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선권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갑니까”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30일 03시 00분


코멘트

9월 평양 옥류관서 식사때 대기업 총수들에게 난데없이 발언
남북경협 속도 불만 표출한듯
조명균 “비슷한 이야기 들었다”

지난달 19일 평양 옥류관에서 평양 남북 정상회담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방북한 재계 인사들이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장(왼쪽에서
 두 번째)과 함께 냉면을 먹고 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 리 위원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부터). 평양=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지난달 19일 평양 옥류관에서 평양 남북 정상회담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방북한 재계 인사들이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장(왼쪽에서 두 번째)과 함께 냉면을 먹고 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 리 위원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부터). 평양=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이 지난달 19일 평양정상회담을 수행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우리 측 기업 총수들에게 대뜸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갑니까”라고 말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미국의 대북제재에 막혀 남북 경협 속도가 기대보다 느린 데 대한 불만을 이런 식으로 표출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자유한국당 정진석 의원은 29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지난달 19일 평양공동선언 발표 직후 평양 옥류관 오찬 행사 당시 리선권 위원장이 난데없이 대기업 총수들이 모여 냉면을 먹는 자리에 와서 정색하고 ‘아니,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갑니까’라고 했다. (이 내용을) 보고받았느냐”고 조명균 통일부 장관에게 물었다. 이에 조 장관은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다. (리 위원장이) 불쑥 온 건 아니고 그 자리에 있었다”고 답했다. 정 의원은 “리 위원장이 총수들에게 왜 그런 핀잔을 준 것이냐”고 물었고, 조 장관은 “북측에서 남북관계에 전체적으로 속도를 냈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 것 같다”고 답변했다.

이에 대해 정 의원은 “(북측에선) 경제인들이 경제협력 이야기도 하고 그런 걸 기대한 것 아니겠느냐. 하지만 총수들이 가서 경협 이야기할 처지가 아니지 않냐”며 “아주 결례고 무례한 행동이다. 리 위원장이 이런 행동을 반복하고 있는데 (조 장관이) 짚어주는 게 필요하다. 국민들의 자존심도 지켜 달라”고 주문했다. 조 장관은 “제가 부족한 부분이 있었고 그런 부분에 대해 유념하겠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동아일보와 한 통화에서 “리선권이 옥류관에서 ‘냉면 목구멍’ 얘기를 꺼내자 당시 분위기가 싸늘해졌다고 한다. 농담으로 받아들일 분위기는 아니었던 것으로 안다”며 “기업인들이 방북해 투자 얘기는 안 하고 놀러만 다닌다는 식으로 핀잔을 준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전략전술 측면에서 무례한 행동을 하는데 우리 정부는 끌려가는 식의 저자세”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리선권의 독특한 화법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정부 당국자는 “리선권이 비유에 능하고 평소 농담을 즐기는 사람이다. 워딩(발언)이 무례해 보여도 정황상 (총수들이) 기분 나쁘게 얘기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가뜩이나 대북투자 이슈에 몸을 사리고 있는 재계는 “북측의 본심이 드러난 게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재계 관계자는 “북한이 경협에 너무 조바심을 내고 있다. 미국과의 비즈니스 규모가 북한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우리 기업들로서는 미국의 대북제재 완화와 속도를 맞춰야 하는 것 아니냐”며 “우리 측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성급한 언행”이라고 말했다.

김상운 sukim@donga.com·최우열·김재희 기자
#리선권#평양정상회담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