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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거나 유익하거나. 읽을 만한 글을 쓰려고 노력하는 21년차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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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기의 심장, 엔진은 왜 우리가 만들 수 없을까[딥다이브]전투기 1대 수출이 국산 중형자동차 1000대 수출과 맞먹는다는 얘기 들어보셨나요. 그만큼 무기체계 중에서도 전투기의 부가가치가 크다는 뜻인데요. 마침 최초의 국산 전투기 KF-21의 양산단계 진입이 눈앞에 다가오고 있어 이 분야에 대한 관심이 커집니다.그런데 KF-21 전투기의 심장인 엔진은 누구 것일까요.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의 ‘F414’ 엔진 설계도를 받아 한국에서 라이선스 생산합니다. 사실상 심장은 미국산이나 마찬가지이죠. 항공엔진 개발 기술을 가진 나라가 전 세계에 6개국(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우크라이나·중국)뿐이기 때문인데요. 모든 나라가 탐내는, 하지만 좀처럼 닿을 수 없는 항공엔진의 세계를 딥다이브 해보겠습니다.*이 기사는 26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전투기 심장을 직접 만든다는 것“중국 전투기가 드디어 중국 심장을 얻었다!”지난 7월 노란색 ‘J(젠·殲)-20’ 전투기의 시험비행 영상이 온라인에 유포되자 중국 국방 전문가들은 이렇게 환호했습니다. 전투기에 장착된 엔진이 중국이 독자개발한 ‘WS-15’ 터보팬 엔진이었기 때문이죠.J-20은 중국이 개발한 5세대 스텔스 전투기. 하지만 그동안 엔진은 러시아산 AL-31을 써야 했습니다. 중국은 1980년대부터 개발을 시작해 2001년 ‘WS-10’ 엔진을 완성했는데요. WS-10은 엔진출력 미달로 신뢰성이 크게 떨어지다 보니, 자국 최신 전투기에도 쓰이지 못한 겁니다. 이 때문에 J-20 전투기는 외신에서 ‘심장병을 앓고 있다’는 조롱을 받아왔죠.그런데 중국의 신형 항공엔진 WS-15가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중국 측 주장으로는 미국 프랫 앤 휘트니(Pratt&Whitney)사의 ‘F119’ 엔진(F-22에 들어감)과 유사한 성능이라고 하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중국은 2000년 전후로 신형 엔진 개발에 나섰습니다. 그동안 최소 9000억 위안(약 164조원)을 투입했다는 보도 내용이 눈에 띄는데요. 20년 넘는 긴 세월과 천문학적 비용을 들인 끝에, 이제야 개발이 거의 끝나가고 있는 겁니다. 물론 그럼에도 아직 양산 단계까진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요.엔진 독자개발은 왜 어려울까항공엔진 개발은 왜 이리 어려운 일일까요. 기본적으로 개발 난이도가 모든 엔진 중 가장 높습니다. 자동차 엔진과는 전혀 다른 차원이죠. 항공엔진은 수 톤에 달하는 항공기 기체를 하늘로 띄우고 음속을 넘어서는 속도로 비행할 수 있게 해야 하는데요. 엔진이 내뿜는 1500도 이상 고온을 견디는 소재기술 개발부터 난관입니다. 또 수천~수만 시간(전투기 엔진은 6000시간, 여객기는 3만 시간 이상)을 작동할 수 있는 내구성도 갖춰야 하고요.무엇보다 까다로운 180개 항목의 감항인증(비행에 적합한지를 검증)을 거쳐야 합니다. 자동차 엔진이야 도중에 멈추면 자동차가 도로에 서게 되지만, 항공엔진은 멈추면 바로 추락이니까요. 로켓엔진은 한번 쏘면 끝이지만 항공엔진은 몇십년을 날 수 있어야 합니다. 항공 분야에서 엔진기술은 가장 가치 있는 기술이지만, 감히 아무나 도전할 수 없는 기술이죠. 심지어 미국 P&W조차 F119 엔진의 프로토타입을 개발하는 데 12년, F-22 장착 이후 테스트에 14년이 걸렸을 정도입니다.게다가 기술을 보유한 선진국들이 당연히 절대 기술을 내놓지 않습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 78년이 됐지만, 여전히 중국을 제외하곤 2차 대전 승전국(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우크라이나)만 기술을 보유한 이유입니다. 특히 시장성이 크고 난이도가 높은 민항기용 엔진 시장은 미국과 영국의 톱3 기업(GE·P&W·롤스로이스)이 다 잡고 있고요.그런데 이런 구도에 약간 변화가 생겼습니다. 지난 6월 미국 바이든 대통령과 인도 모디 총리의 정상회담 직후, 미국 GE가 F414 전투기 엔진을 인도에서 공동생산하고 핵심 기술도 이전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인도는 1989년부터 항공엔진을 자체 개발하려 도전했지만 결국 실패하고 2013년 개발을 중단했는데요. 그런 인도가 한방에 세계 최고의 미국 기술을 이전 받게 되다니. 전 세계 방산업계가 깜짝 놀랐습니다.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과 인도가 파격적으로 손을 잡은 겁니다. 2020년 중국·인도 국경 지역 라다크에서 양국 군이 충돌했을 때, 중국 공군은 서북부에 J-20 전투기를 배치하며 위협했죠. 인도 언론은 이번 미국과의 엔진 협력을 두고 “GE의 F414 엔진 공동생산으로 중국 제트엔진(WS-10) 성능을 단숨에 능가하게 됐다”며 기뻐했습니다. 중국에 이어 인도까지 가세하면서 항공엔진 시장을 둘러싼 경쟁은 더 치열해집니다.우리도 전투기 엔진을 국산화하자고?여기까지 보시고 ‘중국 놀랍네, 인도 좋겠다’라고 생각하셨나요? 이게 단순히 남의 나라 얘기만이 아닙니다. 한국도 이제 국산 전투기를 수출해야 하는 나라이니까요.앞서 언급한 대로 국산 전투기 KF-21이나 경공격기 FA-50 엔진은 모두 미국 GE 겁니다. 따라서 KF-21과 FA-50을 다른 나라로 수출하려면 미국의 승인이 필요합니다. 만약 미국이 ‘No’ 하면 엔진을 구할 수 없으니 수출이 불가능하죠. 2020년 아랍에미리트와 K9 자주포 수출 계약을 맺고도 독일의 엔진 수출 금지 때문에 결국 수출을 못 했던 것과 비슷한 일-일종의 심장마비-이 생길 수도 있는 겁니다. 즉, 항공엔진 개발은 자주국방의 문제만이 아니라 K방산의 미래가 달린 문제입니다.우리한테도 미국이 항공엔진 기술을 이전해주면 좋겠지만, 그런 행운을 바라고 있을 수만은 없죠. 정부도 ‘항공엔진 국산화’를 위해 이미 나섰습니다. 무인항공기(드론)에 쓰일 터보팬 엔진(5500파운드급) 개발을 진행 중이죠.하지만 전투기급 엔진은 이것과는 또 다른 레벨의 얘기입니다. 전투기에 들어가는 엔진은 추력이 1만5000파운드 이상이어야 하는데요. 방위사업청이 지난 2월 ‘드론 쇼 코리아 2023년 컨퍼런스’에서 “1만5000파운드급 신형 터보팬 엔진을 2037년까지 개발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 정도 엔진이면 연소기까지 장착할 경우 KF-21에 탑재된 F414 엔진(최대 추력 2만2000파운드)과 맞먹을 수 있기 때문이죠. 단, 아직은 구체적 계획이라기보다는 선언적인 수준입니다.만약 정말 항공엔진을 국산화할 수 있다면? 아직 먼 얘기이지만 국방기술진흥연구소의 지난해 보고서(‘첨단 항공엔진 국내개발을 위한 제언’)에 따르면 개발 후 20년 동안(2037~2057년) 올릴 부가가치가 최소 9조4000억원이란 추정치가 나와 있습니다(터보팬 항공엔진 시장 점유율 1%를 가정). 일단 전투기급 엔진이 개발되면 더 나아가 민항기용 엔진으로 확장해나갈 수 있을지도 모르죠. 상상의 나래를 펼치다 보면 웅장한 기운마저 느끼게 됩니다.그래서 정말 할 수 있나하지만 좀 냉정히 따져볼 필요는 있겠습니다. 개발의 필요성 알겠고 파급효과 큰 것도 이해하는데요. 그런데 정말 개발할 수 있나요? 달에 탐사선을 착륙시킨 인도도 실패했고, 중국은 100조원 넘게 쏟아붓고도 아직 미완성이라는데?우선 현재 전투기 엔진을 면허생산 중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김원욱 항공엔진연구센터장에게 질문했습니다. 서면으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김 센터장은 이렇게 답했죠.“대한민국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40여년간 1만대에 육박하는 다양한 항공엔진을 생산했고, 항공엔진 라인업의 개발·관리는 역량을 지속적으로 키워왔습니다. 항공엔진의 설계·해석뿐 아니라 소재, 제조, 시험평가,감항인증 기술을 종합할 수 있는 역량을 보유하고 있어, 첨단항공엔진 개발을 성공적으로 이끌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예상대로 당연히 역량이 충분하다는 답이 돌아왔는데요. 추가로 이 분야 전문가인 조형희 연세대 항공우주전략연구원장(기계공학부 교수)과도 25일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다음은 일문일답.-국산 전투기급 엔진 개발이 필요하다는 당위성이야 누구나 공감할 겁니다. 하지만 그걸 ‘할 수 있느냐’는 또 다른 문제로 보이는데요?“저도 ‘정말 가능할까’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그리고 가능성을 본 게 이미 우리 기업이 항공엔진 면허생산을 상당히 했다는 점입니다. 설계도면을 받아오긴 했지만, 부품을 만들어 조립하는 기술은 이미 갖고 있죠. 원래 자동차엔진도, 로켓엔진도 처음 개발할 땐 기존 것을 뜯어보고 ‘역설계’를 해야 하는데요. 우리는 조립을 해봤으니 그보다는 높은 단계에서 시작하는 겁니다.중국의 실패 사례도 찾아봤는데요. 자료에 따르면 중국도 월남전에서 추락한 미국 전투기 엔진을 가져가서 역설계로 시작했더라고요.”-중국은 설계도면도 없이 기존 엔진을 뜯어보면서 배운 거군요.“네. 그러니까 실패를 거듭했고, 어려운 길을 가고 있는 겁니다. 우리는 면허생산을 해왔다는 점에서 그보다 운이 좋고요.또 항공엔진은 공급망의 협력업체가 1000개 가까이 구축돼야 국산화가 가능한데요. 면허생산을 하면서 우리나라에 그게 어느 정도 구축돼 있습니다. 이 역시 상당히 큰 자산이죠.물론 감항인증과 소재기술 면에서 우리나라가 아직 부족한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KF-21 전투기 동체를 우리가 만들었으니, 당연히 엔진 수요가 생겼거든요. 또 2030년 중후반이 되면 전 세계가 유·무인 복합 전투기 체계로 갈 텐데, 무인기 엔진은 수출 규제 때문에 우리가 사 오기 힘들 수 있습니다. 따라서 지금이 (개발을 시작)할 수 있는 가장 적기라고 봅니다.”-방위사업청이 2037년 개발 완료를 얘기한 적 있습니다. 만약 전투기 엔진 개발을 시작한다면 실제로는 얼마나 걸릴까요?“해외 사례를 보면 플랫폼, 즉 기존 엔진 모델이 있으면 8년이 걸리고요. 플랫폼 없이 처음부터 하면 13~14년 걸리더라고요. 우리는 플랫폼이 없으니까, 그 정도 걸린다면 2037년쯤이 되는 거고요. 만약 해외 협력사를 구한다면 그보다 4~5년 단축할 수도 있을 겁니다.”-아직은 첨단 항공엔진을 개발하겠다는 선언만 있지 예산이 편성되거나 하는 단계는 아닌데요.“과기부와 국방부 차원에서 구체적인 안을 만들고 있습니다. 얼마 전 방위사업청에 이를 담당하는 파트도 생겼고요. 선행연구를 거쳐 내년에 ‘사업타당성조사’ 작업을 통과한다면 그땐 예산이 편성돼 정말 사업이 시작될 겁니다.”-개발하는 데 돈은 얼마나 들까요?“해외 협력사의 플랫폼이 있다면 한 3조원, 부품을 다 국산화한다면 5조원을 전망합니다. 상당히 커 보이지만 10년으로 나누면 연 3000억원 정도이죠.”-사실 KF-21 사업도 그게 되겠냐는 회의론 속에서 우여곡절 끝에 되지 않았습니까. 전투기 엔진개발도 쉬운 길은 아닐 것 같은데요.“KF-21은 하기로 결정하고서도 엔진을 쌍발로 하느냐 단발로 하느냐를 가지고 2~3년 싸웠다 더라고요. 그게 다 컨센서스를 만들어가는 과정이긴 한데요. 사실 옛날 우리나라가 자동차 엔진 개발할 때 비교하면 지금은 여건도, 인력도 훨씬 좋아지지 않았습니까. 저는 우리나라의 역량은 크게 걱정 안 합니다. 역량을 잘 모아서 가느냐가 더 중요하죠. 거꾸로 우리나라가 이것도 개발 못 할 정도라며 의심하는 게 저는 더 이상하다고 봅니다.” By.딥다이브 전투기 엔진 국산화라니. 밀덕이라면 가슴이 뛰지 않을 수 없는 주제일 텐데요. ‘우리나라가 우주 발사체도 만들었는데!’라는 희망에 부풀다가도 ‘정말 13년, 3조원으로 그게 될까’라며 주춤해지기도 합니다.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전투기의 심장인 엔진. 하지만 항공엔진 기술은 2차 세계대전 승전국만 보유할 정도로 진입장벽이 높습니다. 후발 주자인 중국이 수십년의 투자 끝에 업그레이드된 신형 엔진을 선보이며 추격해오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자체 개발을 포기했던 인도는 미국으로부터 항공엔진 기술이전을 받기로 했습니다. 글로벌 지정학 위기의 덕을 보게 된 겁니다. -한국은 국산 전투기 KF-21 양산을 앞두고 있지만 엔진 기술은 미국에 의존하는 상태. 자주 국방뿐 아니라 K방산의 미래를 위해서도 전투기 엔진 국산화가 필요한 시점입니다.-지금은 막연하게 ‘2037년 개발 완료’라는 선언 정도가 나온 단계인데요. 과연 전투기급 엔진을 우리 손으로 개발하는 날이 올 수 있을까요.*이 기사는 26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2023-09-27 10:00
국채금리 악재 뚫고 뉴욕증시 반등 성공[딥다이브]미국 뉴욕증시가 모처럼 상승세로 마감했습니다. 국채 금리가 급등했지만 반발매수세가 유입된 덕분입니다. 25일 다우지수는 0.13%, S&P500 0.4%, 나스닥지수는 0.45% 상승을 기록했죠. 이날 국채 시장은 불안한 모습이었습니다. 10년물 금리가 전 거래일보다 0.1%포인트 올라 4.54%로 치솟았죠. 심리적 저항선인 4.5%를 돌파했을 뿐 아니라, 2007년 4.57% 이후 최고치입니다. 고금리가 장기화될 거란 우려가 채권시장을 흔들고 있는 겁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10년물 금리가 4.75%까지 상승한 뒤 연말에 하락할 거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지난주 나흘 연속 하락세를 보였던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소폭이나마 상승세로의 반전에 성공했습니다. 모처럼 대형기술주 주가가 일제히 상승했기 때문이죠. 아마존이 AI 스타트업 앤트로픽에 최대 40억 달러를 투자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아마존(1.67%)과 엔비디아(1.47%) 주가가 비교적 크게 뛰었습니다. 기업공개(IPO)한 다음날부터 주가가 계속 내리막을 탔던 ARM 주가도 이날은 6.08% 급등했죠. 인프라캐피털 어드바이저스의 제이 해트필드 CEO는 CNBC에 “S&P500 지수 4300선에서 시장에 대한 지지가 있다”면서 “투자자들은 AI 붐으로 돌아갈 적절한 순간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분석했습니다.증시가 반등에 성공하긴 했지만 앞에 놓인 악재가 한둘이 아닙니다. 그중 하나가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우려입니다. 미 의회는 이달 말까지 내년 회계연도(2023년 10월~2024년 9월) 예산안을 처리해야 하는데요. 만약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국방과 치안 같은 필수 인원을 뺀 연방정부 근로자 약 80만명이 강제 무급휴가에 들어가야 합니다. 무디스는 이날 “셧다운이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3대 신용평가사 중 무디스만 유일하게 미국 국가신용등급을 최고 등급(Aaa)으로 유지 중인데요. 이마저 위태로운 상황입니다. 미국의 학자금 융자 상환이 다음 달 재개되면서 소비가 타격을 받을 거란 우려도 커졌습니다. 투자은행 제프리스는 나이키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보유(중립)로 하향조정하고 목표주가도 140달러에서 100달러로 낮췄습니다. “조사 결과 미국 소비자들이 앞으로 지출을 줄일 가능성이 크고, 의류와 신발 소비가 가장 많이 줄어들 분야”라는 이유입니다. 미국의 대학 학자금 융자는 팬데믹 때문에 상환이 중단됐었는데요. 이후 바이든 행정부가 1인당 최대 2만 달러까지 학자금 대출을 탕감해주는 계획을 추진했지만 연방대법원의 판결로 제동이 걸렸습니다. By.딥다이브*이 기사는 26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2023-09-26 07:43
