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1박 200만원, 제주는 부활? K-호텔의 미래 전망[딥다이브]

  • 동아일보

21일 BTS 컴백 공연이 열리는 서울 광화문에 무려 26만명이 집결한다죠. 덕분에 서울 호텔들이 특수를 누립니다. 광화문 주변 호텔은 일찌감치 방이 동났고, 강남·잠실권 호텔까지 예약률이 치솟았죠.

이런 서울 호텔의 대호황이 앞으로 5년 이상 이어질 트렌드라는 걸 아시나요. 요즘 ‘호텔을 개발하고 싶다’는 문의가 이곳으로 밀려들고 있다는데요.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에서 호텔 개발과 매각에 관한 컨설팅을 담당하는 호스피탈리티 자문서비스팀을 16일 만났습니다. 민병은 팀장의 인터뷰 답변을 중심으로 뜨거워진 호텔 시장을 들여다봅니다.

서울을 찾는 관광객들이 갈수록 늘어나는데, 이들이 묵을 호텔은 턱없이 모자라다. 이런 공급 부족 현상이 계속되면서 앞으로 5년 이상 서울 호텔의 대호황기가 펼쳐질 전망이다. 뉴스1
서울을 찾는 관광객들이 갈수록 늘어나는데, 이들이 묵을 호텔은 턱없이 모자라다. 이런 공급 부족 현상이 계속되면서 앞으로 5년 이상 서울 호텔의 대호황기가 펼쳐질 전망이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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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이 모자라다, 호텔을 짓자!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역대 최대(1870만명)를 찍었고, 점점 더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반면 서울은 코로나 이후 지난 수년간 새로 문 연 호텔이 별로 없어서 방이 모자라다고요?

“저희가 2024년부터 공급 부족을 얘기했어요. 일단 서울에 (호텔을 개발할) 땅이 없고요. 원래 호텔은 부동산 중에서도 개발하기에 가장 비싼 자산인데, 코로나 이후 자재 원가가 확 올라서 공사비가 너무 비싸졌죠.

또 숙박 수요라는 게 일정치가 않거든요. 과거 사드(THAAD) 여파가 있었고, 갑자기 코로나도 왔고요. 호텔 시장은 수급 불균형이 아니었던 때가 없긴 한데, 그게 호텔 개발의 큰 허들로 작용했어요.”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의 호스피탈리티 자문서비스팀은 2년 전 공식 론칭했다. 호스피탈리티(Hospitality), 즉 환대산업에 해당하는 호텔, 리조트, 레지던스 등과 관련한 부동산 솔루션을 전담한다. 왼쪽부터 정다정 차장, 민병은 팀장, 이수민 과장, 김희섭 부장. 이 중 민 팀장을 포함한 세명이 호텔경영학과를 졸업한 호텔리어 출신이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제공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의 호스피탈리티 자문서비스팀은 2년 전 공식 론칭했다. 호스피탈리티(Hospitality), 즉 환대산업에 해당하는 호텔, 리조트, 레지던스 등과 관련한 부동산 솔루션을 전담한다. 왼쪽부터 정다정 차장, 민병은 팀장, 이수민 과장, 김희섭 부장. 이 중 민 팀장을 포함한 세명이 호텔경영학과를 졸업한 호텔리어 출신이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제공

-그럼, 향후 몇 년이나 공급 부족이 이어질까요?

“5년, 길게 보면 한 7년까지요. 지난해부터 서울 호텔의 매입·매각이 활발했는데, 올해 안에 우량자산은 손바뀜이 다 이뤄질 거고요. 요즘엔 호텔 개발 검토에 대한 문의가 드라마틱하게 많아졌어요. 살 만한 좋은 호텔 물건을 찾기 어려워지자, 아예 새로 지어야겠다고 나서는 거죠.”

-말씀하신 대로 서울에 땅이 없는데 어디에 개발하나요?

