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기존과 다른 창작적 모바일게임, 보호대상…표절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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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7월 1일 07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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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히어로사가’ 개발사, ‘포레스트매니아’ 상대 소송
1심 “부정경쟁”→2심 “저작권침해·부정경쟁 아냐”→대법 파기

(대법원 제공)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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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게임과 확연히 구별되는 창작적 개성을 갖춘 모바일게임은 보호대상이 되는 저작물이라, 이와 유사한 규칙을 차용해 모바일게임을 만든 행위는 저작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는 모바일게임의 창작성 판단기준을 구체적으로 판시한 최초 판결이다.

대법원 3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모바일게임 ‘팜히어로사가’ 개발사 킹닷컴이 홍콩 모바일게임 ‘포레스트매니아’ 국내 퍼블리싱(유통)을 맡은 아보카도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낸 저작권침해금지 등 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고 1일 밝혔다.

두 게임은 특정 타일을 3개 이상 연결하면 사라지며 점수를 얻게 되는 방식(매치-3-게임)으로 진행된다. 이 형식 자체는 팜히어로사가 개발 전부터 널리 활용돼왔다.

재판부는 “팜히어로사가는 개별 구성요소의 창작성 인정 여부와 별개로, 특정한 제작 의도와 시나리오에 따라 기술적으로 구현된 주요한 구성요소들이 선택·배열되고 유기적 조합을 이뤘다”며 “선행 게임물과 확연히 구별되는 창작적 개성을 갖게 돼 저작물로 보호대상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기존에도 매치-3-게임이 있었지만 팜히어로사가는 기본캐릭터와 방해캐릭터, 악당캐릭터로 ‘농장’을 일체감있게 표현했고, 단계별로 순차 도입한 게임규칙이 유기적 조합을 이뤄 특징이 뚜렷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어 “포레스트매니아는 팜히어로사가의 제작의도와 시나리오가 기술적으로 구현된 주요한 구성요소들의 선택·배열, 유기적 조합에 따른 창작적 표현양식을 그대로 포함하고 있다”며 “두 게임은 실질적으로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본캐릭터와 방해캐릭터, 악당캐릭터 모습을 숲속 동물로 바꿨지만 유사한 게임규칙과 효과를 써 사용자에게 팜히어로사가와 ‘캐릭터만 달라진 느낌’을 주고 있다는 설명이다.

킹닷컴은 포레스트매니아가 팜히어로사가의 저작권을 침해했고, 상당한 노력과 투자로 구축한 명성과 고객흡인력에 무단 편승하는 부정경쟁행위를 했다며 2014년 9월 저작권침해금지 및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1심은 포레스트매니아가 팜히어로사가 저작권을 침해하진 않았으나, 게임규칙과 진행방식이 유사해 부정경쟁방지법을 위반했고 민법상 불법행위도 인정된다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반면 2심은 저작권법 위반뿐 아니라 부정경쟁행위와 민법상 불법행위에도 해당되지 않는다며 아보카도엔터테인먼트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대법원은 포레스트매니아의 저작권 침해를 인정해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그동안은 게임규칙 자체는 아이디어에 해당해 저작권법으로 보호받을 수 없다는 견해가 우세해 유사규칙을 차용한 ‘후발주자’가 등장해왔다. 그러나 이번 대법원 판결로 게임업계의 개발 관행과 실무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사건은 글로벌 게임회사들이 개발한 게임과 관련한 것이라 게임 저작권분야에서 많은 주목을 끌었다. 킹닷컴은 스타크래프트로 널리 알려진 블리자드사의 자회사다.

이에 대법원은 지난 4월 대법관 4명으로 구성된 소부(小部) 공개변론을 열어 두 게임 비교 시연을 보고 양측 의견을 듣기도 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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