“살 곳이 없다”…임대주택 시장 붕괴한 호주에서 생긴 일[딥다이브]요즘 한국 부동산 시장의 이슈 중 하나가 주택공급 급감입니다. 주택 인허가·착공 물량이 모두 크게 줄어서 2~3년 뒤 주택공급 대란이 닥칠 거란 걱정인데요. 정부가 조만간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합니다.주택시장에 ‘공급 절벽’이 생기면 무슨 일이 나타날까요. 전·월세 매물 급감으로 임대료가 폭등하면서 저소득층이 임대시장에서 밀려나고 자칫 노숙자로 전락하게 되지 않을까요. 너무 극단적인 상상 아니냐고요? 실제 이런 일이 호주에선 일어나고 있습니다. ‘시장이 무너졌다’고 할 정도로 호주 사회가 극심한 임대주택난에 몸살을 앓고 있는데요. 오늘은 호주의 ‘임대 위기’를 딥다이브 해보겠습니다.*이 기사는 22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까딱하면 노숙자 될 판호주 멜버른에 사는 세 자녀의 엄마 새미 클라크는 요즘 불안해서 잠을 못 이룹니다. 지금 사는 집을 비워달라는 요청을 받은 뒤 새 셋집을 구하기 위해 스무 군데를 찾아갔지만 모두 거절당했습니다. 서비스업 정규직인 그의 급여 수준이 높아진 임대료를 감당하기엔 충분치 않다는 이유였는데요. 부동산 중개인은 그에게 “보증인을 구할 수 있나요?”라고 물었죠. 클라크는 분통을 터뜨립니다. “저는 47세이고 15년 동안 집세를 혼자 내왔는데 왜 보증인이 필요하죠?”(더시드니모닝헤럴드 기사 인용)호주 시드니 아파트에서 2년간 살았던 제임스 역시 새집 구하기에 실패했습니다. 그는 “모든 것을 다 했지만 (셋집을 보러 갈 때마다) 사람이 너무 많았다”면서 “시드니 임대시장은 끔찍하다”고 말합니다. “침실 1개짜리 집에 주당 450달러를 지불할 순 없어요. 내 월급으론 감당할 수 없다고요.” 지게차 운전기사인 그의 수입은 많아야 주당 900 호주 달러(약 77만원) 정도입니다. 얼마 전 그가 일을 마치고 집에 갔을 때 계약 만료된 아파트는 자물쇠가 바뀌어 있었습니다. 그 후 2주 동안 그는 공원에서 잠을 자야 했죠. 그는 공공임대주택을 신청해놨지만, 언제까지 대기해야 할지는 모릅니다.(가디언 기사 인용)호주 사회가 전례 없는 ‘임대주택 대란’으로 아우성입니다. 치솟는 임대료 때문에 살 곳을 구하지 못하는 세입자들이 늘고 있는데요. SQM리서치가 집계한 호주 주요 도시의 평균 주당 임대료는 779달러(약 67만원). 2021년 초(551달러, 약 47만원)와 비교하면 44% 급등했습니다. 이제 소득 대비 임대료 비율은 30.8%에 달합니다. 버는 돈의 거의 3분의 1을 집세로 내야 하는 거죠. 집 없는 서민들의 한숨 소리가 커집니다.셋집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다가 노숙자 신세로 전락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직장을 잃거나 돈을 벌지 못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호주 자선단체의 노숙자 서비스엔 갈수록 대기줄이 길어집니다. 시설이 꽉 차서 들어갈 자리가 없다고 합니다. 갈 곳이 없어 자동차나 텐트에서 잠을 자는 사람 수가 3년 전보다 103% 늘었다는 통계가 나올 정도입니다.‘임대 위기’라는 표현이 과장 아닌 현실입니다. 지금 호주 임대 시장은 수요와 공급 균형이 완전히 깨진 상태입니다. 원인이 복합적인 만큼 회복도 쉽지 않아 보입니다.이것은 공급의 문제 : 살 집이 없다호주 임대시장의 공급 부족은 매우 심각합니다. 이를 보여주는 통계가 공실률인데요. 전국 주택 임대시장의 공실률은 1.2%로, 역대급으로 낮습니다. 과거 10년 평균 공실률 2.9%의 반도 안 되죠(참고로 미국은 임대주택 공실률이 6.3%). 보통 임대주택 시장은 공실률이 2% 정도이면 균형 잡힌 시장이라고 보는데요. 일부 지역은 더 심각해서, 애들레이드는 공실률이 고작 0.5%, 퍼스는 0.4%입니다. 사실상 빌릴 집이 아예 없는 거나 마찬가지이죠. 부동산 조사업체 코어로직에 따르면 호주의 임대 매물 건수는 3년 전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습니다.왜 이렇게 집이 부족할까요. 이를 알려면 호주의 임대인(집주인)이 누구인지를 봐야 합니다. 호주는 한국보다도 공공임대 주택 비율이 낮죠(호주 4.4%, 한국 8.9%). 즉, 임대인 대부분이 사는 집 외에 집 한 채를 더 사서 세를 놓아 생활비에 보태려는 평범한 개인입니다.그런데 이런 임대인들의 투자 의욕이 확 사그라들었습니다. 투자 수익률이 예전 같지 않아서죠. 대출 금리가 오르자 대출받아 집 사서 세 놔봤자 별로 남는 게 없게 됐는데요. 게다가 집값 거품까지 빠르게 빠지면서(지난해 호주 주택가격 5.3% 하락) 그냥 집을 팔고 임대시장에서 철수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호주의 가계대출이 꾸준히 줄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집주인의 임대 의욕 상실엔 숙박공유서비스 에어비앤비도 한몫했습니다. 에어비앤비로 여행객에게 집을 빌려주는 게 장기 임대계약을 맺는 것보다 훨씬 쏠쏠하기 때문인데요. 예를 들어 시드니 패딩턴에 가구가 딸린 침실 2개짜리 아파트를 6개월 동안 임대해주면 주당 1500달러를 받지만, 에어비앤비에서 일주일 빌려주면 3500달러입니다. 멜버른 외곽 포인트쿡에선 방 3개짜리 집의 장기 임대료는 주당 460달러이지만 에어비앤비에선 하루 317달러에 올라와 있죠. 집주인 입장에선 일주일에 2~3일만 에어비앤비로 집을 빌려줘도 6개월 장기 임대계약보다 수익률이 높은 겁니다. 호주 전역에 에어비앤비 같은 단기 휴가용 부동산은 약 30만 곳에 달합니다.이런저런 이유로 기존 임대인들이 시장을 떠났으니, 남은 방법은 새집을 더 많이 짓는 거겠죠. 그런데 이게 쉽지가 않습니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자재비·인건비·공사비가 무섭게 뛰었기 때문입니다. 건설비용이 팬데믹 이전보다 30% 뛰었다는데요. 이미 공사를 시작한 주택 건설은 계속 지연되고 있고, 신축 승인도 확 줄었죠. 건설경기가 가라앉아 7, 8월 두 달 동안 560개 건설회사가 파산신청을 했을 정도입니다. ANZ은행의 애드레이드 팀브렐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부동산을 공급하는 사람들은 그 어느 때보다 주저한다”면서 “사람들이 집을 짓고 싶어 하지 않고, 이것이 우리를 악순환에 빠뜨리고 있다”고 말합니다. 동시에 수요의 문제: 인구 폭발주택공급난은 어쩌면 우리나라에도 곧 닥칠 일일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호주 임대시장을 대혼란으로 몰아넣은 또 다른 한 축은 한국과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입니다. 바로 인구가 크게 늘면서 수요가 폭발하고 있다는 점이죠.호주 통계청에 따르면 3월 말 기준으로 호주 인구는 직전 12개월 동안 56만3200명 증가해 2650만명으로 늘었습니다. 연 2%가 넘는 매우 가파른 증가세인데요. 이 중 81%인 45만4400명이 이민자였습니다. 지난해 초 다시 이민을 받기 시작하면서 팬데믹 기간 0이었던 이민자 수가 역대 최대로 급증한 겁니다. 하루에 1200명 넘는 이민자가 호주에 정착하러 온다는 뜻이죠. 호주가 광산에서 일할 이민자를 대거 받아들였던 2008년의 기록을 이미 깼다는군요.다시 말해 연간 수십만 채의 주택 수요가 이민자로 인해 추가되고 있는 겁니다. 호주 부동산 거래 사이트에서 집을 찾기 위해 해외에서 이뤄진 검색 건수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는데요. 아마도 이민자들은 바로 집을 사기보다는 처음 몇 년 동안은 주택을 임차할 가능성이 크겠죠. 그럼 이들은 도대체 다 어디서 살아야 할까요?이 틈을 타서 반이민 정서를 부추기는 세력의 목소리가 커집니다. 호주 극우정당 원네이션(One Nation)이 대표적인데요. 호주 의회는 이달 14일 수개월의 논의 끝에 100억 달러(약 8조5700억원)를 투자해 5년 동안 3만 채의 저렴한 주택(이 중 2만 채는 공공임대주택, 1만 채는 저렴한 주택)을 짓는 내용의 정부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이를 두고 원네이션 관계자는 이렇게 얘기하죠. “정부는 지난 30일 만에 이 나라에 6만명의 사람들이 들어오게 했습니다. 이 나라는 향후 5년 동안 지을 예정인 집을 증발시켰습니다. 그래서 (집을 지어도) 호주인들은 그 혜택을 보지 못할 겁니다.”물론 대부분 호주인에게 ‘이민자=경제의 필수인력’은 상식으로 통합니다. 워낙 근로 인력이 부족한 나라라서 이민자 없인 경제가 돌아갈 수 없죠. 하지만 그 늘어나는 속도가 너무 빠른 것 역시 사실입니다. 이미 문제투성이였던 임대시장이 이로 인해 더 엉망이 되어가고 있고요. 정부가 나서야 한다…어떻게?상황이 이렇다 보니 당연히 정부에 비판의 화살이 쏠립니다. 수십 년에 걸쳐 누적된 부동산 정책의 실패가 임대시장을 망가뜨렸다는 건데요. 그중에서도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줄인 게 대표적인 실책으로 꼽힙니다. 1980년대엔 호주에서 건축 승인을 받은 주택 10채 중 1채가 정부 소유 공공주택이었지만, 지금은 2%에 불과합니다. 그동안 거의 손을 놓다시피 했던 거죠. 뉴사우스웨일스 세입자연합의 레오 패터슨 로스 대표는 호주가 공공 주택 부문을 늘리지 못한 건 “수십 년 동안 두 집권 정당 모두를 대표하는 정말 나쁜 실수”라고 지적하고요. 호주부동산연구소의 헤이든 그로브스 회장은 “우리는 임대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엄마 아빠 투자자들(개인 임대사업자)에게만 의존하는 걸 멈춰야 한다”고 말합니다.앞에서 언급한 대로 호주 정부가 앞으로 공공주택을 늘리겠다고 나서긴 했는데요. ‘100억 달러 기금으로 5년 3만 채 건설’이란 목표를 두고 냉소적인 반응이 나옵니다. 지금 공공임대주택에 들어가려고 대기하는 저소득층만 이미 6만명이거든요. 임대시장에서 밀려나 노숙자가 될 처지에 놓인 사람이 갈수록 늘어나고요. 공급 물량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게다가 공공주택이 실제로 부지를 찾고 건설돼서 입주하기까지엔 수년이 걸리겠죠. 이미 폭발 일보 직전인 임대차 시장을 떠받치기엔 역부족입니다.이에 좀 더 즉각적인 효과를 기대하는 각종 정책이 나오거나 제안되는데요. 호주 빅토리아주는 이달 20일 에어비앤비 같은 숙박공유 플랫폼 이용자에 2025년부터 ‘단기 숙박 부과금’ 7.5%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늘어난 에어비앤비 호스팅이 임대위기의 원흉이라고 보고 손보려 나선 겁니다.에어비앤비 고객에게 세금을 매기는 건 호주에선 처음인데요. 당연히 이에 반대하는 의견도 적지 않습니다. 7.5%가 다른 나라 사례(보통 3~5%의 숙박세 또는 관광세 부과)보다 너무 높다는 거죠. 관광지로서의 매력을 떨어뜨릴 수도 있고요. 하지만 다니엘 앤드루스 빅토리아주지사는 이를 지적한 기자에게 이렇게 반박합니다. “내가 100번도 말할 수 있는데, 그것(7.5%)은 적당한 요금입니다. 사람들은 모두 살 곳이 필요합니다!”야당인 녹색당은 좀 더 과격한 정책을 주장합니다. 바로 ‘2년간 임대료 동결(two-year rent freeze)’과 ‘국가적 임대료 상한제 도입’입니다. 이거 어디서 많이 들어본 정책처럼 보이는데요. “기록적인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는 가족들이 텐트나 자동차에서 살아야 할 상황이다. 정부가 이를 심각하게 생각한다면 임대료 동결이 쉬운 방법”이라는 게 녹색당 측 주장입니다. 이 주장은 호주 세입자들의 상당한 지지를 받고 있죠.가격 통제는 확실한 방법이지만 부작용이 만만찮다는 거, 다들 아실 겁니다. 이미 주택임대가 돈이 안 된다며 손 털고 있는 임대사업자들을 더 몰아내는 결과가 될 게 뻔하죠. 민간 임대주택 시장이 붕괴 정도가 아니라 아예 소멸해버릴지도 모릅니다.정공법(공급 확대)을 쓰자니 몇 년이나 걸릴지 모르고, 화끈한 미봉책(임대료 동결)은 후폭풍이 거세겠고. 답이 안 보이는 가운데, 임대 위기가 호주의 부동산 투자자들에겐 기회가 될 거란 전망도 나옵니다. 지금은 집값이 안정세이지만, 이렇게 임대위기가 길어지면(그리고 금리까지 인하되면) 집값이 결국 다시 뛰지 않겠냐는 거죠. 가난한 사람들은 집 없이 떠도는데 가진 자들에겐 오히려 투자 기회가 찾아올 수 있다니. 씁쓸한 전망이 아닐 수 없습니다. By.딥다이브호주는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한국보다 높은, 몇 안 되는 국가이죠(스위스 1위, 호주 2위, 한국 3위). 최근 한국과 달리 호주는 가계부채 비율이 점점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그런데 그게 좋은 신호가 아니더라고요. 오히려 임대주택 시장이 붕괴하고 있다는 증거였죠. 참 부동산 시장은 복잡하고도 거대해서 다루기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호주가 심각한 임대주택난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임대료가 폭등하면서 살 집을 구하지 못한 세입자들이 길거리에 나앉는 일이 실제로 벌어집니다. 임대 위기입니다. -공급이 너무 부족합니다. 금리 인상과 집값 하락으로 투자 수익률이 떨어지자 임대인들이 집을 팔고 시장을 떠납니다. 차라리 에어비앤비를 선택하는 게 더 합리적 선택입니다. 건설비용 급등으로 새집도 지어지지 않습니다.-수요는 대폭발 중입니다. 지난 1년 동안 유입된 순이민자수는 44만명으로 역대 최대였습니다. 인구가 늘어나는 속도가 너무 빠릅니다.-정부는 부랴부랴 공공임대주택 건설을 대폭 늘리는 대책을 내놨습니다. 일부 주정부는 에어비앤비에 7.5%의 지방세를 매기겠다고 나섰고요. 하지만 이미 망가진 임대시장을 고치기엔 역부족으로 보이는데요. ‘임대료 동결’을 외치는 야당의 목소리도 커집니다.*이 기사는 22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2023-09-23 10:00
‘매파 연준’에 美 국채금리 16년 만에 최고치[딥다이브]…고금리가 장기화될 거란 공포가 이틀 연속 미국 증시를 흔들었습니다. 이날 뉴욕증시 3대 지수는일제히 하락 마감했죠. 다우지수 -1.08%, S&P500 -1.64%, 나스닥지수 -1.82%. 금리에 민감한 기술주가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전날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5.25~5.50%) 5%대 고금리가 오랫동안 이어질 거란 신호를 보냈죠. 이른바 ‘매파적 동결’이었는데요. 연준이 공개한 점도표에 따르면 내년 말 금리 전망치(중간값)는 5.1%입니다. 기존 점도표보다 0.5%포인트 올렸죠. 내년 중 금리인하가 시작되더라도 고금리의 압박은 계속될 거란 뜻입니다.이 여파로 이날 미국 국채금리는 또다시 급등했습니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0.147%포인트 오른 4.494%를 기록했습니다. 2007년 9월 이후 16년 만에 최고치이죠.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졌던 4.5%에 근접한 건데요. 앞서 블룸버그의 설문조사에서 채권 전문가 중 48%는 10년물 국채금리가 4.5%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습니다. 씨티인덱스의 시장 분석가 피오나 신코타는 “연준은 시장이 에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매파적이었다”면서 “시장은 연준이 말해왔던 것을 따라잡으려고 노력하는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국채금리가 뛰면서 기술주는 크게 밀려났습니다. 아마존(-4.41%)과 테슬라(-2.62%)의 하락폭이 컸는데요. 특히 엔비디아 주가는 2.89% 하락하면서 시가총액 1조 달러선을 간신히 지켰죠(시총 1조130억 달러). 지난주 화려하게 데뷔했던 ARM 주가도 이날 한때 공모가(주당 51달러) 아래로 밀려났다가 52.16달러로 장을 마감했는데요(-1.42%). IPO 시장을 둘러싼 투자 열정이 되살아나나 싶었는데, 국채금리가 찬물을 끼얹는 상황입니다. 블룸버그는 국채 금리 상승세를 언급하면서 “앞으로 몇 주 안에 테스트될 IPO 시장이 현재로선 타이밍이 좋지 않다”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현재 뉴욕증시 상장을 준비 중인 기업은 독일 신발업체 버켄스탁과 베트남 인터넷 플랫폼기업 VNG(베트남 국민메신저 ‘잘로’의 모회사)가 있습니다. By. 딥다이브*이 기사는 22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2023-09-22 07:46