기존에 보유한 자산을 부수고 새로 짓거나, 원래는 오피스를 지으려던 개발부지를 호텔로 바꾸는 거죠. 요즘엔 투자자들이 오피스 쪽은 투자를 주저하고, 호텔이어야 투자나 대출이 잘 이뤄지거든요. 하지만 리스크가 큽니다. 개발 기간이 5년은 걸리니까요.”

-검토에서 준공까지 5년이나 걸려요?

“호텔은 원래 설계 기간이 오피스보다 훨씬 길어요. 오피스는 일단 표준대로 지어놓고 임차하면 되는데요. 호텔은 운영사(호텔 브랜드)별로 원하는 방향성이 다르거든요. 그래서 설계 단계부터 운영사가 관여하죠. 안전 시스템과 동선, 인테리어는 물론 가구 하나 놓는 것까지요.”

영화관을 호텔로 바꿀 수 있나요? NO!
-그에 비하면 원래 있던 건물을 호텔로 바꾸는 건 시간이 훨씬 단축되지 않을까요?

“그 건물 상태에 따라 굉장히 다릅니다. 만약 사무실이었다면 물탱크 용량이 매우 작을 텐데, 숙박시설로 쓰려면 용량을 대폭 늘려야 하죠. 화장실도 층마다 하나만 있는데, 호텔은 방마다 있어야 하고요. 엘리베이터 대수도 늘려야 해요.”

-사무실 공간에 벽을 세워서 방을 만들면 호텔이 되는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네요. 기본 설비 용량 자체가 달라져야 하는군요.

“저희 팀이 작년에 12건을 검토했어요. ‘이 건물을 매입한 다음 호텔로 전환하고 싶은데, 할 수 있냐’는 식의 문의였죠. 물론 안 되는 자산이야 없어요. 부수고 지으면 되니까요. 다만 저희는 평면도를 딱 보면 나오죠. 이게 사이즈가 나올지, 안 나올지.”

기존 오피스 건물을 호텔로 전환한다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많은 경우엔 골조만 남기고 부순 뒤 다시 지어야만 가능한데, 이 경우 완전히 새로 짓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게 된다. 게티이미지
기존 오피스 건물을 호텔로 전환한다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많은 경우엔 골조만 남기고 부순 뒤 다시 지어야만 가능한데, 이 경우 완전히 새로 짓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게 된다. 게티이미지

-부수지 않는 한 호텔 전환이 어렵겠다는 평면도가 있는 건가요?

“많아요. 검토했던 건 중 건물 상층부의 멀티플렉스 영화관을 객실로 바꾸고 싶다는 게 있었어요. 영화관이 크니까, 그걸 여러 층으로 나누고 객실로 만들면 될 것 같다고 본 건데요. 저희가 물어봤죠. ‘거기 창문이 있습니까?’

-아…, 창문이 없네요.

“그러면 결론이 이렇게 되죠. ‘다 부수고 다시 지어야 합니다.’ 저희는 건축적으로 (호텔 전환을) 받아줄 수 있느냐, 소방 같은 안전규정에 부합하느냐를 따진 다음, 지하실에 가봐요. 소방펌프, 부스터 펌프, 보일러, 물탱크 같은 모든 설비를 전부 바꿔야 하거든요. 그대로 둘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건 호텔로 전환하면 괜찮습니다’라고 답한 게 12건 중 딱 한 건뿐이었어요.”

해외 호텔 브랜드를 유치하는 방법
-얼마 전 명동 눈스퀘어에 일본 캡슐호텔 브랜드 ‘퍼스트 캐빈’을 유치하셨죠. 여긴 왜 캡슐호텔로 했을까요?

“눈스퀘어 7층은 2년 반 정도 공실이었어요. 임대인이 이걸 뭘로 쓸지 고민하다가 저희랑 얘기하면서 숙박시설이 좋겠다고 봤고요. 빠른 실행을 위해 일반 관광호텔이 아닌 캡슐호텔을 권해드렸죠. 다만 눈스퀘어는 명동을 상징하는 곳이잖아요. 안전과 소방 규정은 맥시멈 레벨로 지켜야 한다고 봤어요. ”

-얼마 전 소공동 캡슐호텔에서 화재가 났더라고요.

