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도 ‘문희상 해법’ 긍정평가… 징용 피해자들 동의가 변수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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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징용-수출규제-지소미아 내달 정상회담서 빅딜 가능성
日언론 “한일 소통채널 개선”
피해자 단체 ‘문희상 해법’에 반발… 靑관계자 “의견 더 듣고 계속 수정”

아베 신조 일본 총리(오른쪽)와 최측근 이마이 다카야 보좌관. 7월 일본의 반도체 수출 규제를 주도했던 이마이 보좌관은 최근 규제 재검토로의 방향 전환도 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사히신문 제공
아베 신조 일본 총리(오른쪽)와 최측근 이마이 다카야 보좌관. 7월 일본의 반도체 수출 규제를 주도했던 이마이 보좌관은 최근 규제 재검토로의 방향 전환도 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사히신문 제공
일본 정부가 한일 갈등의 핵심인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보상 문제와 관련해 이른바 ‘문희상 해법’에 대해 잇달아 긍정적인 반응을 보내면서 다음 달 한일 정상회담에서 ‘빅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조건부 연장을 둘러싼 한일 간 힘겨루기에도 불구하고 강제징용과 수출규제 문제를 톱다운 방식으로 해결하기 위한 외교적 협상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이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만남이 한 달도 남지 않은 가운데 강제징용 피해자 단체들의 반발 등 넘어야 할 난관이 적지 않은 만큼 낙관하기는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 日 “문희상 해법 계속 추진해 달라”

한일 관계에 정통한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일한(한일)의원연맹 소속 한 의원은 26일 오후 일본 정부의 밀사 자격으로 문희상 국회의장을 접견해 “문 의장의 강제징용 해법을 계속 추진해 나가자”는 뜻을 전했다. 이 의원은 “경제산업성에서 나오는 반발은 실제 일본 정부 내 기류와는 다르다”며 “이는 일본 외무성의 뜻”이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경산성이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는 계속될 것”이라고 날을 세우는 데 대해 일본 내 강경 민심을 달래기 위한 전략적 액션이라는 점을 내비치며 ‘문희상 해법’을 통해 한일 갈등을 해결해 나가자는 속내를 전한 셈이다.

문 의장이 제시한 해법은 한일 양국 기업과 국민의 자발적 성금을 마련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는 방안이다. 자발적으로 기금을 낸 일본 기업은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책임이 변제되는 것으로 보고 민사적으로도 ‘재판상 화해’가 성립된 것으로 간주해 논란을 종결하는 법적 근거를 만들자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이 방안에 대해 공식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니시무라 아키히로(西村明宏) 일본 관방 부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문 의장 해법을 일본이 받아들일 여지가 있느냐는 물음에 “타국 입법부에서의 논의이므로 (일본) 정부로서 논평하는 것은 삼가고 싶다”고 했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고가 고(古賀攻) 전문편집위원의 기명 칼럼에서 한 외교 관료의 발언을 인용해 한일 간 의사소통 파이프(채널)가 이전보다 나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이 문 의장 해법에 대한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내는 것은 강제징용 해법이 마련돼야 수출규제 문제를 해결하고 지소미아 갈등이 재연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지소미아 갈등 과정에서 미국으로부터 큰 압박을 받은 가운데 강제징용 문제를 더 이상 내버려두기 어려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상은 이날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12월 한일 정상회담과 관련해 “한일이 의논해야 하는 중요한 과제가 있다. 회담 조율은 자연스러운 일이며 환경도 갖춰지고 있다”고 말했다.


○ 한일 정상회담 전 피해자 동의 변수

지소미아 조건부 연장 과정에서 일본의 태도 변화를 진두지휘한 인물은 아베 총리의 핵심 측근인 이마이 다카야(今井尙哉) 보좌관 겸 수석비서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이 강제징용과 수출규제에 대한 외교적 협상으로 돌아서는 데 아베 총리의 의중이 상당히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일본 정부 고위 관계자와 복수의 외교 소식통들은 “미국의 압박과 내년 7월 열리는 도쿄 올림픽 등 대내외 요인을 고려한 ‘방향 전환’”이라며 그 핵심에서 이마이 보좌관이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경산성 관료였던 이마이 보좌관은 2006년 제1차 아베 내각에 기용돼 아베 총리와 인연을 맺기 시작했다. 이마이 보좌관은 최근 문 의장 해법에 대해 “나쁘지 않다”고 말하는 등 강제징용 문제 해결에도 전향적인 태도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문 의장의 해법에 대해 일부 강제징용 피해자가 반발하고 있는 것이 변수다. 이 때문에 한 달도 남지 않은 한일 정상회담 전 강제징용 문제 해결을 위한 한일 간 외교 협상이 본격화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피해자들의 동의 없이는 강제징용 문제 해결을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피해자 의견 수렴을 통해 기존 해법을 계속 수정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 도쿄=김범석 특파원
#일제 강제징용 배상판결#한일 정상회담#문희상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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