채권 투자, 기회의 문이 11월에 닫힌다(feat.금리 전망)[딥다이브]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어디로 향할까요. 기준금리 인하는 언제쯤 시작될까요. 주식이든 채권이든, 투자를 하는 사람이라면 가장 궁금한 질문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요즘엔 전문가들 전망이 극과 극으로 나뉩니다. 한편에서는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4%대를 유지하는 고금리 시대가 당분간 쭉 지속될 거라고 보고요. 다른 한편에선 연준의 피벗(Pivot∙통화정책 방향 전환)이 멀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이렇게 주장이 엇갈리는 건 왜일까요. 15일 채권시장을 분석하는 허정인 다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를 만나 물어봤습니다.*이 기사는 19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금리, 마지노선에 다 왔다-8월부터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4%를 넘어서 4.3%대까지 올랐습니다. 이 정도로 올라갈 거라곤 전문가들도 예상 못 했겠죠?“다들 생각 못 했고, 이 정도 금리가 이렇게 오래 유지될 거라고도 생각을 못 했습니다. 미국에서 올 3월 실버게이트은행, 실리콘밸리은행 파산했을 때 ‘이제 금리가 시장이 수용할 수 있는 레벨의 목까지 찼구나’라고 봤거든요. 그런데 이후 금리가 좀 더 올라갔는데도, 금융시장이 버틴다는 사실에 시장이 놀란 것 같아요. 지금 펀더멘탈만 보면 내년에 금리가 내려간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거든요. (미국 경제) 성장률이 꺾이고 물가도 앞으로 내려갈 테니까요. 그런데 경제가 버텨주는 힘이 워낙 크다 보니까 ‘이거 좀 쉽지 않겠다, 금리가 생각보다 오래 유지될 수 있겠다’고 고민하는 것 같습니다.”-요즘엔 ‘금융위기 이후 10년 넘게 이어진 저금리 시대가 저물었다’, ‘10년물 국채 금리 4% 시대가 쭉 이어질 수 있다’는 식의 의견이 부각돼 보이긴 합니다. “원래는 보통 4분기가 되면 경제 전망이 한쪽으로 좀 쏠리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엄청 나뉘어져 있어요. 외국계 증권사들은 ‘골디락스(이상적인 경제 상황)’까지 보는 곳이 점점 늘어나고 있고요. 헤지펀드 같은 공격적 자금들은 여전히 ‘리세션(경기침체)’ 얘기를 하고 있거든요. 이렇게 헷갈리니까 시장에서도 금리에 대해 명확하게 방향성을 잡기가 어렵죠. 그래서 ‘지금까지 사이클을 봤을 땐 금리가 내려갈 것 같지만, 금리가 계속 높게 떠 있을 가능성도 고려해야 합니다’라는 시나리오를 제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금리가 계속 4%대로 떠 있을 가능성은 일종의 ‘소수 의견’인 건가요?“소수의견이라고 하기도 어려운 게 시나리오의 확률을 제시하진 않습니다. 원래는 ‘금리가 계속 높을 확률은 30%이다’라는 식으로 얘기해야 하는데, 확률을 제시하진 않고 그냥 ‘대응의 영역’으로 얘기하고 있죠.”-확률을 제시하지 않는 걸 보면 그렇게 확신에 차 있는 건 아니네요.“채권에 대한 불안과 불신이 반영된 거죠. 최근 1~2년 사이에 미국 국채금리가 너무 많이 올라서 파산한 은행까지 생겼잖아요. 그래서 ‘지금까지 안전자산이라고 믿었던 이 채권이라는 것을 믿을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만약 내년에 기준금리를 5.5%에서 4%까지 내린다고 가정해도, 이렇게 국채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상황이라면 장기물 금리는 4%보다 높을 수도 있다는 시각이고요.그런데 금리라는 건 재미있는 자산입니다. 금리가 어느 정도 오르고 나면 그 레벨에서부터는 자산시장 전체의 밸류에이션이 다시 일어나거든요. 주가가 빠지고 모든 자산이 조정받게 되고, 그럼 채권은 금리 고점에 다시 매수해야 하는 자산이 됩니다. 따라서 저는 금리가 올라가는 한계선이 굉장히 명확하다고 봅니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3.7%에서 4%로는 얼렁뚱땅 갔다고 쳐도 4%에서 4.2%로, 4.2%에서 4.5%로 가는 건 점점 저항력이 세지거든요. 저는 이건 쉽지 않다, 이 정도면 금리의 마지노선에 다 왔다고 보고 지금부터는 분할 매수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주식의 경우엔 사실 심리에 따라서도 주가가 많이 움직이고, 그래서 종잡을 수 없을 때가 있는데요. 그런데 금리는 좀 다르군요? 펀더멘탈을 종합하면 마지노선이 어느 정도 나온다? “경제가 버틸 수 있는 금리의 상한은 정해져 있죠. 그래서 무한정 올라갈 수는 없고요. 연초에 미국 중소은행들 파산할 때 이를 처음 확인했다고 보거든요. 경제가 감내할 수 있는 금리 상한선을 터치했음에도 불구하고, 중앙은행이 계속 은행에 유동성을 공급하면서 억지로 지금 살려놓은 상황이고요. 이 때문에 금리가 더 높아졌지만, 이 정도에선 시장이 버티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골디락스? 리세션? 내년 미국 경제는-지금은 IB들이 미국 경제 전망을 점점 좋은 쪽으로 수정하고 있잖아요. 미국 실업률이 아직 3.8%로 엄청 낮고, 소매 쪽도 여전히 괜찮은 것 같고. 그래서 ‘진짜 생각보다 미국 경제가 괜찮은가? 그럼 연준의 긴축정책이 길어지나’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미국 경기에 대해선 어떻게 보시나요?“저희는 올해 미국 경제가 ‘소프트랜딩’을 지나고 있다고 보고, 내년에는 ‘마일드한 리세션(완만한 경기침체)’을 전망합니다. 왜냐하면 기업의 이익마진이 줄어들고 있어서 3.8% 실업률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일하고 싶은 사람들은 싹 다 고용된 상태(완전 고용)인데요. 기업의 마진이 축소되면 분명히 해고가 일어날 겁니다. 이를 통해 실업률이 일부 상승할 걸로 보고요. 다만 여전히 전반적으로 소비가 일어나고 있어서 해고가 급진적이진 않을 겁니다. 그래서 마일드한 리세션, 완만한 실업률 상승을 내다봅니다. 이에 따르면 금리는 내려가는 게 맞죠.”-그런데 국제유가가 요즘 많이 뛰고 있어서요. 한동안 물가 걱정을 좀 놓았는데, 다시 물가가 오르는 것은 아닌가 싶은데요.“과거 물가 급등을 유발했던 요인들이 지금은 안정됐습니다. 미국 CPI(소비자물가지수)엔 집세 비중이 큰데요. 자가 보유자들에게 ‘당신 집세를 얼마 받고 싶어요’라고 물어봐서 그 값이 들어가거든요. 그래서 실제 집세보다 CPI에 반영된 집세는 좀 늦게 내려가는 경향이 있어요. 이런 시차까지 고려하면 물가는 많이 내려왔다고 봐서 물가는 크게 걱정하지 않습니다.다만 유가가 최근 이슈인데요. 유가가 물가에 의미 있게 영향을 주려면 오른 상태가 몇 개월간 오래 지속돼야 합니다. 만약 OPEC의 감산 의도가 유가를 장기간 끌어올리는 데 있다면 물가에 영향을 주겠죠. 하지만 지금은 석유 수요가 줄어들다 보니까 유가가 내려가는 것을 막기 위한 감산이거든요. OPEC 국가들이 다 같이 동참한 게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만 하고 있고요. 따라서 그렇게 물가엔 큰 영향이 없을 겁니다.”-그렇다면 좀 다행이네요. 유가가 ‘10개월 만에 최고치’라고 하길래 뭔가 달라진 건가 싶었거든요.“시장이 걱정하는 건 에너지 패러다임이 바뀌는 국면이기 때문에 기업들이 석유 추출을 늘리기 어렵다는 점이죠. 계속 공급은 줄어들 텐데, 에너지 전환이 생각보다 빨리 되지 않으면 수요와 공급의 미스매치 때문에 유가가 오를 수 있다는 걱정인데요. 그런데 이건 정치의 영역이에요. 미국이 어떻게 정책을 이끌어나가냐의 문제이죠. 만약 미스매치로 문제가 발생하면 미국이 다시 셰일 생산량을 늘릴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유가가 팬데믹 때처럼 물가 전반에 영향을 미치진 않을 걸로 봅니다.”11월 추가 인상이 어려운 이유-결국 관심사는 연준의 통화정책인데요. 한쪽에선 ‘금리인상은 이미 끝났다. 내년엔 인하’라고 전망하지만 다른 쪽에선 ‘11월에 다시 또 인상할 거다’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시나요?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릴 만큼 올렸다고 보시나요.“저희는 올릴 만큼 올렸다고 봅니다. 여기서 한 단계 더 올린다고 해서 긴축의 효용이 크지 않을 것 같아요. 기준금리를 더 올리면 단기금리는 영향받아도 장기물은 오히려 내려갈 수도 있거든요.”-11월에 한 번 더 올리면 ‘진짜 완전 피크’라는 신호가 되는 건가요?“피크라도 볼 수도 있고 ‘이제 경기가 더 빨리 꺾이겠다’라고도 볼 거고요. 그래서 장기금리가 내려갈 거고, 이건 중앙은행 의도와 맞지 않아서요. 금리를 한차례 더 올리는 것의 효용이 적을 겁니다. 그래서 연준은 금리는 이 수준을 유지하면서, 시장금리가 선제적으로 내려가는 걸 막기 위해 계속 ‘옵션이 있다’, ‘데이터에 근거할 거다’라고 얘기하겠죠.”-‘물가 상승률 2% 목표 갈 때까지 어쩌고’ 하는 얘기를 연준은 계속하겠군요.“그래서 올해는 다 왔다고 보고요. 그리고 내년에 골디락스 전망이 좀 확산하면서 시장에선 금리 인하 시점을 계속 미루더라고요. 대부분 하반기로 미룬 것 같은데, 저희는 최소 상반기 중에 인하 사이클을 시작할 걸로 봅니다.”-내년 1, 2분기에 금리 인하가 시작된다고요?“사실은 1분기 말 정도부터 인하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렇게 보는 이유는 미국 중소은행들이 좀 위험하거든요. 미국 중소은행들이 지금 예금금리를 계속 높이고 있어요. 그렇지 않으면 뱅크런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자본 운용 상태가 좀 안 좋아지고 있는데요. 복기해보면 2019년 미국 중소은행들의 지급 준비금이 감소하면서, 은행끼리 주고받는 1일짜리 금리가 갑자기 8~10%로 급등했던 적이 있어요. 은행의 자금 조달이 잘 안돼서 금리가 급등한 건 굉장히 이상한 일이거든요. 그래서 그때 연준이 ‘보험성 금리인하’를 갑자기 시작했습니다(2019년 7월, 9월, 10월 연달아 금리 인하). 그런 경험을 반추해봤을 때 올해 1분기부터는 ‘보험성 인하’라는 이름으로 인하를 시작하지 않을까 합니다.”채권 매수 적기는? 바로 지금!-그럼 채권 투자 기회의 문이 다시 닫히게 되는 걸까요? 채권에 투자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저는 지금이 굉장한 매수의 적기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금리가 높아져 있을 때 채권을 사놔야 만기까지 보유할 때 받을 금리를 확정시킬 수 있으니까요. 또 (금리가) 내려갈 때는 채권의 평가이익까지 발생할 거고요.”-지금 들어가야 하나요?“올해 11월이면 그땐 연준의 마지막 최종금리를 명확하게 확인할 거고요. 그때부터 시장금리는 내려갈 겁니다. 시장금리는 연준이 인하해주는 시점까지 기다리지 않아요. ‘앞으로는 인하지’라면서 시장금리가 먼저 내려가는데요. 그런데 컨센서스(일치된 의견)가 형성되면 금리가 내려가는 시점이 당겨질 수도 있습니다. ‘11월부터 내려갈 테니까 그전에 미리 사야지’라는 움직임 때문이죠.그런데 금리가 내려도 예전처럼 화끈하게 내려가서 캐피탈 게인(채권을 만기 전에 팔아서 얻는 양도차익)이 엄청 커지는 장이 오진 않을 거예요. 완만한 경기침체 또는 소프트랜딩이 쭉 이어지는 장이라면, 금리가 내려가는 선도 정해져 있으니까요. 따라서 투자 시점을 잘못 선택하면 캐피탈 게인이 안 생길 수 있습니다. 만약 개인이라면 그냥 만기까지 계속 들고 가는 게 좋다고 봅니다.”-채권가격 상승(금리 하락)을 기대하기보다는 그냥 만기까지 보유해서 쿠폰금리를 얻는 전략이 낫겠군요.“네. 그러면 좋다고 보고요. 또 지금 일부 헤지펀드에선 ‘앞으로 금리가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할 거다’라고 주장하잖아요. 만약 그런 전망이라면 그땐 종목을 바꿔야겠죠. 국채가 아닌 회사채 쪽으로요. 금리를 좀 높게 고정시키고 대신 만기는 줄이는 겁니다. 요즘 회사채를 보면 발행이 잘 안되다 보니 금리가 좀 높은 게 있거든요.”-요즘 회사채는 금리가 어느 정도로 발행되나요.“천차만별이지만, 잘 찾아보면 캐피탈사인데 6~7%대인 게 있습니다. 모 회사가 튼튼한 경우라면 그런 회사채로, 대신 만기를 좀 짧게 가져가는 것도 방법입니다.-그동안 채권 투자에 관심 가지고 공부하셨던 분들이 마지막 화력을 집중해야 하는 시기로군요. 작년 이맘때부터 개인투자자들의 채권에 대한 관심이 정말 많이 높아졌더라고요.“유튜브나 블로그를 보면서 놀랍니다. 아마추어인데도 깊게 보시고, 시각도 새로운 분들이 정말 많더라고요. FOMC 회견을 새벽에 라이브로 보면 한국인들이 댓글을 진짜 많이 달아요.”-뭐라고 다는데요?“한글로 ‘파월 허튼소리 하지 마라’ 이런 식으로요. 재미있었던 건 어떤 사람이 영어로 ‘영(young)’을 쓰고 다른 사람이 ‘차(cha)’를 쓰는 거예요. ‘영차영차’라며. 그걸 보던 외국인들이 ‘이건 무슨 뜻이지’라며 혼란에 빠지는 걸 보고 웃었던 기억이 있어요. 그런 걸 보면 정말 한국 사람들이 투자 공부하는 걸 좋아한다는 생각이 들죠.”-채권이나 금리 공부도 한번 빠지니까 재미있나 봐요.“그런데 하나에 꽂히면 거기에 너무 매몰돼서 돈의 큰 흐름을 지나치게 미시적으로 보게 되는 위험도 있는 것 같아요. 주식 종목은 하나에 꽂혀서 다 같이 끌어올리면 다 같이 해피하게 끝날 수도 있는데요. 채권은 그렇지 않고, 글로벌 자금의 의사결정에 따라 금리가 결정되거든요. 자칫 혼자 거꾸로 생각하게 될 수가 있죠. 구조적이고 유기적으로 생각하는 게 좀 필요하겠습니다.”By.딥다이브한국뿐 아니라 미국 개인투자자들도 요즘 채권에 대한 관심이 크다고 하죠. 미국 국채 ETF에 투자한 서학개미들도 엄청 많고요. 그만큼 미 연준 통화정책과 금리 전망에 대한 관심이 큽니다. 허정인 애널리스트와의 인터뷰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4.3%까지 치솟았습니다. 미국 경제가 버틸 수 있는 마지노선에 거의 다 왔다고 할 수 있죠. 내년엔 미국 기업의 이익 마진이 감소하면서 해고가 늘고 실업률이 상승하는 ‘마일드한 리세션’ 가능성이 큽니다. -고금리로 미국 중소은행은 자본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이르면 내년 1분기에 미 연준이 2019년처럼 ‘보험성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전망합니다. -시장금리는 기준금리보다 먼저 움직입니다. 11월이면 미국 금리의 정점이 확인되면서 장기물 금리가 내려가기 시작할 겁니다. 채권 투자를 생각하는 투자자에겐 지금이 기회입니다. *이 기사는 19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2023-09-20 10:00
FOMC 앞둔 뉴욕증시, 강보합…국제유가는 또 연중 최고치[딥다이브]미국 뉴욕증시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차분한 분위기입니다. 18일(현지시간) 3대 지수는 모두 강보합세로 마감했는데요. 다우지수 0.02%, S&P500 0.07%, 나스닥 지수는 0.01% 상승했죠. 이번 FOMC 회의에서 연준은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CME(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에 따르면 선물시장은 연준이 9월에 금리를 동결할 확률을 99%로 보고 있죠. 대신 시장이 관심 있는 건 점도표입니다. 연준 위원들이 향후 금리가 어떤 궤적을 그릴 것으로 예측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이죠. 특히 시장에선 내년 기준금리가 어떻게 움직일지에 대한 관심이 큰데요. 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의 그레그 아벨라 CEO는 월스트리트저널에 “연준이 실제로 언제 금리 인하를 고려하는지, 상황은 어떤지 알아보기 위해 사람들이 이 회의를 지켜볼 것”이라고 말합니다.연준이 점도표에서 매파적인 입장을 유지할 거란 전망도 나옵니다. JP모건자산운용의 데이비드 켈리 수석 글로벌 전략가는 블룸버그에 “연준은 아마도 2023년 한차례 금리 인상이 예정돼 있고, 향후 2년에 걸쳐 매우 느린 완화를 예상할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연준 위원들이 ‘완만한 인하’ 계획을 세우더라도 경기 침체로 인해 실제론 그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이날 국제유가는 또 뛰었습니다. 국제원유 벤치마크인 북해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50센트(0.53%) 오른 배럴당 94.43달러로 마감했습니다. 올해 최고치를 경신했죠. 지난 3월과 비교하면 30% 넘게 상승한 겁니다. 이제 유가가 100달러를 찍을 날이 머지않았다는 분석이 곳곳에서 나오는데요. 미국 셰브론의 마이크 워스 CEO는 이날 유가가 곧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예측했고요. 컨설팅사 에너지 어스펙트의 암리타 센 연구원 역시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현재 펀더멘털은 매우 강력하다”면서 “평균 100달러를 넘진 않겠지만 잠시 동안 100달러까지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설사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더라도 그 기간이 길진 않을 거란 전망도 나옵니다. 씨티그룹의 에드 모스 애널리스트는 이날 보고서에서 “지정학이 유가를 잠깐 100달러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우리는 계속해서 점진적인 완화를 목격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OPEC+ 동맹 외부의 국가, 즉 미국∙가이아나∙브라질 같은 국가들이 몇 달 안에 원유 공급을 늘릴 거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By.딥다이브 *이 기사는 19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기자 haru@donga.com}2023-09-19 08:00
