 대리인 정철승 변호사는 “판도라의 상자가 아니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내가 김건희 씨 통화 내용을 먼저 들었다면 방송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조언했을 것 같다”며 “서울의 소리가 김 씨에게 당한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선대위 메시지 총괄을 맡고 있는 정철 카피라이터는 “이쯤이면 한 점 한 획 편집 없이 7시간 다 까지 않을 수 없겠다”고 적은 뒤 #스트레이트는그만”이라는 해시태그를 달았다. 이낙연 경선 후보 캠프에서 공보단장을 맡았던 정운현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도 “주목을 끌었던 사안에 비해서 별로 충격적인 것은 없었던 것 같다”고 했다.
보수 성향의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윤 후보보다 김 씨가 더 정치적 감각이 있다”, “이건 대놓고 의혹을 해소해준 것 아니냐”, “우리 엄마가 윤 후보가 왜 저런 사람이랑 결혼했냐고 욕하다가 지금은 마누라 잘 얻었다고 하더라”, “정치적 판단력과 인간미 등 진면목을 보여줬다. 무조건 호재” 등이라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지금 와서 궁금한데 민주당은 왜 본방 사수 독려 캠페인을 당 차원에서 했던건가”라고 비꼬았다. 이어 “후보자의 배우자가 정치나 사회 현안에 대해 관점을 드러내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될 일이 없다”며 “정확히 어떤 부분이 문제되는지를 명확하게 지적해 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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