한국 캡슐호텔 시장은 아직 개인 사업자의 영역이에요. 하지만 개인 사업자는 눈스퀘어의 격에 맞는 임차인이 되긴 어렵다고 봤고요. 시스템이 잘 구축된 글로벌 브랜드를 유치하기 위해 일본으로 겁 없이 나갔죠.”

일본 3대 캡슐호텔 브랜드인 퍼스트 캐빈이 하와이에서 운영 중인 캡슐호텔의 모습. 퍼스트 캐빈 제공
일본 3대 캡슐호텔 브랜드인 퍼스트 캐빈이 하와이에서 운영 중인 캡슐호텔의 모습. 퍼스트 캐빈 제공

-그냥 ‘똑똑, 저희 한국에서 왔는데요. 혹시 눈스퀘어 아시나요?’ 이런 식으로 한 건가요?

“사전 시뮬레이션 자료를 가지고 먼저 일본 브랜드와 비디오콜을 했는데요. 마침 도쿄나 오사카 캡슐호텔 시장이 포화상태가 되면서 해외 진출을 모색 중인 상황이라 기류가 좋았어요. 하와이에 이어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진출을 검토 중이었는데, 저희가 ‘서울로 먼저 들어오시라’고 얘기했죠.

이후 제가 직접 일본에 가서 퍼스트 캐빈의 모회사 회장님을 만났는데요. 여기 두 분(정다정 차장, 이수민 과장)은 그 회의 시간에 맞춰 명동 눈스퀘어에서 핸드폰으로 라이브스트리밍을 했어요. ‘여기가 명동 거리, 눈스퀘어 앞입니다. 1층에서 지금 올라갑니다’라면서요. 그게 회장님의 마음을 건드렸죠.”

서울도 ‘1박 200만원’ 시대 온다
-명동 타임워크 빌딩을 3성급(이비스 앰배서더 명동)에서 4성급으로 전환하는 프로젝트도 최근 하셨죠. 이렇게 호텔 브랜드 등급을 높이면 임대인 입장에선 그만큼 건물의 자산가치도 올라가나요.

“그렇죠. 더 나은 객실가격을 받게 되면 그만큼 임대료도 올려받거든요. 저희가 예측하기로 명동 4성급 시장의 ADR(연간 1박 객실 평균가)과 3성급 시장은 약 5만원 정도 항상 차이가 나요.”

-그 갭이 좁아지진 않고요?

“주택시장에서 입지에 따른 가격 차이가 유지되는 것과 비슷해요. 명동 안에서도 3성급과 4성급의 위계는 늘 유지되고요. 또 같은 등급이어도 명동과 홍대 사이에도 질서가 있습니다. 한 4~5만원 차이가 나죠.”

-서울의 톱은 항상 명동인가요?

명동을 이기는 동네는 없어요.”

2023년 도쿄역 인근에 개장한 불가리 호텔 도쿄는 1박 평균 요금이 200만원을 훌쩍 넘기는 럭셔리 호텔이다. 서울엔 아직 그 정도로 비싼 럭셔리 호텔은 없다. 불가리 호텔 제공
2023년 도쿄역 인근에 개장한 불가리 호텔 도쿄는 1박 평균 요금이 200만원을 훌쩍 넘기는 럭셔리 호텔이다. 서울엔 아직 그 정도로 비싼 럭셔리 호텔은 없다. 불가리 호텔 제공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서울 호텔 숙박료가 싼 편이고, 그래서 앞으로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도 하던데요. 그게 맞는 얘기인가요?

“많이 저평가돼 있죠. 도쿄 긴자에서 하룻밤 묵는 것과 명동에서 자는 것, 얼마나 차이 날 거 같나요?”

-왠지 긴자가 훨씬 비쌀 것 같네요.