놀라운 ‘디지털 인디아’… 정부가 직접 온라인쇼핑 판 깔았다[딥다이브]중국보다 많은 14억명의 세계 1위 인구 대국이자, GDP 기준 세계 5위의 경제 대국. 요즘 인도가 가장 유망한 신흥국 중 하나로 주목받습니다. 특히 인구가 젊기 때문에(중위 연령 28세) 소비시장이 빠르게 성장한다는 점이 큰 기회요인이죠.이런 성장의 중심엔 모디 정부의 ‘디지털 인디아’ 정책이 있습니다. 정부가 직접 나서서 스마트폰을 통한 ‘모바일 혁명’을 속도감 있게 이끌고 있는데요. 디지털에 진심인 인도 정부는 최근엔 직접 나서서 ‘수수료 제로’의 온라인 쇼핑 판을 깔아버렸습니다. 아마존·월마트 같은 외국 플랫폼이 장악한 전자상거래 시장에 정부가 도전장을 내밀었죠. 인도의 국가 주도 모바일 혁명을 딥다이브 해보겠습니다.*이 기사는 15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수수료 제로’의 온라인 쇼핑“다음부터는 조마토에서 주문하지 마세요! ONDC와 조마토의 음식 가격 차이는 충격적입니다. 최대 50%까지 차이 납니다!”지난 5월 구독자 수 300만명이 넘는 인도의 유명 유튜버가 이런 트윗을 올렸습니다. 인도의 대표 배달앱 조마토(Zomato)나 스위기(Swiggy)와 비교할 때 ONDC에선 훨씬 싸게 주문할 수 있다는 ‘재테크 꿀팁’이었죠. 바로 ‘ONDC는 어떻게 이용하느냐’는 댓글이 줄을 이었는데요. 비슷한 트윗이 이어지고 관련 기사까지 쏟아져 나오면서 ONDC가 인도 소비자들의 큰 관심거리로 떠올랐습니다.여기까지만 보면 ONDC가 인도의 새로운 배달앱인가 하실 텐데요. ONDC는 앱이 아닙니다. 그 어떤 플랫폼도 아니죠. 그럼 뭐냐. ‘Open Network for Digital Commerce’, 즉 디지털 상거래를 위한 개방형 네트워크입니다.인도 정부 주도로 만든 ONDC는 지난해 9월 일부 지역에서 시범 운영을 시작했는데요. 온라인 쇼핑 세계를 통합하는 거대한 연결망이라고 보면 됩니다. 수십 개의 쇼핑 앱을 하나로 묶어서, 구매자·판매자가 어떤 앱을 이용하든 상관없이 물건을 사고팔 수 있게 판을 깔아준 겁니다. 예컨대 소비자가 페이티엠(Paytm)이든 마이스토어(Mystore)이든 어떤 앱이나 접속해도 ‘ONDC’ 카테고리만 선택하면 여기 연결된 판매자들 제품을 주문할 수 있습니다. 한국으로 비유하자면 무신사와 쓱닷컴에서 판매 중인 제품을 토스 앱에서 구매할 수 있게 하는 것과 비슷하죠.ONDC로 온라인 주문할 수 있는 품목은 엄청나게 다양합니다. 옷이나 생활용품은 물론 음식 배달과 택시(삼륜차) 서비스까지 가능하죠(도시마다 이용 항목이 다름). 특히 음식 주문과 택시 분야에서 ONDC가 상당히 주목받고 있는데요. 배달앱 조마토와 스위기는 물론, 인도 차량공유 서비스의 지배적 사업자인 우버(Uber)와 올라(Ola)의 지위까지 조금씩 흔들리는 분위기가 감지됩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ONDC는 현재 수수료가 공짜이기 때문입니다.온라인 쇼핑몰이 판매자에게서 떼는 수수료 비율은 상당하죠. 인도에서 배달앱의 경우엔 수수료율이 25~30%라는데요. 이걸 공짜로 했으니 엄청난 메리트인 겁니다. 다만 수수료가 앞으로도 쭉 제로인 건 아닐 겁니다. 비영리조직인 ONDC는 지금 주주(주로 은행들) 자금으로 운영되는데요. ONDC 측은 언젠가는 운영 자금 마련을 위해 수수료를 받을 수 있을 거라고 밝혔습니다. 물론 그래도 일반 쇼핑몰보다는 훨씬 낮을 겁니다.탈아마존=전자상거래의 민주화?인도 정부는 왜 이렇게까지 전자상거래에 진심일까요. ONDC를 출시하면서 정부가 내건 슬로건은 ‘전자상거래의 민주화’였습니다.인도의 전자상거래 시장은 빠르게 성장 중입니다. 이미 세계 7위 규모이죠. 온라인 쇼핑 이용자는 2억2000만명으로 추산됩니다. 스마트폰 확산에 힘입어 2019년 이후 7배로 늘어났죠.급성장 중인 이 시장에서 가장 큰 업체는 플립카트(Flipkart)와 아마존(Amazon)입니다. 지난해 시장점유율이 각각 48%와 26%로 합치면 74%나 되죠. 플립카트는 지난 2018년 월마트가 인수했습니다. 사실상 월마트와 아마존이란 미국 기업이 인도 전자상거래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겁니다.외국 기업이 온라인쇼핑 시장을 장악하면 민주화에 저해될까요? 인도 정부 판단으론 그렇습니다. 현재 시장은 약탈적 가격 책정과 편향된 알고리즘 때문에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에 불리하다고 보는 건데요. ONDC라는 ‘공정한 경쟁’의 판을 만들어서 인도의 1억 개 중소기업을 전자상거래 세상으로 끌어들이겠다는 전략입니다.상당히 이상주의적 발상인데요. 힌두스탄타임스는 기사에서 이렇게 설명합니다. “소규모 가내수공업 민속 의류 제조업체가 ONDC 네트워크에 들어오면 기존 온라인쇼핑 플랫폼이 부과하던 막대한 수수료 없이 전 세계 고객에게 다가갈 수 있습니다.”하지만 아직은 어디까지나 이상일 뿐이죠. 주문량이 하루 평균 1만3000건, 등록된 판매자 수는 3만9000명 정도로 아직은 규모가 크진 않습니다. 과연 ‘네트워크 효과’를 일으킬 정도로 사용자 수가 증가할 수 있는지는 두고 봐야 하죠.플립카트나 아마존과 비교할 때 약점도 뚜렷합니다. 사실 온라인 쇼핑 앱을 선택할 땐 싸고 좋은 물건이 많으냐도 중요하지만 앱이 쓰기 편한지, 할인 혜택 등 이벤트가 많은지도 중요하거든요. ONDC는 이 부분에서 민간 유통사에 비해 취약할 수밖에 없습니다.이거 혹시 한국의 공공배달앱처럼 되는 것 아닐까라는 생각이 사실 드는데요. 정부가 만든 서비스가 민간 영역, 그것도 온라인 유통이라는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시장에서 과연 경쟁력이 있을까요. 하지만 의외로 인도에서는 ONDC가 어쩌면 전자상거래 시장의 판을 바꿀지 모른다는 기대감이 꽤 있습니다. 이미 인도 정부가 디지털 시장에 뛰어들어서 대성공을 거둔 경험이 있기 때문이죠. 바로 인도인의 결제 생활을 혁명적으로 업그레이드시킨 UPI(Unified Payments Interface)입니다.모바일 결제는 단연 세계 1위인도에서는 거리 곳곳에서 OR코드를 만날 수 있습니다. 길거리 이발소 옆 나무에도, 과일 노점상 카트나 담배 가판대 위에도 OR코드가 붙어있죠. 현금 대신 스마트폰으로 OR코드를 찍어 결제하라는 겁니다.이 QR코드를 이용한 모바일 결제를 가능하게 한 시스템이 UPI입니다. 인도 중앙은행 산하의 국립결제공사가 2016년 출시했죠. 은행 계좌만 있으면 누구나 실시간으로 돈을 주고 받을 수 있게 했는데요. 한국의 토스나 카카오페이 결제와 비슷합니다.UPI를 이용한 결제 건수는 지난 8월 100억 건을 돌파했습니다. 올 1월에만 해도 80억 건이었는데 불과 몇 달 새 25%나 급증했죠. 인도에선 이미 3억명의 개인과 5000만 개의 가맹점이 UPI 시스템을 사용 중입니다. 참고로 UPI를 포함한 실시간 디지털 결제 건수에서 인도는 단연 세계 1위(중국의 약 3배)이죠. 인도 상인들이 UPI 결제를 선호하는 건 간편하기 때문입니다. UPI 결제를 위해 상인들이 필요한 건 QR코드를 인쇄한 종이뿐입니다. 비싼 POS 단말기 같은 건 필요 없죠. 게다가 결제가 완료되면 스마트폰 음성 서비스로 얼마가 입금됐는지 바로 알려주기 때문에 현금 세는 것보다 편리합니다.게다가 무엇보다 UPI는 수수료가 공짜입니다. 소비자와 판매자 모두 수수료를 내지 않죠. 대신 정부가 은행에 UPI 서비스 관련 보조금을 지급하는 식으로 운영합니다. UPI가 신용카드를 제치고 인도의 디지털 결제 시장을 평정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죠(디지털 결제 시장의 69% 차지). UPI는 인도를 단번에 ‘현금 없는 사회’로 진입하게 한 결제 혁명이었습니다.닐레카니는 다 계획이 있다인도 정부는 어떻게 UPI와 ONDC 같은 대담한 디지털 공공 인프라 구축을 구상하고 실행에 나섰을까요. 그 뒤에는 인도의 IT 거물, 난단 닐레카니 인포시스 회장(공동 창업자, 2002~2007년 CEO 재임)이 있습니다.인도 정부는 2009년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생체인식 ID 시스템 ‘아드하르(Aadhaar)’를 도입했는데요. 아드하르 개발을 위한 정부 기관의 수장을 맡아 이를 진두지휘한 주역이 바로 닐레카니 회장이었습니다. 아드하르는 한국의 주민등록증에 홍채 스캔을 추가한 건데요. 당연히 도입 당시 개인 사생활 침해라는 엄청난 반대 여론이 들고 일어났죠. 하지만 이를 뚫고 지금은 인도의 성인 99%가 아드하르 식별번호를 보유 중입니다.아드하르는 인도 디지털 혁명의 시작이었습니다. 이게 있었기 때문에 인도의 은행 계좌 보유율이 9년 만에 20%에서 80%로 뛰었고요. 덕분에 QR 결제 같은 모바일 결제가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겁니다.이후에도 닐레카니 회장은 모디 정부의 굳건한 신임을 얻으며 기술적 조언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UPI 도입과 ONDC 설립 역시 그의 작품입니다.인도의 미래 비전을 기술로 구현해 낸 닐레카니 회장은 인도에서 큰 존경 받는 인물입니다. “세계가 인도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을 변화시킨 인물”이라는 찬사를 받을 정도인데요. 세계를 놀라게 했던 그의 이전 대형 프로젝트처럼 ONDC 역시 새 역사를 쓰게 될까요. 결과는 지켜봐야겠지만 적어도 ‘닐레카니가 하는 일이니까 이번에도 왠지 잘 될 것만 같다’는 기대가 있는 건 사실입니다.닐레카니 회장은 지난 6일 한 연설에서 ‘디지털 인디아’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인도는 모바일 솔루션과 디지털 자본을 통해 ‘오프라인 비공식 저생산성 경제’에서 ‘온라인 공식 고생산성 경제’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20년 동안 인도 경제는 엄청난 ‘공식화’를 이룰 겁니다.” 인도엔 20년 앞을 내다보고 움직이는 기술 리더십이 있습니다. 그게 바로 인도의 강점이 아닐까 싶군요. By. 딥다이브인도의 모바일 혁명 이야기는 지난해 10월에도 전해드린 적 있죠(). 오늘은 좀더 자세히 들여다봤는데요.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인도 정부가 수십개의 쇼핑몰을 하나로 연결하는 ‘ONDC’라는 이름의 거대 온라인 쇼핑 네트워크를 깔았습니다. 아마존과 월마트가 장악한 인도 전자상거래 시장을 민주화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참여시키겠다는 구상입니다. -‘수수료 제로’의 온라인 쇼핑에 소비자들은 환호합니다. 아직 규모는 작지만 과거 정부 주도의 디지털 혁신처럼 이번에도 판을 바꿀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이미 인도 정부는 생체인식 인증 시스템인 ‘아다하르’와 OR코드 결제 시스템 ‘UPI’를 성공시켜 세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이를 진두지휘했던 난단 닐레카니 인포시스 회장이 ONDC도 밀고 있는데요. 강력한 기술 리더십을 가진 인도의 ‘디지털 인디아’ 스토리는 계속될 겁니다.*이 기사는 15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기자 haru@donga.com}2023-09-16 10:00
ARM, 상장 첫날 25% 급등…IPO시장이 살아난다[딥다이브]반도체 설계업체 ARM의 성공적인 뉴욕증시 데뷔가 주식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었습니다. 14일(현지시간)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일제히 상승했습니다. 다우지수 +0.96%, S&P500 +0.84%, 나스닥지수 +0.81%. 올해 기업공개 시장의 최대어 ARM이 이날 드디어 나스닥 시장에 데뷔했습니다. 첫날 주가는 24.69% 폭등. ARM 시장가치는 652억 달러로 불어났습니다. 외신에선 “ARM을 소유한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의 승리”라고 표현합니다. ARM의 공모가 상단은 주당 51달러였는데요. 블룸버그에 따르면 전날 IB 관계자들은 수요가 많다며 공모가를 더 높게 책정하자고 주장했지만, 손정의 회장 의견은 달랐다고 합니다. 1억 달러의 추가 수익을 얻기 위해 공모가를 높여서 데뷔 첫날의 성적을 위험하게 만들 필요는 없다고 본 건데요. 소프트뱅크는 여전히 ARM 지분의 90.6%를 소유하고 있죠. 이날의 주가 급등으로 지분가치가 약 120억 달러 증가했습니다.이번 ARM 상장은 전기차업체 리비안의 2021년 11월 초 상장 이후 미국에서 가장 큰 IPO였습니다. 이번 상장이 침체에 빠지다 못해 얼어붙었던 IPO 시장이 되살아나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지는데요. 다음 주 공모를 앞두고 있는 미국 식료품 배달회사 인스타카트(Instacart)와 마케팅 자동화 플랫폼 클라비요(Klaviyo)에도 좋은 징조입니다. 자산운용사 거버 카와사키의 로스 거버 CEO는 블룸버그에 “이것은 사이클의 시작일 뿐이며 ARM은 앞으로의 일에 대한 훌륭한 신호”라며 “소프트뱅크가 인기를 얻고 투자자를 끌어들일 수 있도록 가격 책정을 현명하게 했다”고 말했죠. 그렇다고 2021년 같은 IPO 버블 시절로 돌아간다는 뜻은 아닙니다. 여전히 시장금리가 너무 높기 때문이죠. 페더레이티드 헤르메스의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조던 스튜어트는 로이터에 “투자자들이 분별력이 있을 뿐 아니라, 바이오텍 같은 일부 섹터는 통화정책이 바뀔 때까지는 IPO 시장에 나오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이날 발표된 미국의 경제지표는 예상보다 좋았습니다. 8월 소매판매는 휘발유 가격이 오르면서 예상보다 많이 증가했고요. 8월 생산자 물가지수(PPI)는 전월보다 0.7% 상승해, 예상(0.4%)을 웃돌았습니다. 다만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PPI는 0.3% 상승하며 예상치와 일치했죠. 유가가 많이 뛰었지만 근원 물가는 안정적이란 뜻입니다. 투자자들은 이런 경제지표에도 연준이 다음 주 FOMC에서 금리를 올리는 일은 없을 거라고 봅니다. CME그룹의 페드와치에 따르면 시장은 9월 금리동결 확률을 97%로 보고 있죠. 시장은 9월 회의 결과보다는 그다음 11월 회의와 관련해 연준이 어떤 힌트를 내놓을지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By.딥다이브*이 기사는 15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2023-09-15 07:48
한국 정부는 왜 엔화로 돈을 빌렸을까(feat.환율 전망)[딥다이브]한국 정부가 지난주 사무라이본드(엔화 표시 채권)를 발행했다는 뉴스 보셨나요. 이게 무려 25년 만의 일이라는데요. 특히 국내거주자(해외교포 포함)가 아닌 해외 투자자를 대상으로 사무라이본드를 발행한 건 역사상 최초라고 합니다. 사실상 한국 정부가 일본 사무라이본드 시장에 데뷔한 셈이죠.그런데 한국 정부만이 아닙니다. 워런 버핏의 버크셔해서웨이와 인도네시아·필리핀 정부까지. 올해 들어 사무라이본드 발행이 줄 잇고 있는데요. 왜 지금 시점에 다들 엔화로 돈을 빌리려는 걸까요. 당연히 금리도, 통화가치도 저렴한 엔화로 돈 빌리기 좋은 시기이기 때문이겠죠. 그럼 엔화 가치가 다시 뛸 수도 있다는데, 혹시 리스크는 없을까요. 오늘은 사무라이본드와 엔화 환율 전망을 딥다이브 해보겠습니다. *이 기사는 12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일본서 불티나게 팔린 한국 외평채 기획재정부가 7일 700억 엔(약 5억 달러) 규모의 엔화 표시 외평채를 발행했습니다. 3년, 5년, 7년, 10년 만기로 나눠 채권을 찍었는데요. 평균 발행금리(가중평균 기준) 0.70%, 3년 만기짜리 금리가 0.475%였습니다. 일본에서 최근 발행된 모든 사무라이본드 중 최저 금리였죠. 하긴, 대한민국 국가 신용등급은 무려 AA등급(S&P 기준). 일본(A+)보다도 두단계나 높다고요.그럼 흥행은? 그야말로 인기 폭발. 주관사 중 한 곳이었던 일본 현지 투자회사 담당자 A씨(익명을 요청함)와 11일 국제전화로 통화했는데요. 분위기를 이렇게 전합니다. “대형 기관투자자뿐 아니라 보수적인 지방 금융기관까지 엄청 활발하게 참여했습니다. 상상도 못 할 금액(의 주문)이 들어왔어요.”낯선 데 투자하기 꺼리는 일본 투자자들이 처음 보는 한국 외평채를 덥석 사들였다니, 좀 의외인데요. 다 이유가 있더군요. A씨는 “기재부가 로드쇼(투자설명회)에서 한국의 정부부채 비율(GDP 대비 48.7%)이 일본(GDP 대비 263.9%)보다 훨씬 낮은데도 ‘건전 재정’ 정책을 펼친다고 하자 일본 투자자들이 놀랐다”고 전합니다. 또 “신용등급이 높고, 일본 국채·지방채처럼 무위험의 투자자산이라는 점도 투자가 몰린 이유”라고 하죠. 한마디로 일본 국채 못지않게 믿고 투자할 안전자산이라 여겨 인기를 끈 겁니다.엔화로 돈 빌리면 뭐가 좋길래 그럼 한국 정부는 왜 이 시점에 사무라이본드를 발행했을까요. 정치외교적 해석(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서)이 당연히 나오는데요. 여기선 경제 논리만 따져보겠습니다.가장 큰 건 역시 금리이죠. 기획재정부는 보도자료에서 “전 세계적인 고금리 상황에서 금리가 낮은 엔화 표시로 외평채를 발행하여, 외화보유액 조달 비용을 절감했다”고 밝혔는데요. 지난 4월 워런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가 1600억 엔, 7월 프랑스 금융회사 BPCE가 1977억 엔어치 사무라이본드를 발행한 것도 마찬가지 이유입니다. 전 세계에 남은 유일 마이너스 금리 국가(일본 기준금리 –0.10%)라는 이점이 확실한 겁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사무라이본드 발행액은 8452억 엔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0% 가까이 증가했죠. 마침 지금이 역대급 엔저(엔화 가치 하락)라는 점도 비교적 긍정적입니다. 사무라이본드로 끌어모은 엔화를 정부는 어떻게 쓸까요. 모두 한국으로 들여오지만, 환전은 하지 않고 엔화로 운용한다고 합니다. 외화보유액에 속하는 엔화 자산이 되는 거죠. 만약 중간에 엔화 가치가 오른다면? 달러로 환산한 외화보유액 가치가 올라가는 효과가 있습니다. 또 만기 때 엔화 가치가 엄청 뛴다면? 이 역시 갖고 있던 엔화로 갚으면 되니까 별로 손해 볼 일은 없습니다.기재부 관계자는 “빌려온 엔화를 원화로 환전해서 운용하다 나중에 다시 엔화로 환전해서 갚아서 환차손이 생기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고 설명하죠. 쭉 엔화로 운용할 거기 때문에, 2008년 국내 중소기업과 병·의원들을 떨게 했던 ‘엔화 대출 폭탄’ 같은 일은 없을 거란 뜻입니다. 그 당시엔 너도나도 엔화로 빌린 돈을 원화로 환전해서 썼기 때문에 엔화 가치 급등기(100엔당 800원대→1500원대)에 충격을 고스란히 받았던 거죠. 금리와 환율 타이밍이 좋은 건 알겠는데, 엔화 자금이 지금 그렇게 필요한가라는 의문은 남습니다. 외화자금 시장에서 엔화를 구하기 어려워 동동거릴 일이 생길 정도로 국내 기업의 수요가 많은 건 아니니까요. 