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군사합의서만 비준… 평양선언은 미적미적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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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은 비준 마치고 29일 발효

한국당, 평양선언 효력정지 가처분신청 자유한국당 이양수(왼쪽), 최교일 의원이 29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청와대의 평양공동선언과 남북 군사 분야 합의서 비준에 대해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하고 있다. 뉴시스
한국당, 평양선언 효력정지 가처분신청 자유한국당 이양수(왼쪽), 최교일 의원이 29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청와대의 평양공동선언과 남북 군사 분야 합의서 비준에 대해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하고 있다. 뉴시스
남북 평양공동선언이 29일 공포되면서 효력이 발생했지만 정작 상대방인 북한은 아직 해당 선언의 비준 절차를 밟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은 앞서 판문점선언의 비준에도 나서지 않은 상황이어서 양 정상이 합의한 선언에 대한 비준 처리를 우리만 서두른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작 일각에서 대북 정찰력 공백 사태를 낳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는 남북 군사 분야 합의서는 북한도 비준한 것으로 알려져 대조를 이뤘다.

○ ‘완전한 비핵화’ 합의에 南만 비준

평양공동선언(남북합의서 제24호)이 23일 문재인 대통령의 비준을 거쳐 이날 관보에 게재되면서 공포됐다. 지난달 19일 평양에서 양 정상이 합의한 뒤 40일 만에 효력이 발생하게 된 것.

하지만 북한은 별다른 비준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평양공동선언뿐 아니라 앞선 판문점선언에 대해서도 북한이 비준 절차를 밟고 있다는 것이 파악되지 않았다. 비준 여부에 대해 우리에게 알려온 적도 없다”고 말했다.

북한도 비준 제도를 갖고 있다. 노태우 정부 시절인 1991년 12월 13일 체결된 남북기본합의서에 대해 북한은 같은 달 24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열고 찬동 결정서를 채택했다. 이틀 뒤 최고인민회의 상설회의 연합회의에서 승인했고 북한 헌법 제96조에 의거해 김일성 주석이 비준을 마쳤다.

북한은 남북 군사 분야 합의서에 대해서는 26일 서로 교환하면서 “(북측도) 비준 절차를 마쳤다”고 우리 측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이 비준을 한 문서를 교환하며 해당 합의서가 발효됐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군사합의서에는 비핵화와 관련된 합의가 없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가 담긴 판문점선언, 그 이행 성격인 평양선언에 북측이 비준 절차를 밟지 않으면서 ‘비핵화 법제화’는 미룬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은 평양공동선언 이행에도 최근 소극적이다. 15일 남북 고위급회담에서 합의한 7개 항목 가운데 군사 분야 이행 합의와 산림협력 외 5개 항목의 이행은 지체되고 있다. △10월 하순 경의선 철도 조사 등 철도·도로 협력 △10월 하순 보건의료 분과회담 △10월 말 체육회담 △11월 중 금강산 적십자회담(일정 확정 안 됨) △10월 내 북측 예술단의 남측 공연 등이 북측이 답을 차일피일 미루며 지연되고 있다.

○ 한국당, ‘비준 효력정지가처분 신청’

자유한국당은 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앞서 법제처가 평양선언과 남북군사합의서에 대해 “국회 동의가 필요 없다”고 판단한 것을 비판했다. 한국당 소속인 여상규 법사위원장은 “북한과 국가 안전보장과 관련된 아무리 중요한 합의를 했더라도 북한이 ‘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국회의 동의를 받을 필요가 없다는 해석에 대해 국민들이 불안해할 듯하다”고 말했다. 한국당 장제원 의원은 “법제처 해석은 위헌이고 궤변이다. 법제처를 사이비 변호사 사무실로 전락시킨 김외숙 법제처장이 그 자리에 있는 한 국민은 법제처를 믿지 않을 것”이라며 “김 처장은 (박근혜 정부 청와대 부속실 소속) 윤전추 행정관 자리에 어울리는 사람”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김 처장은 “군사합의서는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는 내용이라고 합의문 체결 시 국방부 장관의 판단을 거쳤다”고 했다. 또 “남북 간의 합의가 헌법(60조)으론 해결되지 않기 때문에 국회가 입법적 결단으로 남북관계발전법을 제정했고 이 법엔 재정 부담과 입법사항만을 국회 비준동의 요건으로 꼽고 있다”는 원론적 답변을 했다.

한국당은 이날 헌법재판소에 평양선언과 군사합의서의 효력정지가처분신청서를 제출했다. 또 법률 검토를 마무리한 뒤 헌법소원 또는 권한쟁의 청구 등을 제기할 방침이다.

황인찬 hic@donga.com·최우열 기자
#평양선언#비준#남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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