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연령 63세, 하루 90건 진료
과중한 업무에 올해 2명 잇단 사망
전문가 “공공의료체계에 편입해야”
10년째 원주교도소에서 근무 중인 차인환 의무서기관은 다른 의무관 1명과 번갈아가며 일주일 단위로 당직 대기 근무를 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 수용자가 특정 약물을 처방해주지 않았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해 이를 소명하는 서류 작업을 하느라 시간을 쪼개써야 했다. 그는 “매일 60~70여 건의 진료를 보고 있다”며 “민원이나 진정에 대한 답변 검토까지 겹쳐서 수면 부족과 만성적인 피로를 겪는 등 일상 생활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의무관 부족 현상은 원주교도소만의 사정이 아니다. 전국 교도소와 구치소 등 교정기관 2곳 중 1곳에선 ‘교도소 의사’인 의무관이 나홀로 진료를 이어 가는 것으로 파악됐다. 의무관 평균 연령이 62.8세에 달하는 가운데 인력 부족까지 겹치면서 교정의료 체계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의무관 절반 ‘나홀로 진료’…교도소 3곳엔 ‘0명’
12일 법무부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전국 교정기관 54곳 중 27곳에 의무관이 1명만 배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교정기관 3곳(경북2교도소·경북3교도소·논산지소)에는 아예 의무관이 한 명도 배치돼 있지 않았다. 의무관이 없는 교도소는 수용자들이 대부분 원격진료 등의 형태로 진료를 받는다.
1270여 명이 수감된 것으로 알려진 경북1교도소엔 의무관 1명이 홀로 근무하는 등 의무관들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의무관의 하루 평균 진료 건수는 90건으로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의사 1인당 하루 평균 진료 건수(24건)의 3.8배 수준이다.
부족한 인력 속에서 소송에 휘말리는 일도 있다. 한 판결문에 따르면 2022년 대전교도소에서 수액치료를 받던 수용자는 의식을 잃고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뇌사 상태에 빠진 뒤 패혈증으로 사망했다. 이에 유족은 의무관의 진료상 과실을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끝내 의무관을 상대로 낸 형사소송은 불기소 처분, 국가 상대 민사소송은 기각됐지만 해당 의무관은 지난해 9월까지 약 3년간 소송에 시달려야 했다.
최근에는 과중한 업무를 겪는 의무관이 잇달아 숨지기도 했다. 전남의 한 교정기관에서 근무하던 의무관이 1월 뇌출혈로 쓰러진 뒤 결국 2개월 만에 숨졌다. 충남에서 근무하던 의무관도 같은 달 자택에서 심정지로 쓰러져 끝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 평균 연령 62.8세 ‘고령 의무관’
이 같은 의무관 인력난은 향후 구조적으로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교정 당국은 매년 의무관 채용을 실시하지만 지원자가 부족하다 보니 올해 기준 정원 115명 중 92명(80%)만 근무 중이다. 결국 정규직 채용 대신 고령의 의사가 임기제 계약직으로 일하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임기제 계약직은 연령에 따른 퇴임 규정이 없다 보니 현재 의무관 평균 연령은 62.8세로 최고령은 80세다.
여기에 수용자마저 고령화되면서 교정시설의 의료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점도 문제다. 65세 이상 수용자는 2020년 3071명(5.7%)에서 지난해 5701명(8.8%)으로 늘었고, 질환이 의심되는 수용자도 같은 기간 2만9379명에서 3만6645명으로 늘었다. 법무부 관계자는 “의무관이 부족하면 응급 상황에 대처하기가 어려워지는 등 수용자 건강 관리에도 문제가 생길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민간 의료기관과 비교해 낮은 보수 체계는 인력난을 고착화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한 의무관은 “교정기관 의무관의 급여 수준은 시중 봉직의사와 비교해 60% 전후”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의무관 처우 개선과 함께 공공의료 체계에 교정의료를 편입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재훈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장기적으로는 임금 인상 등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며 “향후 지역의사제, 공공의대 등 공공의료 강화 과정에서 파견이나 수련 형태로 의무관 인력 확충을 돕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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