이에 대해 기재부 측은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앞으로 우리 기업들이 일본과 비즈니스 할 일이 점점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의미를 설명합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으로 반도체나 2차전지 같은 분야에서 한국과 일본 기업 간 협력이 늘어나지 않겠냐는 (아직은 막연한) 기대인데요. 이에 대비해 정부가 미리 길을 닦아놨다는 설명입니다. “만약 한국 기업이 앞으로 일본에서 엔화 표시 채권을 발행한다면 이번 외평채 금리가 기준점(벤치마크)이 될 것”이기 때문이죠. 지금도 간간히 사무라이본드를 발행하는 한국 기업이 있습니다. 대한항공의 경우 지난 6월에 3년 만기 채권 200억엔어치를 금리 0.76%로 발행했죠. 수출입은행 보증을 받은 덕분에 금리를 그래도 좀 낮출 수 있었다는데요. 일본 투자업계 A씨는 “이제 사무라이본드 시장에선 외평채 금리가 기준점이 된다”면서 “만약 대한항공이 지금(외평채 발행 이후) 발행한다면 6월보다 금리를 적어도 10bp(=0.1%포인트) 정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달러당 146엔… 엔저는 이제 끝물일까 제로금리·엔저인데다 한국 정부까지 나서서 판을 깔아줬으니, 그럼 기업들이 사무라이본드 발행을 늘리기 좋은 시점일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있습니다. 일본에서 사업을 하는 기업이냐 아니냐에 따라 다르죠. 앞에서도 언급했던 환율 문제 때문인데요.일본에서 사업이나 투자를 하는 기업이라면 환율을 그렇게까지 신경 쓸 필요 없습니다. 버크셔 해서웨이가 사무라이본드를 대량 발행한 것도 그걸로 일본 주식을 사기 위해서였습니다. 낮은 금리로 엔화를 빌려 일본 주식에 투자하면 일석이조입니다. 일단 이자가 싸서 좋고, 나중에 엔화 가치가 급등하더라도 주식 팔아서 빚 갚고 남는 수익에 대해 환차익까지 노릴 수 있으니까요.그런데 빌린 엔화를 원화나 달러화로 환전해서 쓰려는 경우라면 생각을 다시 해봐야 합니다. 지금 엔화 환율이 달러당 146엔대. 과연 이 역대급 엔저가 언제까지 이어질까요.엔화 가치가 바닥인 건 기준금리를 무지막지하게 올린 다른 나라와 달리 일본은 여전히 마이너스 금리(단기금리 –0.10%)를 고수하고 있어서입니다. 결국 다른 나라, 특히 미국 연준이 금리를 좀 내리거나, 아니면 일본은행이 통화 긴축으로 돌아서거나. 둘 중 하나이면 엔화 가치가 다시 뛸 수 있을 텐데요. 이와 관련해 지난 주말 놀라운 소식이 나왔습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가 요미우리신문과 단독 인터뷰를 했는데요. 거기서 “마이너스 금리 해제 이후에도 물가 목표(인플레이션 2%) 달성이 가능하다고 판단하면 (해제를) 할 것”이라고 발언했습니다. 게다가 그 판단 시기를 묻자 “연말까지 충분한 정보나 데이터를 갖출 가능성은 제로가 아니다”라고 말했죠. 완곡한 그의 발언을 좀 단순하게 요약하자면 ‘이르면 연말에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수도 있다’가 됩니다.이건 놀랍다 못해, 귀를 의심할 정도로 센 발언인데요. 올해 4월 취임 이후 내내 비둘기파적 발언(“끈질기게 금융완화”)만 내놓던 그가 느닷없이 매파적으로 돌아섰기 때문입니다. 일본은행은 장기국채 시장금리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뛰면 국채를 ‘무제한으로 매입’해서 금리를 끌어내리는 YCC(수익률곡선제어:Yield Curve Control) 정책도 아직 없애지 않았거든요(단, 10년물 국채금리 용인 상한선을 지난 7월에 0.5%에서 1.0%로 올림). 그런데 그보다 한단계 더 나아간 ‘기준금리 인상’을 벌써 총재가 입에 올리다니. 너무 진도가 빠르죠.일본의 통화정책 대전환이 드디어 시작된 걸까요. 아니면 지난주 엔화 가치가 너무 떨어지자 총재가 평소보다 발언 수위를 일부러 높인 걸까요. 아직은 의견이 분분한데요. 일단 시장은 잔뜩 긴장했습니다. 지난주 힘없이 떨어졌던 엔화 가치가 이 발언 이후 바로 반등했으니까요. 11일 오후 도쿄 외환시장에선 지난주 후반 달러당 148엔에 육박했던 엔화 가치가 한때 달러당 145엔대까지 올라섰습니다(환율은 하락). 앞으로는 어떨까요. 외환시장 전문가인 권아민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에게 11일 전화로 물어봤는데요. 그는 “우에다 총재가 직접 (금리 인상을) 말한 건 유의미한 변화”라며 “일본은행의 방향성은 분명히 긴축”이라고 말합니다. 다만 신중한 일본은행답게 그 속도는 느릴 걸로 내다봤는데요. 그는 “겨울의 수입 물가 동향을 체크한 뒤 내년쯤 의미 있는 변화, 예를 들어 YCC 상한선을 지금(1.0%)보다 더 올리는 식이 될 것”이라며 “금리 인상까지는 내년에도 좀 무리일 것 같다”고 설명합니다. 금리 인상은 없겠지만 일본은행이 국채 무제한 매입 정책을 사실상 포기하면서 내년엔 완만한 ‘엔고’로 갈 거란 전망이죠.‘미스터 엔’으로 불리는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전 대장성 차관 역시 ‘엔고’를 외칩니다. 그는 지난달 니혼게이자이신문 인터뷰에서 “연말엔 1달러=130엔 전후까지 (엔화 가치가) 상승할 수 있다”며 “당분간 완만한 엔고로 갈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그는 “(제조업의) 국제화가 잘 진행되고 있어서 이제 엔고가 일본 기업에 플러스”라는 일본 경제 낙관론도 함께 펼쳤습니다.사실 ‘내년엔 엔고’라는 얘기는 지난해에도 있었죠. 바닥이라고 보고 일찌감치 엔화 줍줍했다가 물려있는 국내 투자자들도 상당합니다. 다만 1년 전과 비교하면, 지금은 미국의 금리인상이 끝나간다는 전망까지 맞물리면서 엔화 강세 전환론이 좀더 힘을 얻는 분위기인데요. 엔화자산을 사려는 투자자이든 엔화로 돈을 빌리려는 채무자이든, 일본의 통화정책과 환율 변화에 예민해질 때입니다. By.딥다이브금리·채권·환율·통화정책. 기사로 쓸 때마다 참 쉽게 설명하기 어려운 주제로구나 싶긴 한데요(특히 환율이 내려가면 통화가치가 올라가는 것 때문에 더 헷갈림). 내 자산가치와 직접적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문제인 건 분명합니다.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한국 정부가 사무라이본드 700억엔어치를 발행했습니다. 보수적인 일본 투자자들이 대거 몰리면서 상당한 인기를 모았다고 합니다. 일본 국채 못지 않게 안전한 자산인데다, 한국의 낮은 정부 부채 비율이 특히 매력적이라고 여기기 때문입니다.-일본의 초저금리를 기회로 삼아, 버크셔 해서웨이 같은 기업은 물론 각 국 정부까지 엔화표시 채권 발행을 올해 들어 크게 늘리는 추세입니다. 엔화로 빌린 돈을 가지고 일본에서 사업이나 투자를 하는 경우라면 지금은 좋은 기회입니다.-하지만 환율 위험에 노출된 경우엔 지금 시점에 엔화로 돈을 빌리는 건 자칫 위험할 수 있습니다. 일본은행 총재가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언급하면서 통화정책 방향 전환 의지를 보이고 있는 시점입니다. ‘완만한 엔고’로 갈 거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이 기사는 12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2023-09-13 10:00
“한국, 신용도 높고 부채비율 낮아” 깐깐한 日투자자 마음 열었다[딥다이브]한국 정부가 지난주 일본에서 처음 발행한 사무라이 본드(엔화 표시 채권)가 큰 인기를 끈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높은 국가 신용등급과 낮은 정부부채 비율이 보수적인 일본 투자자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기획재정부가 700억 엔(약 6318억 원) 규모의 엔화 표시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을 발행한 건 7일. 25년 전 외환위기 당시 국내 거주자를 대상으로 엔화 외평채를 발행한 적은 있지만, 해외 발행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사실상 한국 정부의 사무라이 본드 시장 데뷔전이었다. 기재부와 주간사회사에 따르면 결과는 흥행 성공이었다. 글로벌 투자자와 일본 대형 투자기관은 물론이고 현지의 소규모 지방은행들까지 대거 주문을 냈다. 일본 지방 투자자들은 낯선 자산에 투자하길 꺼리는 보수적 성향이라 투자업계에서도 예상치 못했던 결과다. 이번 거래 주간사회사 중 한 곳인 일본 투자회사 관계자 A 씨는 “예전엔 상상도 못 했던 금액으로 지방 투자자들이 참여했다”고 놀라워했다. 이번 외평채 금리가 올해 일본에서 발행된 모든 사무라이 본드 중 최저 수준(3년물 0.475%)이란 점에서 더 의외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 외평채가 일본에서 인기를 끈 이유 중 하나는 높은 신용도다. 한국 국가신용등급은 AA(S&P 기준)로 A+인 일본보다 두 단계나 높다. 주로 일본 국채와 지방채에 투자해 온 일본 지방 금융회사들이 ‘일본 국채만큼 안전한 무위험 자산’이란 점에서 한국 외평채에 주목했다. 한국 정부의 건전 재정정책 기조도 투자자들을 안심시킨 요인이었다. A 씨는 “한국의 정부부채 비율이 일본보다 매우 낮은데도 한국 정부가 건전재정 기조로 가고 있다는 점이 일본 투자자들을 놀라게 했다”고 전했다. 한국의 정부부채 비율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48.7%, 일본은 263.9%다. 기재부 역시 좋은 타이밍에 성공적으로 엔화 외평채를 발행했다고 자평한다. 초저금리 발행으로 조달비용을 아낀 데다 마침 엔화 가치가 바닥권이기 때문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이번 외평채 발행으로 조달한 700억 엔은 모두 환전 없이 엔화로 계속 운용된다. 따라서 외화보유액 중 엔화 자산이 그만큼 늘어나게 된다. 만약 엔화 가치가 앞으로 오른다면 달러로 환산한 외화보유액 가치가 올라가는 효과가 있다. 만기 시점에 엔화 가치가 급등한다 해도 손해 볼 일은 없다. 기재부 관계자는 “빌려온 엔화를 원화로 환전해 운용한다면 나중에 엔화로 갚을 때 환차손이 생길 수 있지만, 엔화로 운용하기 때문에 환차손 걱정은 없다”고 설명했다. 기재부는 이번 외평채가 향후 국내 기업이 발행할 사무라이 본드의 ‘금리 기준점’이 될 것으로 내다본다. 외평채가 매우 낮은 금리로 발행됐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국내 기업의 발행금리도 떨어뜨리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사무라이 본드를 발행한 국내 기업은 많지 않은 편이지만, 최근엔 대한항공(6월)과 한국투자증권(7월)이 있었다. 일본 투자회사 관계자 A 씨는 “만약 대한항공이 지금 채권을 발행한다면 6월보다 금리를 적어도 10bp(=0.1%포인트) 정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기업들은 제로금리와 엔저를 기회로 삼아 사무라이 본드 발행을 크게 늘리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들어 사무라이 본드 발행액은 8452억 엔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0% 가까이 증가했다. 워런 버핏이 이끄는 투자회사 버크셔 해서웨이가 4월에 1600억 엔, 프랑스 금융회사 BPCE가 7월 1977억 엔어치를 발행한 게 대표적이다. 8일 한때 달러당 148엔까지 근접했던 엔화 가치는 이번 주 다시 146엔대로 소폭 상승했다(환율은 하락). 9일 “마이너스 금리 해제(기준금리 인상)도 선택지”라는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의 매파적 발언이 나온 영향이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일본은행이 긴축으로 방향을 잡은 만큼 내년엔 완만한 엔화 강세를 예상한다”고 말했다.한애란 기자 haru@donga.com}2023-09-13 03:00
모건스탠리 “테슬라 목표주가 400달러”…나스닥 1.14%↑[딥다이브]주가가 10% 급등한 테슬라가 뉴욕증시 상승세를 이끌었습니다. 11일(현지시간) 뉴욕 증시 3대 지수는 일제히 상승 마감했는데요. 다우지수는 0.25%, S&P500 0.67%, 나스닥지수는 1.14% 올랐습니다.이날 테슬라 주가(273.58달러)를 10.09% 끌어올린 건 모건스탠리 보고서였습니다. 유명 자동차 애널리스트 아담 조나스는 이 보고서에서 테슬라 목표주가를 250달러에서 400달러로 60%나 상향하고, 투자의견을 ‘비중 확대’로 바꿨죠. 테슬라가 도입하고 있는 슈퍼컴퓨터 ‘도조(Dojo)’가 테슬라 평가가치에 약 5000억 달러(약 664조원)를 더할 수 있다는 걸 그 이유로 꼽았는데요. 2021년 테슬라는 자체적으로 개발한 인공지능 프로세서를 공개하고, 이를 토대로 완전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슈퍼컴퓨터를 제작한다고 밝혔죠. 그리고 실제 지난달부터 이 자체 슈퍼컴퓨터 ‘도조’의 가동을 시작했습니다. 조나스 애널리스트는 테슬라가 자체 개발한 칩이 “엔비디아 칩에 비해 에너지 소비가 더 효율적”이라며 칭찬했는데요. 그는 “투자자들은 테슬라가 자동차회사인지, 기술회사인지 오랫동안 논쟁을 벌여왔다”면서 “우리는 둘 다라고 생각하지만 가장 큰 가치 동인은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수익”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회사로서의 테슬라의 가치에 이제 주목하란 겁니다. 이번 주는 전 세계 투자자들이 기다리고 있는 경제지표가 나올 예정입니다. 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보고서가 13일 나올 텐데요. 일단 에너지 가격이 많이 올랐기 때문에 14개월 만에 가장 큰 월별 상승이 예상됩니다. 시장에선 8월 CPI 결과가 ‘통화 긴축이 오래 유지될 수 있다’는 신호를 줄까 봐 긴장하고 있는데요. 당장 9월 19~20일 열릴 FOMC 회의에서 연준이 금리를 동결할 거라는 점은 기정사실화되고 있긴 하죠. 선물시장에서는 올해 11월 또는 12월에 연준이 금리를 한 번 더 올릴 확률을 40% 이상으로 보고 있습니다. 12일 애플이 캘리포니아 쿠퍼티노 본사에서 여는 ‘원더러스트(Wonderlust)’ 행사 역시 투자자들의 관심거리입니다. 이 자리에서 아이폰15를 공개할 예정이죠. USB-C타입 충전 포트를 쓰는 아이폰이 처음 공개되는 건데요. 무엇보다 과연 가격이 이전 모델보다 얼마나 뛸지에 관심이 쏠립니다. 지난주 중국의 ‘공무원 아이폰 금지령’ 여파로 급락했던 아이폰 주가는 행사를 하루 앞둔 11일엔 0.7% 상승세를 기록했습니다. By.딥다이브*이 기사는 12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2023-09-12 07:50
중국산 호랑이를 키운 독일 자동차 산업의 위기[딥다이브]독일 경제의 침몰이 글로벌 경제의 큰 이슈입니다. 다시 한번 ‘유럽의 병자(Sick man of Europe)’가 됐다는 평가까지 나오죠. 그 배경엔 여러 요인이 있지만(에너지·인구구조·IT취약 등), 상당 부분은 이 산업의 부진에 기인합니다. 독일 산업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자동차 산업이죠.독일 언론이 “전자제품과 사진 산업에 이어 독일의 또 다른 전통 산업(자동차)이 사라질 위기”라며 (다소 과장해서) 걱정할 정도인데요. 왜 지금 독일 자동차 산업이 위기냐고 묻는다면 그 답은 간단합니다. 전기차 전환이 너무 늦었기 때문에. 그렇다면 세계 최고의 자동차 생산 기술을 가진 독일은 어쩌다가 전기차에선 뒤처지게 된 걸까요. 판단 착오일까요, 능력 부족일까요, 아니면 둘 다일까요. 독일 자동차 산업의 위기론을 딥다이브 해보겠습니다.*이 기사는 8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독일이 키운 중국산 호랑이폭스바겐, 메르세데스 벤츠, BMW 같은 독일 자동차 기업들은 그동안 중국 덕을 톡톡히 봤습니다. 폭스바겐의 지난해 전체 판매량 중 40%를 중국이 차지할 정도니까요(벤츠는 36.8%, BMW는 33%). 10년 전(폭스바겐 31%, 벤츠 18%, BMW 14%)과 비교하면 중국 의존도가 상당히 높아졌습니다. 메르세데스 벤츠 그룹의 올라 칼레니우스 회장은 중국이 없는 독일 경제는 “완전한 환상”이라고 말한 바 있죠.문제는 그 중국 시장에서 독일차 지위가 급격히 흔들리고 있다는 겁니다. 2019년 23.6%였던 독일차의 중국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19.1%로 줄어들었죠. BYD(비야디) 같은 중국 자동차 기업들이 전기차를 앞세워서 빠르게 치고 올라왔기 때문인데요. 중국에서 많이 팔린 전기차 모델 톱 10에 독일차는 아예 없습니다(외국 브랜드는 테슬라뿐). 중국 전기차 시장에서 독일차는 고작 5%를 차지하는 후발주자입니다.이 대목에서 뼈아픈 부분은 중국에 자동차 제조 기술을 전수해준 게 바로 독일 기업이란 점입니다. 그동안 외국 자동차 기업이 중국 시장에 진출하려면 반드시 중국 기업과 합작회사를 설립해야 했죠(합작투자 의무는 지난해 1월에야 폐지됨). 중국 정부는 기술 이전과 부품의 현지 조달도 요구했습니다.폭스바겐(1984년 합작사 설립)을 필두로 독일차 기업은 중국에 합작사를 설립하고 진출했습니다. 초기 단계였던 중국시장의 잠재력을 보고 과감하게 뛰어들었죠. 그 덕분에 독일차는 중국시장 성장의 수혜를 톡톡히 누렸는데요. 수십 년이 지난 이젠, 그 합작투자가 부메랑이 돼 돌아왔습니다. 그동안 엄청난 양의 지식 이전이 이뤄진 겁니다. 그 결과 “중국 제조업체 차량은 기술과 품질 측면에서 비난의 여지가 전혀 없다”는 독일 언론의 평가까지 나오는데요.독일 기업도 이를 알고 있습니다. BMW 대변인은 언론에 이렇게 말합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에선 합작회사 설립이 의무였습니다. 