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학대당할게 뻔한데… 집으로 돌아가는 아이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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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안에 재학대 판정 아동, 작년 2195명… 2년새 798명↑
가해자의 95%는 부모

“선생님 나 아파….”

혜인이(가명·6·여)가 이렇게 속삭였다. 그러면서 주변을 힐끔 쳐다봤다. 윗옷을 걷어보니 몸 곳곳에 피멍이 들어 있었다. 새아버지가 왜 말을 듣지 않느냐면서 혜인이를 때렸던 것이다. 엄마(36)는 알고도 말리지 않았다. 올해 9월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은 혜인이 상태를 확인하러 집을 찾았다가 이런 사실을 알게 됐다.

혜인이는 이미 ‘학대 피해아동’으로 한 차례 신고됐던 아이다. 지난해 9월 치매를 앓는 외할머니와 함께 쓰레기가 가득한 집에서 발견됐다. 기저귀를 찬 혜인이는 방 안에 앉아 있었다. 엄마가 집을 비운 채 혜인이를 방치한 것이다. 미혼모인 엄마는 혜인이를 혼자 기르고 있었다. 이웃 주민의 신고로 혜인이 집을 찾은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은 혜인이를 학대 피해아동 보호시설로 보냈다.

엄마는 ‘앞으로 혜인이를 잘 기르겠다’고 약속하고 올 7월 보호시설에서 혜인이를 데려 나왔다. 하지만 혜인이는 친척 집을 전전해야 했다. 혜인이는 엄마가 다른 남성과 새 가정을 꾸린 뒤에야 엄마와 함께 지내게 됐지만 한 달 만에 또다시 ‘학대 피해아동’이 된 것이다.

지적장애 1급인 유진이(가명·13·여)의 지난 5년은 쳇바퀴 돌듯 반복됐다. 아버지는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유진이를 매일 밤 때렸다. 유진이는 이웃의 신고로 보호시설에 보내졌지만 한 달 만에 다시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유진이는 밤만 되면 괴성을 질러 여러 아동이 함께 지내는 보호시설에 오래 머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유진이는 지난 5년간 세 차례나 ‘아동학대 피해자’ 판정을 받았다.

학대 피해아동으로 판정을 받은 뒤 5년 안에 재학대 판정을 받은 아동 수는 2016년 1397명, 2017년 1859명, 2018년 2195명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지난해 아동 재학대를 저지른 가해자의 95.4%는 부모였다. ‘굿네이버스’는 아동 재학대를 예방하기 위해 피해 아동과 학대 행위자를 상담하고 교육하는 ‘아동보호 통합지원 전문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굿네이버스’가 운영하는 전남중부권 아동보호전문기관의 박재민 과장은 “아동보호 통합지원 전문서비스를 통해 지역 민관기관의 서비스까지 연계하면서 재학대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학대 피해아동#재학대 판정#아동보호 통합지원 전문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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