긴자가 한 1.5~1.8배 정도 됩니다. 그만큼 서울이 저평가 돼있으니, 수요와 공급 논리에 따라 (객실료가) 올라갈 거고요. 또 호텔은 ‘브랜드가 곧 가격’이거든요. 한국에선 포시즌스가 마지막으로 들어온(2015년 오픈) 최고 등급의 호텔 브랜드이고, 지난해 ADR이 80만원 정도인데요. 이제 포시즌스에 준하는 새로운 브랜드가 들어오면서 가격을 들어올릴 거예요.”

-어떤 최고급 브랜드가 서울에 들어오나요?

“예정된 건 아만, 만다린 오리엔탈이 있고, 리츠칼튼도 다시 들어오죠. 그리고 이들은 포시즌스보다 더 비싸게 받을 거예요. 그동안 호텔 자산을 개발하는 데 드는 원가가 올랐으니까요.”

서울 광화문에 있는 포시즌스 호텔 서울. 2015년에 문을 열었다. 포시즌스 제공
서울 광화문에 있는 포시즌스 호텔 서울. 2015년에 문을 열었다. 포시즌스 제공

-마치 신축 아파트 분양가가 계속 오를 수밖에 없는 것과 비슷하네요.

“아만(AMAN) 서울(청담동 옛 프리마호텔을 재개발)이 오픈하면 우리나라도 ADR(1박 평균 객실단가) 200만원 시대를 보지 않을까 싶어요. 도쿄의 포시즌스나 불가리가 이미 다 200만원이 넘거든요.”

-한국엔 지금 100만원 넘는 호텔도 없는데, 200만원대가 열릴 잠재력이 있는 거네요.

“다만 그들이 예측한 오픈 시점은 2030년 즈음입니다. 그러니까 한국의 ‘초럭셔리 호텔 전성시대’는 우리가 5년 이내에 볼 수 있는 현상은 아니고요. 또 현재는 서류로만 존재하는 이 사업장들이 과연 얼마나 살아남을지는 두고 봐야 하죠. 사실 한두 개만 완공돼도 성공이에요.”

2~3년 뒤엔 제주가 다시 뜬다?
-서울 호텔은 대호황이지만, 지방 호텔은 텅텅 비어서 울상이라는데요.

“코로나가 끝나고 해외 여행을 많이 가면서 직격탄 맞은 게 제주였죠. 그런데 저는 2~3년 내엔 제주 시장이 돌아올 거라고 확신해요. 일단 지난해 시작된 중국 단체 관광객 비자면제 프로그램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늘어났고요. 국내 관광객도 다시 올 겁니다.”

지난 2월 매화꽃이 핀 제주도 서귀포시 모습. 대호황인 서울 호텔과 달리 제주 호텔시장은 여전히 찬바람이 불고 있다. 뉴시스
지난 2월 매화꽃이 핀 제주도 서귀포시 모습. 대호황인 서울 호텔과 달리 제주 호텔시장은 여전히 찬바람이 불고 있다. 뉴시스

-그동안 해외 여행 많이 다녔으니까요?

관광은 항상 사이클이 있는 법이거든요. 해외 여행할 건 거의 다 했으니까, 다시 ‘제주도 가서 노는 게 편하다’며 돌아오는 게 자연스러운 현상이죠. 그래서 제주에 호텔이나 리조트를 소유한 법인들은 지금이 수선 타이밍이라고 보고 있어요. 2~3년 뒤에 손님맞이를 제대로 할 준비를 하는 거죠.

사실 저희 팀의 꿈은 지방의 호텔 건립 사업을 지원하는 거예요. 지금은 서울과 지방의 양극화가 너무 심하잖아요. 지방자치단체는 다들 호텔을 유치하고 싶어하는데, 민간 시장이 반응하지 않아서 어렵죠. 그 중간 연결고리를 만드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만약 지방사업을 성공궤도에 올릴 수 있다면, 그게 서울 호텔 10개를 한 것보다 더 큰 가치가 있을 겁니다. 진짜 호스피탈리티 실력자라는 걸 보여줄 수 있죠.” By.딥다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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