특정 핵심 부품 개발도 마찬가지였고요. 물론 개발과 생산 노하우는 중국으로 흘러갔습니다.”결과적으로는 전략적 실수였지만 이를 돌이키기엔 너무 늦었습니다. 익명의 메르세데스 벤츠 관계자는 언론에 이렇게 털어놨습니다. “(중국으로의) 지식 이전은 어리석었습니다. 장기적으로 볼 때 독일 제조업체들은 스스로 무덤을 팠습니다.”소프트웨어 개발은 산으로 가고독일 자동차는 하드웨어적으로 훌륭합니다. 뛰어난 주행성능과 제동 능력, 그리고 내구성까지 갖췄죠. 그런데 전기차 시대엔 ‘좋은 차’의 기준이 바뀌었습니다. 전기차는 기계적으로 아주 단순하거든요. 내연기관차는 움직이는 부품이 2000개인데, 테슬라 모델S는 18개뿐이죠. 전기차에서 기계적 정교함보다 훨씬 더 중요한 건 배터리 성능, 그리고 소프트웨어 기술력입니다.배터리 기술에 있어서 독일은 가진 게 없습니다. 이 부분은 중국(그리고 한국)과는 아예 상대가 되지 않으니 일단 넘어가고요.그나마 애썼던 게 소프트웨어입니다. 폭스바겐 그룹은 기존 전기차 플랫폼(MEB)을 대체할 차세대 플랫폼(SSP)를 개발 중이죠. 기존 소프트웨어는 ‘재앙’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여러 문제점(교통 감지 시스템 결함으로 인한 급제동, 디스플레이 오류)을 노출시켰는데요. 새 소프트웨어 개발로 이를 돌파해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까지 구현한다는 계획이었습니다. 이를 이용한 새 전기차인 아우디 ‘아르테미스’를 2025년, 폭스바겐 ‘트리니티’를 2026년 출시한다고도 밝혔죠. 특히 트리니티 프로젝트는 폭스바겐 그룹을 구할 ‘게임체인저’가 될 거란 기대를 받기도 했는데요.그런데 웬걸. 이 프로젝트가 최소 2년 이상 지연될 거란 사실이 지난해 말 알려졌습니다. 소프트웨어 자회사 카리아드(Cariad)가 그동안 예산만 초과 지출하고 개발은 제대로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카리아드는 폭스바겐 그룹 내 흩어져있던 개발인력와 테슬라·IBM 출신 외부 인력까지 6000명을 한데 모아 2020년 설립한 회사입니다. ‘2025년까지 차량 소프트웨어의 60%를 직접 개발한다(현재는 약 10%)’는 야심찬 목표로 출범했는데요.모아놓은 개발자들은 시너지를 내긴커녕 문화적 충돌만 일으켰습니다. ‘카리아드 문제 중 10%만 기술적 문제이고 90%는 문화적인 문제’라는 지적이 나올 정도였는데요. 결국 올해 5월 카리아드 CEO를 포함한 경영진 3명이 해고당합니다.기계 중심의 독일 자동차 회사가 소프트웨어를 자체 개발하는 건 무리인 걸까요. 액센추어의 자동차사업부 책임자 악셀 슈미트는 이렇게 말합니다. “하드웨어 관점에서 그들(독일차 제조사)이 훌륭한 자동차를 만든다는 점을 의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120년 된 자동차 브랜드가 소프트웨어에 필요한 복잡성과 품질을 감당할 수 있을까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따라잡자, 차이나 스피드“지붕이 불타고 있다.”폭스바겐 브랜드 CEO인 토마스 셰퍼가 지난 7월 관리자 2000명과 진행한 내부 회의에서 한 발언입니다. 이후 독일 언론이 ‘자동차 산업 위기론’을 전할 때 꼭 넣는 단골 인용 문구가 됐는데요. 아주 급박한 위기 상황이란 경고입니다.셰퍼 CEO가 그 회의에서 주문한 건 두가지입니다. 비용을 대폭 절감하고(향후 3년 동안 112억 달러 지출 절약), 더 빠르고 유연해져라(“우리 구조와 프로세스는 너무 복잡하고 느리며 유연성이 없다”).전기차를 싸게 만드는 건 중국의 특장점이죠. 최근 UBS가 중국 제조업체 BYD(비야디)의 2022년형 씰(Seal)을 직접 분해해서 그 분석 결과를 담은 보고서를 냈는데요. 차량 부품의 75%가 BYD 자체 제작이었다고 하죠. 그 결과 BYD 씰이 테슬라 모델3과 비교해 15%, 폭스바겐 ID3 대비 30%의 비용 우위를 가지는 걸로 나타났습니다.비용뿐 아니라 속도 면에서도 중국 기업은 압도적인데요. 맥킨지에 따르면 중국에서 전기차 새 모델을 개발해 출시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유럽(4년)의 절반인 2년에 불과합니다. 중국 브랜드가 매년 70여 종의 신형 전기차 모델을 내놓을 수 있는 이유이죠.더 싸게, 더 빠르게. 중국이 만들어 놓은 이 기준을 따라가지 못하면 전기차 대중화 시대에 도태될 거란 위기의식이 커집니다. 폭스바겐 그룹의 올리버 블룸 CEO는 최근 열린 뮌헨 IAA에서 “중국은 우리에게 피트니스 센터가 되었다”고 표현했죠. 중국 전기차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차이나 스피드’에 맞춰야 한다는 뜻입니다. 고급 차량을 정교하게 만들어 비싸게 파는 데 익숙했던 독일차 기업엔 상당히 도전적 과제가 아닐 수 없죠.물론 중국 전기차가 실제 독일차의 안방인 유럽까지 휩쓸게 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겁니다. 유럽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 브랜드 점유율은 8% 수준인데요. 최근 한 설문조사에서 독일인의 63%는 여전히 ‘중국 전기차 브랜드 구매를 고려하지 않는다’고 응답했습니다. 여전히 심리적 저항이 꽤 크죠.어떻게든 전기차로의 전환 속도를 늦춰서, 정면승부를 미루려는 업계의 움직임도 나타납니다. 올리버 집세 BMW CEO는 EU의 ‘2035년 내연기관 신차 판매 금지’라는 목표를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인물인데요. 그는 이번 IAA에서도 이 계획을 고수한다면 “(BMW 같은 프리미엄이 아닌) 기본 자동차 시장 부문은 사라지거나 유럽 제조업체에 의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독일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기후 정책 같은 비실용적인 정책에 대한 대중의 환멸이 커진 것과도 맥락이 통하죠. 독일에서만 200만 명 이상의 고용을 책임지는 자동차 산업의 미래가 달린 문제라서 그의 경고가 예사롭지 않게 들리긴 합니다. By.딥다이브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이렇게 완전히 판이 뒤바뀔 때 전통 기업이 발빠르게 갈아타서 그 지위를 유지하기란 역시나 참 어려운 일인가 봅니다.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자동차 업계의 전통의 강자, 독일 자동차 산업이 위기론에 휩싸였습니다. 전기차로의 전환에서 한참 뒤지면서 중국 시장 점유율이 떨어지는 추세이기 때문입니다. 중국 전기차 브랜드의 유럽 진출까지 본격화하면서 걱정은 더 커집니다.-‘합작 투자의 부메랑’을 맞은 셈입니다. 중국에 자동차 개발, 제조 기술을 전수해 준 당사자가 바로 독일 자동차 기업이기 때문이죠.-소프트웨어 분야의 약점도 노출됐습니다. 큰소리친 것과 달리 폭스바겐의 차세대 플랫폼 개발이 크게 지연되면서, 테슬라나 중국 브랜드와의 소프트웨어 격차는 더 벌어지게 됐습니다.-고급차를 비싸게 파는 데 익숙한 독일차 업계는 더 싸게, 더 빠르게 전기차를 만들 수 있을까요. 예상보다 훨씬 빨리 코앞으로 다가온 전기차 대중화 시대. 독일 기업이 부랴부랴 속도를 올리고는 있지만 결과는 예측불가입니다.*이 기사는 8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2023-09-09 10:00
애플 시총, 이틀 만에 253조원 증발했다[딥다이브]이 정도면 ‘애플 쇼크’입니다. 7일(현지시간) 애플 주가는 이틀 연속 급락해 시가총액이 1897억 달러(약 253조원)나 줄었습니다. 이 영향으로 이날 나스닥지수는 0.89%, S&P500은 0.32% 하락했습니다. 다우지수는 0.17% 상승으로 마감했고요. 애플 주가는 이날 2.92% 하락했습니다. 6~7일 이틀에 걸쳐 6.4%나 빠진 겁니다. 190달러에 육박했던 주가가 177.56달러로 밀려났습니다. 6일 월스트리트 저널은 중국 정부가 중앙부처 공무원의 아이폰 사용을 금지했다고 보도했죠. 이어 7일 블룸버그가 아이폰 사용 금지 조치가 중국 국영기업과 정부 관련 단체 직원들에게로 확대될 거라고 보도하면서 애플 주가는 급락을 면치 못했습니다. 중국은 애플의 전체 매출에서 약 19%를 차지하는 최대 시장일 뿐 아니라, 아이폰의 글로벌 생산기지입니다.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의 이런 행보가 화웨이와 틱톡에 대한 미국의 유사한 금지 조치에 대응하는 것으로 해석합니다. 두 나라 관계가 악화하면서 데이터 유출에 대한 우려가 커진 건데요. 동시에 국내 제조업체의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려는 경제적 동기도 작용했을 걸로 보입니다. 이번 조치는 화웨이가 5G 스마트폰 신제품 ‘메이트60프로’를 선보인 직후에 나왔습니다. 마침 애플이 신형 아이폰 발표를 다음 주로 앞둔 상황에서 악재가 터졌습니다. 그래서 궁금합니다. 애플의 아이폰 판매가 실제로는 얼마나 위축될까요? 이와 관련해서는 전망이 제각각인데요. 번스타인 애널리스트 토니 사코나기는 “모든 공무원에 대한 금지 조치로 인해 중국 내 아이폰 판매량이 최대 5% 감소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그는 “더 두려운 것은 이 금지령이 중국 시민들에게 국산 제품만 사용해야 한다는 신호를 주는 것”이라고 덧붙였죠. DA데이비슨의 톰 포르트 역시 “애플의 중국 내 판매 성장이 둔화할 수 있다”면서 “어려움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반면 워드부시증권의 대니얼 아이브스는 “아이폰 금지령의 영향은 지나치게 과장됐다”고 봅니다. 향후 12개월 동안 중국에서 판매될 것으로 예상되는 약 4500만대 아이폰 중 1% 수준인 50만대 미만에 영향을 미칠 거란 의견입니다. 에버코어ISI의 아미트 다리아나니 분석가 역시 “이미 중국 공무원들은 애플 제품을 기피하고 있었을 거기 때문에 이번 조치 여파가 불확실하다”고 밝혔습니다. 애플에 대한 우려는 다른 메가캡 기술주 주가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날 엔비디아 주가는 1.74%, 마이크로소프트는 0.89% 하락했죠. 호라이즌 인베스트먼트 CIO인 스캇 라드너의 말대로 “이로 인해 (중국 정부와 관계가 좋았던) 애플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면 누구도 안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By. 딥다이브*이 기사는 8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2023-09-08 07:50
역풍 직면한 해상풍력… 바람이 심상찮은 이유[딥다이브]바다 위에 서서 돌아가는 수십 개의 하얀 바람개비. ‘해상풍력’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입니다. 청량하고 웅장하면서 낭만적이기까지 한데요. 친환경 신재생 에너지의 대표 주자, 해상풍력 업계의 기류가 심상찮습니다.유럽과 미국에서 대형 프로젝트가 잇달아 중단되더니, 급기야 세계 최대 해상풍력 개발사 오스테드까지 미국 일부 프로젝트의 ‘포기 가능성’을 운운합니다. 2050년 글로벌 탄소중립과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까지. 순풍을 만난 줄 알았던 해상풍력 산업이 예상외로 난관에 부닥쳤는데요. 오늘은 역풍 만난 해상풍력을 딥다이브 해보겠습니다.*이 기사는 5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등골 오싹한 해상풍력 뉴스들지난달 30일 덴마크 기업 오스테드(Orsted) 주가가 25% 추락했습니다. 덴마크 기업 오스테드는 세계 1위 해상풍력발전 개발업체인데요. 이날 실적 발표에서 오스테드가 미국에서 진행 중인 해상풍력 프로젝트와 관련해 총 23억 달러(약 3조원)의 손상차손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매즈 니퍼 CEO는 “우리 기준에 맞는 가치 창출이 보이지 않는다면 (미국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그만둘 수도 있다”라고도 말했죠. 이대로 가면 너무 돈이 안 돼서 사업을 접어야 할지 모른다는 하소연입니다.이에 “오스테드 발표가 업계 관계자 모두의 등골을 오싹하게 만든다”(덴마크 시드뱅크의 주식분석책임자 야콥 페더슨)는 분석이 나왔죠. 1위 업체의 폭탄선언에 관련 업체들 주가도 줄줄이 내리막을 탔습니다.수주한 프로젝트에서 돈을 벌지 못하게 생긴 해상풍력 개발업체는 오스테드만이 아닙니다. 스웨덴 기업 바텐폴(Vattenfall)은 지난 7월 20일 영국 북해에서 진행하던 1.4GW 규모의 프로젝트 작업을 중단한다고 발표했죠. 계속 진행하는 것보단 지금까지 들어간 55억 스웨덴 크로나(약 6600억원)의 손실을 감수하는 게 낫다는 계산입니다. 안나 보르그 CEO는 “이 프로젝트를 계속하는 건 전혀 의미가 없다”고 말했습니다.스페인 기업 이베르드롤라(Iberdrola)는 지난달 미국 매사추세츠 해상풍력 프로젝트(1.2GW 규모) 계약을 철회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위약금 4800만 달러를 지불해야 했는데도 말이죠. 입찰 시점인 2021년 9월과 달리 지금은 수익성이 너무 떨어진다고 봤기 때문입니다.곳곳에서 해상풍력 프로젝트가 수익성 악화라는 암초에 걸리고 있습니다. 도대체 이 업계에 무슨 일이 있는 걸까요. 일단 첫 번째 이유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겁니다. 바로 금리인상과 인플레이션. 인플레이션 강풍에 휘청고금리와 고물가. 이미 1년 반 넘게 이어지고 있어 익숙한 이슈들인데요. 이게 도무지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문제가 쌓이고 쌓여서 이제 기업을 휘청거릴 정도가 된 건데요.해상풍력은 수주에서 완공까지 7~8년이 걸리는 프로젝트입니다. 사업비도 보통 수조 원 대에 달하고요. 초기 투자비가 워낙 많이 들다 보니 금리상승에 취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오스테드는 3조원으로 예상되는 미국 프로젝트 관련 손상액 중 거의 1조원이 이자율 급등 탓이라고 밝혔죠.게다가 모든 비용이 무섭게 뛰고 있습니다. 터빈 값도, 타워 값도, 하부구조물 값도, 인건비, 자재비, 공사비까지. 바텐폴이 지난 7월 성명에서 올해 들어서면 사업비용이 40% 뛰었다고 밝혔을 정도인데요. 특히 해상풍력 개발업체들이 주로 유럽 회사라는 점도 비용급증을 부추기는 요인입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공급망 차질 이슈가 여전하기 때문입니다.축구장만 한 블레이드의 문제그렇다고 외부 환경 탓만 할 건 아닙니다. 해상풍력 업계 스스로 공급망 차질을 자초한 부분도 있는데요. 대표적인 문제가 이겁니다. 축구장보다 더 길어진 터빈 블레이드.풍력발전기 효율성은 터빈 블레이드 길이와 관련이 큽니다. 길이가 더 길수록 한번 회전에 더 많은 전기를 생산해내죠. 그래서 기업들은 지난 10년 동안 경쟁적으로 블레이드 길이를 키웠습니다. 스코틀랜드 기업 SSE의 최신 터빈은 블레이드가 107m에 달한다죠. 축구장 길이(가로 105m)보다 깁니다.길어진 블레이드, 높아진 효율성 덕분에 지난 10년 동안 풍력 에너지 비용은 60%나 낮아졌습니다. 업계의 경쟁이 그동안 시장을 키우는 데 도움 된 건 분명하죠.하지만 이제 그만 커져야 할 때가 된 듯합니다. 터빈이 너무 크고 무거워져서 이를 감당할 선박도, 항구도, 크레인도 크게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즉, 업계가 공급망 차질로 동동거리게 된 데는 러-우 전쟁 못지않게 너무 길어진 블레이드 탓이 큽니다.글로벌 컨설팅기업 우드맥켄지에 따르면 전 세계 해상풍력 설치용 선박 중 약 절반은 최신 터빈 모델에 맞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를 교체하는 데는 막대한 투자비(약 130억 달러 추정) 못지않게 오랜 시간도 걸릴 거고요. 오스테드 역시 미국 프로젝트에서 큰 손실이 불가피한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선박공급 지연을 꼽았습니다.상황이 이렇다 보니 ‘크기 경쟁 그만하자’는 업계 목소리가 커집니다. 아예 터빈 크기 상한선을 정하자는 논의도 있는데요. 하지만 합의에 이를진 의문입니다. “만약 GE가 더 큰 터빈을 출시하면 지멘스 가메사는 즉시 이에 대응할 거고, 그럼 베스타스도 압력을 받게 될 것”(컨설팅사 브링크만 연구 책임자 사시 바를라)이기 때문입니다.더 많은 보조금만이 살길?공사비가 치솟아서 도저히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면 기업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사업을 접든지, 아니면 수익을 늘릴 곳을 찾아야겠죠. 그래서 지금 해상풍력 업체들과 환경단체들이 힘을 합쳐 요청하고 있습니다. 해상풍력에 더 많은 보조금을 달라고요.영국에선 지난해 해상풍력 개발업체들과 맺었던 15년 고정 전기가격을 올려주자는 논의가 나옵니다. 원칙엔 어긋나지만 인플레이션 등 달라진 상황을 반영해주자는 주장인데요.영국은 해상풍력 개발단지를 입찰할 때 전기를 얼마에 사줄지 그 가격을 미리 정해 계약을 맺습니다. 지난해 입찰 된 프로젝트들은 이 가격이 MWh(메가와트시)당 37.35파운드로 낙찰됐죠. 나중에 실제 전기가 팔리는 가격이 그보다 낮게 떨어지든, 높게 오르든 발전업체는 37.35파운드를 15년 동안 받는 구조입니다.그동안은 이런 방식이 괜찮았습니다. 해상풍력을 공격적으로 늘리려는 영국 정부와 안정적 수익을 원하는 개발업체의 니즈가 서로 맞아떨어졌죠. 하지만 앞에서 말씀드린 이유들 때문에 균열이 일어났고, 바텐폴처럼 두손 들고 나가떨어지는 경우가 생겼습니다. ‘2030년 해상풍력 50GW(현재는 14GW)’라는 목표를 고수하는 영국 정부 입장에선 기업들의 앓는 소리를 외면할 수만은 없을 겁니다.미국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오스테드가 이번에 뉴저지 프로젝트 포기 가능성까지 내비치며 강조한 건 세금 공제 혜택을 최대로 달라는 겁니다. 미국의 IRA 법은 해상풍력 프로젝트가 미국산 강철사용 같은 조건을 충족하면 30%의 세금 공제를 주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또 에너지 관련 지역사회에 기여하느냐에 따라 10%를 추가해, 최대 40%의 세금 공제를 받을 수 있죠.미국 정부의 현재 지침대로 하면 오스테드가 이를 다 받아내긴 어려울 걸로 보입니다. 이에 오스테드뿐 아니라 환경단체들까지도 IRA 지원 조건을 완화해달라고 요청하는 모양새입니다. “모든 혁신과 변혁이 잘 수행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해상풍력은 공급만 위기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게 환경단체들의 논리이죠. 참고로 바이든 정부는 2030년까지 30GW 용량의 해상풍력 발전을 설치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녹색에너지 전환은 공짜 아니다이유가 무엇이든 보조금을 더 달라는 기업의 요청은 좀 불편합니다. ‘수익성 없을 줄 알았다’며 해상풍력 자체에 대한 회의론을 펼치는 진영의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이죠. 특히 미국에선 ‘도대체 왜 미국기업도 아닌 외국기업에 그렇게 지원하면서까지 친환경으로 가야 하지?’라는 정서가 꽤 있는데요.기본적으로 공화당원들이 그런 시각이 강하죠. 마이클 데스타 공화당 상원의원은 이렇게 말합니다. “공급망 문제와 인플레이션은 이러한 프로젝트(해상풍력)가 지속 가능하지 않고, 이를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이 너무 높다는 걸 증명합니다. 우리 국가가 짊어질 부담입니다.”일부 단체는 새로운 반대 논리도 개발했습니다. 해상풍력 발전단지 건설이 고래에게 위협이 된다는 주장인데요. 최근 부쩍 뉴저지 해안에서 죽은 혹등고래가 늘었는데, 이게 풍력 발전과 관계 있을 수 있다는 겁니다.근거는 미약해 보입니다. 미국 동해안에서 혹등고래 사망 급증 현상이 나타난 게 프로젝트 시작 한참 전인 2016년부터이기 때문인데요(국립해양대기청은 그 원인을 ‘선박 충돌’로 판단). 그럼에도 이 반대운동은 꽤 효과적인지, 뉴저지 지역의 해상풍력 발전소 지지율이 떨어졌다고 합니다(2019년 76%→현재 54%). 이를 두고 환경단체 측은 “석유·가스 산업과 연결된 세력이 조직화한 거짓 캠페인”이라고 반박하고 있죠.친환경 바람을 타고 순항할 줄 알았던 해상풍력 시장이 흔들린다고 해서, 갑자기 해상풍력 무용론으로 돌아설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바다는 육지보다 바람이 강하고 안정적인 데다, 소음 같은 민원 발생 이슈도 적다는 게 해상풍력의 장점을 꼽히죠. 한국처럼 국토는 비좁은 데 바다는 풍부한 나라에 특히 유리하고요. 다만 해상풍력 산업이 앞에 놓인 여러 과제들이 이번 기회에 드러난 겁니다.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에 예상보다 더 많은 투자와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는데요. ‘녹색에너지로의 전환은 공짜가 아니다’라는 사실은 명확해 보입니다. By.딥다이브여기선 언급하지 않았지만 케이블 부족과 그리드 연결 지연도 해상풍력 개발의 난관으로 꼽힙니다. 이 부분은 한달 전 썼던 을 참고해주십시오. 그럼 오늘 주요 내용을 요약하자면-세계 최대 해상풍력 개발사 오스테드가 ‘미국 풍력발전 프로젝트와 관련해 약 3조원의 손상차손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해상풍력 업계가 떨고 있습니다. 이미 수주한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중단하거나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던 차에 나온 폭탄선언입니다.-금리인상과 인플레이션의 직격탄을 맞은 게 원인입니다. 올해 들어서만 개발비용이 40% 급증했다는데요. 업계의 ‘더 큰 터빈 블레이드’ 개발 경쟁이 선박과 항구, 크레인 같은 공급망 차질을 더 부추겼다는 지적입니다.-기업들은 더 많은 보조금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영국에선 전기가격 계약을 재조정해야 한다고 하고, 미국에선 세금공제 기준을 낮춰달라고 하죠. 환경 단체들도 이에 맞장구치고 있습니다. 녹색에너지 전환으로 가는 길엔 많은 투자와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우쳐줍니다.*이 기사는 5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2023-09-06 10:00
부동산 부양 나선 중국 정부… 투심 살릴 수 있을까[딥다이브]차분한 아침입니다. 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가 노동절(9월 첫 번째 월요일)을 맞아 휴장했기 때문이죠.분위기는 나쁘지 않습니다. 지난주 금요일 나온 미국 8월 고용보고서가 뜨거웠던 노동시장이 식어가고 있음을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실업률이 3.8%로 올라 지난해 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죠. 이에 따라 주식시장에선 이달 19~20일 FOMC에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동결할 거라는 믿음이 더 강화되고 있습니다.중국 증시는 이날 모처럼 활기를 띠었습니다. 상하이종합지수가 1.40%, 선전종합지수가 1.44% 올랐습니다. 홍콩 항셍지수는 더 크게 2.5% 뛰었고요. 홍콩 상장사인 비구이위안 주가가 14.6% 급등하는 등 중국 부동산 개발사 주가가 크게 오른 영향입니다.지난 주말 동안 비구이위안이 채권상환 연장에 성공해 디폴트 위험에서 일단 벗어났다는 소식이 들려왔고요. 중국 정부가 잇달아 부동산 대책들(1선 도시 주택담보대출 규제 완화, 기존 대출자 금리 인하 등)을 내놓으며 부동산시장에 부양에 나섰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했습니다. 지난주 에서 전해드린 중국 전문가들의 분석과 일맥상통하는데요. 그동안 중국 정부의 부양 의지를 의심했던 글로벌 투자업계도 살짝 긍정적으로 돌아섰습니다. 위스덤트리유럽의 거시경제 담당인 무빈 타히르는 FT에 이렇게 말합니다. “중국 정부는 부동산 부문을 지원하기 위해 부양책을 내는 데 열중하고 있고, 만약 그렇다면 이는 시장 정서에 중요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필요한 정부개입이 이뤄질 수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입니다.” 4일 유럽증시에서 눈에 띄는 건 바로 노보 노디스크입니다. 지난달 노보 노디스크 시가총액이 유럽에서 2위일 뿐만 아니라, 덴마크 GDP보다도 커졌다는 이야기 전해드렸는데요.() 4일엔 종가 기준으로 프랑스 LVMH를 제치고 유럽 시총 1위 기업에 올랐습니다(노보 노디스크 4280억 달러, LVMH 4190억 달러). 이게 모두 비만치료제 ‘위고비’의 힘인데요. 위고비는 미국, 노르웨이, 덴마크, 독일에 이어 4일엔 영국에도 출시됐습니다. 영국 비만인들의 관심은 역시나 폭발적이라고 합니다. 노보 노디스크의 질주는 당분간 이어질 듯하군요. By.딥다이브*이 기사는 5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2023-09-05 07:28
중국 경제, 이대로 망하나요? 궁금해서 물어보니[딥다이브]중국판 리먼 브러더스 사태, 피크 차이나(Peak Chin), 중국의 일본화(Japanization).요즘 중국 경제를 이야기할 때 이런 표현을 많이 접하게 됩니다. ‘중국의 고도성장 시대가 저물었다’는 건 이미 다들 알고 있던 사실이고, 어제오늘 나온 얘기도 아닌데요. 8월에 불거진 비구이위안 사태를 계기로 중국 경제 폭망론이 한층 힘을 얻고 있습니다.그런데 정말 중국 경제가 부동산 시장의 긴 침체에 갇혀 이대로 폭삭 가라앉을까요. 중국 정부는 손 놓고 보고 있는 걸까요.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하는 자세는 필요합니다. 하지만 비관론에 갇히는 건 곤란하죠. 오늘은 부동산 시장을 중심으로 한 중국 경제 전망을 딥다이브 해보겠습니다.*이 기사는 9월 1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시진핑 고집 때문에 중국 망하나우선 지금 중국 부동산 시장의 상황을 간략히 살펴볼까요. 중국 최대 부동산개발회사 비구이위안(碧桂園·Country Garden)이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놓였단 소식은 지난 8월 18일 전해드렸는데요( 참고). 그 비구이위안이 닥쳐온(9월 2일 예정) 채권 만기를 3년 연장하기 위한 채권단 온라인 투표를 진행했습니다. 투표기간은 9월 1일 밤까지 였는데, 2일 오전 08시 현재까지 그 결과가 발표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만기 연장이 된다고 해도 비구이위안의 위기가 끝난 건 아니죠. 이 기업은 상반기에 무려 489억 위안(약 9조원)이란 역대급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아파트가 너무 안 팔려서입니다. 비구이위안이 완공해야 할 집이 거의 100만 채에 달하는데요. 돈이 없어서 곳곳에서 공사가 중단된 상태입니다. 하청업체는 공사대금을, 건설 노동자들은 임금을 못 받고 있고요. 아파트를 선분양받은 사람들은 기약 없이 대출이자만 내고 있습니다. 부동산 신탁에 투자했던 사람들은 투자금이 묶였고요(펀드 환매 중단). 부동산 생태계가 얼어붙으면서 중국의 소비도 함께 움츠러들고 있는데요. 결국 해법은 하나뿐입니다. 주택시장이 살아나야만 합니다.그래서 중국 정부가 대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21일 인민은행이 사실상 기준금리인 1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PR)를 0.1%포인트 내렸죠.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이 되는 5년 만기 금리는 동결했고요. 그랬더니 전 세계 투자자들이 뒤집어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찔끔 금리인하가 말이 되느냐는 거죠. 도대체 부양 의지가 있긴 한지 의심스럽다는 지적이 쏟아졌고요. 혹시 중국 정부가 일부러 방관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까지 나옵니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부동산 개발업체는 구제하지 않는다는 기존 원칙을 완고하게 고수하고 있다는 눈총이죠. 결국 이 모든 사태가 ‘시진핑의 절대 권력 체제 탓’이란 결론입니다.네, 상당히 일리 있는 얘기입니다. 무엇보다 ‘시진핑 체제의 중국은 뭔가 이상하다’는 기존 인식과도 잘 들어맞는데요. 그런데 분석이 ‘중국은 시진핑 때문에 끝이다’에서 끝나면 좀 곤란합니다. 그래서 이다음엔 어떻게 될까를 알아야죠. 물론 중국은 정보가 많이 막혀있어서 알 수 없는 게 많습니다. 그래도 퍼즐을 맞춰 보면 보이는 게 있겠죠. 중국 경제를 오래 들여다본 전문가 세 분과 8월 31일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맞춤형 부양 대책 나온다시진핑 주석으로 대표되는 중국 정부는 워낙 고집스러워서 제대로 된 부동산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을까요. 예상과 달리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꽤 바쁘게 부양책을 내놓고 있다고 말합니다.-중국 정부가 찔끔 대책만 내놔서 부동산 시장 부양의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해석과 비판이 곳곳에서 나옵니다.전종규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중국 정부의 태도는 분명히 ‘부양’입니다. 7월 24일 정치국회의에서 ‘부동산은 투기 목적이 아닌 주거 목적’이라던 문구를 삭제한 데서 알 수 있죠. 인민은행도 정책금리를 인하했고요. 비록 5년물 금리는 내리지 않아서 문제가 되긴 했지만 부양정책으로의 전환인 건 분명합니다. 이번 25일에 다주택자에 대한 대출금리 규제를 완화해준 것도 마찬가지이고요.”성연주 신영증권 연구위원=“중국 정부가 25일 중요한 부동산 정책을 내놨습니다. 마지막 보루였던 1선 도시(베이징·상하이·광저우·선전)까지 다주택자 규제를 완화하기로 한 건데요. 중국의 부동산 규제 중 가장 강력한 정책이 풀리는 겁니다.중국도 한국처럼 1선 도시 학군지 수요가 많거든요. 그런데 1선 도시에선 2주택자에 대한 대출 규제가 매우 강합니다. 여기서 ‘2주택’이라는 건 집을 두 채 갖고 있다는 뜻이 아니고요. 두 번째 구매하는 집을 뜻합니다. 즉, 지금 사는 집을 팔고 이사 가기 위해 새로 집을 사는 게 2주택인데요. 1선 또는 2선 도시에서 2주택은 대출이 잘 안 나오고 금리도 높아요. 이걸 1선 도시까지 풀어주는 겁니다. 그동안 대출 받기 어려워서 이사를 못 가던 사람들이 집을 사서 이사 갈 수 있게 되죠. 한국도 서울 강남이 주택시장을 이끌 듯이, 중국도 4개 1선 도시의 학군지 집값이 바로미터가 됩니다. 이번 정책으로 과연 1선 도시 집값이 바닥을 치고 반등할지를 지켜봐야 합니다.”김경환 하나증권 신흥국주식파트 팀장=“미국 언론에서 얘기하는 ‘바츄카포식’ 대책은 없지만, 중국 정부도 문제가 뭔지는 알고 맞춤형 대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그동안 중국 부동산 시장의 문제가 지난해 이후 대출금리를 1.2~1.4%포인트나 내렸는데도 주택담보대출이 오히려 줄어드는 거였는데요. 그 이유가 무주택자, 그중에서도 ‘생애 첫 주택 구매자’에게만 금리 혜택을 줬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대출 기록과 상관없이 우대금리를 주겠다’는 정책을 내놨습니다.그리고 금리가 이렇게 많이 떨어졌는데도 기존 대출자들은 대출을 상환하고 있었어요. 왜 그런지 보면 기존 대출자 금리는 은행들이 아주 조금, 0.2~0.3%포인트만 떨어뜨린 거예요. 그래서 중국 정부가 은행들에 기존 대출자 금리도 내리라고 권고했고요. 이제 9월부터 은행들이 실제 인하를 할 겁니다.중국은 9월과 10월이 주택시장 성수기예요. 6월이 졸업, 9월이 신학년 시작이기 때문인데요. 과연 9월에 대출이 실제 좀 늘어나는지, 가파르게 줄어든 주택거래가 좀 살아나는지 봐야 합니다. 일단 중국 정부가 문제가 뭔지는 알고, 정밀 타격을 하고 있고요. 그 효과는 두 달이 지난 뒤 드러나겠죠.”그래도 아직 배고픈데…중국 정부가 부동산 부양 의지를 가지고 쓸만한 대책들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는 게 세 분석가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하지만 그 효과를 확인하기까진 시간이 걸리고, 시장은 여전히 불안합니다. 뭔가 더 나올 게 없을지를 물어봤습니다.-여기서 더 추가해야 할 대책은 뭐가 있을까요?전종규=“세 가지 정도입니다. 일단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더 과감하게 낮출 겁니다. 0.5%포인트에서 최대 1%포인트까지 더 내릴 거란 얘기가 나오죠. 두 번째로 구매 제한을 더 해제해 줄 겁니다. 1, 2급지의 경우엔 외지인은 주택을 구매할 수 없는데 이걸 좀 풀어줄 겁니다. 세 번째로는 주택을 살 때 보조금을 지급해줄 거란 얘기가 있습니다. 즉 앞으로도 계속 부양책은 더 나올 거고, 그 강도를 높여갈 겁니다.”성연주=“통화정책은 지금까진 대출금리 인하만 나왔는데요. 이제 예금금리 인하 얘기도 나옵니다. 그동안 중국이 대출금리를 계속 내렸지만 오히려 초과 저축만 급증했죠. 그걸 풀어야 하기 때문에 지금 급한 건 예금금리입니다.중국 은행들은 예금금리 조정에 매우 신중한 편입니다. 2015년 이후 두 번밖에 내린 적 없고요. 그래서 여전히 2%대 초반 수준인데요. 예금금리가 1%대로 내려가면 예금에 있던 돈이 투자 쪽으로 풀리지 않을까 싶습니다.”김경환=“은행들이 예금금리를 인하할 거고요. 그러면 인민은행이 9월 중 지급준비율(은행이 고객으로부터 받은 예금 중 중앙은행에 적립해야 하는 현금 비율)도 낮춰줄 겁니다. 또 지금 지방정부 부채가 문제인데요. 지금은 중앙정부가 재정정책을 써서 돈을 줘도 지방정부는 자기네 식솔들(자금 조달용 특수법인, LGFB) 빚 갚기 바빠서 인프라 투자를 못하고 있거든요. 그 부채를 좀 치워주는(특수목적채권을 발행해서 부채를 갚아주는 방식) 조치들도 9월에 있을 겁니다.”피크 차이나와 중국의 일본화중국이 연 8%대 성장률을 기록했던 그 고도성장기가 저물었다는 건 누구나 아는 이야기입니다. 다만 이를 ‘중국은 이제 끝났다’로 보느냐, ‘중국 경제가 새로운 챕터에 진입했다’고 보느냐엔 차이가 있죠. 지금은 전자의 시각이 우세해 보이는데요. 이에 대한 의견도 물어봤습니다.-‘피크 차이나’ 또는 ‘중국의 일본화’에 대한 이야기가 요즘 특히 많은데, 어떻게 보시나요. 올해와 내년에 중국 경제가 급격히 꺾일 수도 있을까요?전종규=“사실 중국 위기론은 10년 전부터 나온 얘기입니다. 2013년 다보스포럼에서 미셸 부커 교수가 ‘회색 코뿔소’를 이야기했거든요. 중국의 부채 문제가 너무 커서 해결이 어렵다는 뜻에서 회색 코뿔소로 불렸는데요. 그 위기론이 점점 확대되고 있는 겁니다. 하지만 저는 일본 같은 장기 저성장으로 가진 않을 거라고 봅니다. 중국이 1990년대 일본과 가장 다른 건 소득입니다. 일본처럼 고소득이 아니고, 아직 (1인당 GDP가) 1만2000달러밖에 되지 않아요. 따라서 소득 증가율이 여전히 높습니다. 최저임금이 연간 6%씩 올라가요. 그럼 소비도 연 6%씩 성장한다는 뜻이기 때문에 구조적인 저성장으로 간다고 보기 어렵죠.물론 지금 당장의 중국 경제엔 부동산 경기가 매우 중요합니다. 원래 대부분 국가에서 주택경기가 한번 침체에 빠지면 L자형으로 꽤 오래가거든요. 제가 보기에 중국은 올해도 5%, 내년엔 4.5%대 성장을 갈 수 있을 텐데, 부동산이란 허들을 넘어야 합니다.”성연주=“중국은 인구가 감소하고 성장률도 둔화하는 추세인 건 맞습니다. 다만 올해 초 중국의 반등에 대한 기대가 워낙 컸다 보니 실망도 커지면서 ‘피크 차이나’가 다소 과도하게 해석되고 있죠. JP모건의 경우, 4월에 중국 GDP 성장률을 6.4%까지 높였는데 얼마 전엔 4.8%로 확 낮췄거든요.그런데 중국은 특수성이 있어요. 토지가 (개인이 아닌) 지방정부 소유입니다. 건설사는 그 땅을 장기임대를 한 거고요. 그래서 중국은 부동산으로 망하기는 쉽지 않아요. 그러려면 아예 지방정부가 망해야 한다는 뜻인데, 중국 정부가 그걸 원치 않을 테니까요.물론 어디서 또 새로운 리스크가 터질지는 사실 저도 모릅니다. 금융위기 당시 후진타오의 ‘4조 위안’ 재정지출 같은 그런 강력한 보조금 정책은 사실 이제 나오기 쉽지 않죠. 당시 부채로 인한 부작용을 이미 겪어 봤으니까요. 하지만 중국 정부가 27일 증권거래세 인하(매도 시 0.1%→0.05%)를 했는데, 이게 15년 만이거든요. 저는 ‘중국이 진짜 급하구나’라고 봤어요. 이렇게 조금씩 계속 정책을 내놓지 않을까 싶습니다.중국 정부는 비구이위안 사태를 어떻게든 막았어야 합니다. 사실 정부가 미리 움직였으면 막을 수 있었다고 보거든요. 비구이위안 사태가 없이 지금 같은 부양책이 나왔다면 그 반응이 훨씬 더 컸겠죠.”김경환=“장기적으로는 ‘피크 차이나’ 우려에 동의합니다. 수출과 부동산이 예전 같지 않은 상황에서 새로운 성장엔진을 어디서 찾아야 할지 모른다는 지적엔 동의하는데요. 그런데 경험적으로 볼 때 중국의 잠재성장률이 쭉 미끄럼틀처럼 떨어지는 게 아니라, 계단식으로 떨어집니다. 그리고 이미 팬데믹으로 한번 주저앉은 상태이죠. 2019년 이전이 (GDP 성장률) 6~7%였는데 지금은 4~5%로 내려앉았으니까요. 향후 2~3년은 지금 상태에서 횡보하는 L자형이 될 겁니다. 일단 내년까지 경기가 연착륙한 뒤 그 이후에 다시 레버리징, 즉 가계와 기업이 부채를 일으키게 될 것 같고요.중국이 그나마 유리한 건 다른 나라와 달리 팬데믹 때 자산 버블이나 인플레이션 파티는 없었다는 거예요. 3년째 증시·부동산 시장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부채 조정이 이미 많이 진행됐죠. 좀 지긋하게 버틸 수 있을 거고요.안타까운 건 그동안 정책의 밸런스 조절에 실패했다는 점입니다. 부동산 시장에 대해 투기도 잡으면서 실수요만 촉진하려고 했는데, 그게 말이 안 되거든요. 그러니 빨리 살아나지 못했죠. 경제정책을 일사불란하게 주도할 경제 전문가가 없지 않았나 싶습니다.” By.딥다이브비구이위안 사태로 8월 한달 동안 중국 경제가 참 다이내믹했는데요. 과연 9월은 이 사태가 좀 정리되고 차분해질 수 있으려나요. 아니면 고조된 중국 위기론을 더 부채질하는 새로운 문제가 터져나올까요. 궁금증을 안고 주요 내용을 요약하자면-중국 부동산 시장의 균열이 커지면서 중국 경제가 위기론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고집스런 시진핑 주석이 부동산 부양에 소극적인 탓이라는 분석도 힘을 얻습니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부동산 부양 의지는 명확하다는 게 전문가 분석입니다. 다주택자 규제 완화 같은 나름 강력한 정책도 내놨고요. 부동산 성수기인 9, 10월에 실제로 주택거래가 살아나는지, 더 강력한 대책을 속도감 있게 내놓는지가 관건입니다. -‘피크 차이나’론은 이미 10년 전부터 나왔는데요. 중국 경제의 고도성장기가 저물었다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중국 경제가 과연 지금의 부동산 위기 때문에 망할 것인가에 대해선 회의적입니다. 여전히 중국은 연 5% 성장하는 나라이고 ‘일본화’하기엔 아직 성장 여력이 남아있죠. 다만 경제정책을 제대로 펼치는 경제 전문가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은 큰 문제라 할 수 있습니다.*이 기사는 9월 1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2023-09-02 10:00
8월 하락한 미국 증시, ‘9월 효과’ 피할 수 있을까[딥다이브]전달보다 소폭 오른 물가는 주식시장을 흔들지 못했습니다. 8월 31일(현지시간) 뉴욕증시 3대 지수는 혼조세로 마감했습니다. 다우지수 -0.48%, S&P500 -0.16%, 나스닥 +0.11%. 이날 미국 상무부는 7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를 발표했는데요. 미국 연준이 중요하게 본다고 알려진 근원 PCE 가격지수(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는 1년 전보다 4.2% 상승했습니다. 전월(4.1%)보다 오름폭이 좀 더 커진 건데요. 전월 대비로는 0.2% 상승했습니다.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끈적해서 쉽사리 떨어지지 않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수치이죠. 하지만 4.2%는 예상했던 수준과 일치했기 때문에 주식시장엔 별 영향이 없었습니다. 대신 월가의 관심은 9월 연준 통화정책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해줄 만한 다른 지표로 쏠리는데요. 1일 나올 노동시장 데이터가 그것입니다. 지금까지는 8월 신규고용이 17만명 증가해 7월의 18만7000명보다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데요. 뜨거웠던 고용시장이 식어가고 있다는 증거가 확실히 나온다면 추가적인 금리인상 걱정을 좀 덜 수 있게 되겠죠.8월 한 달로 보면 3대 지수가 모두 하락 마감했습니다. 한 달 동안 다우는 2.36%, S&P500 1.77%, 나스닥 지수는 2.17% 하락했는데요. S&P500과 나스닥은 올해 2월 이후 처음, 다우지수는 5월 이후 처음으로 월간 하락을 기록한 겁니다. 그런데 전통적으로 미국 주식시장에서 가장 약한 달이 언제인지 아시나요? 월스트리트저널(WSJ) 분석에 따르면 9월입니다. 1928년 이후 S&P500 지수의 성적을 기준으로 봤을 때 9월은 평균 1.1% 하락해 최악의 수익률을 기록했다는데요. 이런 부정적인 ‘9월 효과’의 이유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다만 9월엔 기업 실적 발표 같은 주가 상승의 원동력이 될 만한 좋은 이벤트가 없다는 점이 영향을 끼쳤을 거란 추측인데요. 9월쯤 되면 기업의 연말 실적을 짐작할 수 있게 되기 때문에 투자 등급 하향이 많아서라는 분석도 있긴 합니다. 그래서 9월을 앞둔 투자자를 위한 조언은? 부풀려진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 치솟은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 유가 상승과 그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까지. 앞에 놓인 경고신호들을 무시하지 말라는 결론입니다. By.딥다이브*이 기사는 1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2023-09-01 08:00
美제조업 부활에 철강수요 급증… 뜨거워진 US스틸 인수전[딥다이브]미국 철강기업 US스틸 인수전이 본격화했다. US스틸은 미국 제조업의 번영과 쇠퇴를 모두 상징하는 122년 역사의 기업. 쇠락했던 미국 철강산업이 조 바이든 행정부의 ‘제조업 부활’ 정책 덕분에 활기를 되찾으면서 이번 인수전이 관심을 끈다. ● 미국 제조업의 상징이 팔린다“수많은 제3자와 기밀 유지 계약을 체결하고 부분 인수와 전체 인수를 포함한 여러 제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US스틸은 29일(현지 시간) 이러한 내용의 주주 서한을 발송했다. 13일 회사 매각을 추진한다고 공개한 이후 의미 있는 입찰 제안이 여러 건 들어왔다고 밝힌 것이다. 이 회사 데이비드 버릿 최고경영자(CEO)는 “이사회와 경영진, 외부 고문은 이를 완료하기 위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1901년 설립 당시 역사상 최초로 자본금 10억 달러를 넘은 세계 최대 기업이었던 US스틸은 1, 2차 세계대전 특수와 미국 자동차 산업의 전성기를 누리며 1970년대 중반까지 번성했다. 하지만 1980년대 일본, 2000년대 중국 철강의 급부상으로 선두권에선 밀려난 지 오래다. US스틸의 지난해 조강 생산량은 1449만 t으로 세계 27위. 1위인 중국 바오우그룹(1억3184만 t)의 10분의 1 수준으로, 포스코(7위)나 현대제철(18위)에도 한참 못 미친다. US스틸은 환경친화적인 전기고로 공정 전환에서도 한발 뒤처졌다. 2018년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수입 철강에 25% 관세를 부과한 뒤로 수익성은 나아졌지만 경쟁력을 되찾진 못했다. 누코와 클리블랜드 클리프스에 이어 북미시장 3위에 머문다. 결국 US스틸은 “전략적 대안”이라며 회사 매각 추진에 나섰다.● 미국 제조업 부활과 철강산업의 기회인수전은 예상외로 흥행 조짐이다. US스틸의 강력한 경쟁자이자 북미 2위 철강업체 클리블랜드 클리프스가 13일 72억5000만 달러(주당 35달러)에 인수하겠다고 나섰다. 직전 종가보다 43% 높은 가격을 제시했다. 14일엔 미국 철강가공 업체 에스마크가 78억 달러를 제안하며 입찰에 뛰어들었다. 이어 세계 2위 철강기업 아르셀로미탈이 인수를 검토 중이란 외신 보도가 나왔다. US스틸 주가는 단숨에 30% 넘게 뛰었다. 3년 전 미국에서 철수했던 아르셀로미탈까지 재진출을 검토하는 건 최근 미국 철강산업 전망이 상당히 밝아졌기 때문이다. 그 배경엔 조 바이든 행정부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대표되는 미국 제조업의 부활이 있다. 자동차, 풍력발전소, 전력 인프라 등 미국에서 투자가 크게 늘고 있는 제조업 분야는 모두 철강을 필요로 한다. 건설 경기가 냉각됐는데도 미국의 철강 수요가 급증한 이유다. 미국의 신규 철강 주문은 지난해부터 줄곧 월 150억 달러 안팎을 기록해, 200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특히 수요가 급증하는 유망 분야는 전기차 관련. US스틸은 자동차 강판 생산량에서 미국 2위 기업일 뿐 아니라 2024년부터는 연 20만 t 규모의 전기강판 생산 공장을 가동한다. 전기차 모터에 꼭 필요한 전기강판은 최근 미국 시장에서 수요 대비 공급이 매우 부족한 제품이다. “미국 전기차 생산량이 증가함에 따라 (US스틸은) 부러워할 만한 위치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29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분석했다. IRA는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 미국산 철강을 사용하면 추가적인 세제 혜택을 주는 조항도 포함하고 있다.● 클리프스와 합병? 독점 위험은US스틸은 아직 입찰자 명단을 공개하진 않았다. 다만 일찌감치 입찰 사실을 자진 공개한 클리블랜드 클리프스는 강력한 인수 의지를 보이고 있다. 미국철강노조 역시 “US스틸을 인수할 곳은 클리블랜드 클리프스뿐”이란 지지 성명으로 힘을 보탰다. 경쟁자였던 에스마크까지 23일 입찰 포기를 선언하면서 무게추는 클리블랜드 클리프스로 더 기울었다. 클리블랜드 클리프스의 로렌코 곤칼베스 CEO는 애국심에 호소하는 여론전을 펼친다. 그는 CNBC 인터뷰에서 “우리는 (덩치를 키워서) 한국산·일본산 철강과 경쟁해야 한다”면서 “US스틸 인수를 통해 세계 10대 철강회사 중 유일한 미국 기업을 탄생시키겠다”고 강조했다. 두 회사가 합쳐지면 연간 조강 생산량은 3100만 t 수준으로, 인도 타타스틸을 제치고 세계 10위에 오른다. 문제는 독점 위험이다. 미국 2위와 3위 철강기업이 합병한다면 미국 철광석 매장량의 100%를 소유할 뿐 아니라 미국 자동차 강판 시장의 60%를 차지하게 된다. 이유진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합병이 성사된다면 미국에서 전기강판을 생산하는 유일한 업체가 될 것”이라며 “미국 내 철강재 가격이 높아질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반독점 규제당국인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두 회사의 결합을 가만히 두고만 보진 않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제조업 부활’을 내건 바이든 행정부가 내년 대선을 앞두고 노조 지지를 얻기 위해 이들의 합병을 용인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J D 밴스 상원의원(공화당)과 로 카나 하원의원(민주당) 등 정치권 인사들 역시 “US스틸은 미국 기업이 인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 철강산업의 부흥 조짐에 한국 산업계도 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지난해 2890만 t의 철강을 수입한 세계 2위 수입국이다. 한애란 기자 haru@donga.com}2023-08-31 03:00
도둑 때문에 기업실적 악화? 부자나라에 절도범 판치는 이유[딥다이브]장사를 아무리 잘해도 돈이 줄줄 샙니다. 곳곳에 물건을 훔쳐가는 도둑들이 판치고 있기 때문이죠. 어느 가난한 나라 이야기냐고요? 월마트(Walmart)와 타깃(Target), 홈디포(Home Depot) 같은 미국의 내로라하는 유통기업들의 하소연입니다.기업의 엄살 아니냐고요? 끽해야 비누 몇 개, 옷 한두 벌 슬쩍하는 좀도둑일 거라고요? 그게 그렇지가 않습니다. 조직적으로 뻔뻔하게 매대를 왕창 쓸어가는 절도범들이 출몰하고 있죠. 오죽하면 각 주정부가 소매절도 근절을 위해 태스크포스를 꾸리고, 종합 대책을 내놓고, 법률 개정에 나섰을 정도라는데요. 오늘은 미국 유통업계의 큰 골칫거리로 떠오른 소매 절도 문제를 딥다이브 하겠습니다.*이 기사는 8월 29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실적 부진 원인이 도둑?미국 스포츠용품 판매업체 딕스스포팅굿즈 주가가 22일 무려 24.15% 급락했습니다. 이날 발표한 2분기 실적이 너무나 부진했기 때문인데요. 매출은 2분기에 3.6% 증가했지만 이익이 23%나 줄어들었습니다. 게다가 20년 만에 처음으로 실적 감소(올해 매출총이익 약 0.5% 감소)를 언급해서 투자자들을 놀라게 했죠.그런데 실적 부진 자체보다 더 놀라운 건 그 이유였습니다. 로렌 호바트 CEO는 성명을 통해 “2분기 수익성은 재고 손실(inventory shrink)의 영향으로 인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밝혔는데요. 재고손실이란 기록 상으로는 있어야 할 재고가 사라졌단 뜻이죠. 그럼 그 이유는? 이론적으로는 여러 가지(사기, 손상, 회계 오류 등)가 있지만 딕스스포팅굿즈가 뜻하는 건 이겁니다. 도둑질.사실 물건을 대거 도둑 맞고 있단 사실을 유통기업이 직접 나서서 밝히는 경우는 별로 없습니다. 정확히 얼마나 도둑 맞았는지 파악 자체가 쉽지 않기도 하고요. 그 수치를 공시할 의무도 없습니다. 무엇보다 “이를 공개하는 건 그들을 바보처럼 보이게 만들기 때문”(컬럼비아비즈니스스쿨 마크 코헨 교수)입니다.그런데 좀 달라지고 있습니다. 절도 때문에 엄청난 손해를 보고 있다고 대놓고 밝히는 기업들이 늘고 있죠. 미국 유통 대기업 타깃이 대표적인데요. 지난해엔 절도로 인해 연간 4억 달러에 달하는 타격을 입었다고 밝힌 데 이어, 올해 5월엔 연간 5억 달러의 손실을 예상한다고 이미 밝혔습니다. 얼마 전 2분기 실적 발표에서는 타깃의 브라이언 코넬 CEO가 소매업체가 “받아들일 수 없을 만큼 많은 소매 절도와 조직적인 소매 범죄에 맞서고 있다”고 말했죠.24일 2분기 실적을 발표한 노드스트롬의 에릭 노드스트롬 CEO도 비슷한 발언을 내놨습니다. “도난으로 인한 손실이 역사적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고 밝힌 겁니다.홈디포 CFO인 리차드 맥파일 역시 2분기 총 마진(33%)이 1년 전보다 8%포인트 감소한 요인으로 “(도난을 포함한) 재고손실로 인한 압력”을 지적했습니다. 그는 이렇게 하소연했죠. “재고손실은 지난 몇분기, 길게는 지난 몇 년 동안 지속된 압력입니다. 이는 우리가 매일 다루고 있는 문제입니다.” 참고로 매장에서 가장 많이 도난 당한 물건은 타깃의 경우 비누·샴푸 같은 개인 생활용품, 홈디포는 전선·배선장치·전동공구라고 하는군요.대형 유통업체들이 줄이어 이렇게 고백할 정도이면 도둑질이 미국 유통기업의 수익성을 갉아먹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겠습니다. 참고로 미국에서 소매점 절도가 1년에 얼마나 발생하느냐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습니다. 전국소매연합(NRF, National Retail Federation) 추정치가 거의 유일한 전국적인 데이터인데요. 2021년 연간 소매점 도난 금액이 945억 달러(약 125조원)로 전년(908억 달러)보다 4% 증가했을 거라고 합니다.뻔뻔하고 대담해진 절도범들굳이 레미제라블의 장발장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먹고 살기 어려워지면 좀도둑이 늘기 마련입니다. 미국의 경우엔 지금은 좀 잠잠해졌지만 한동안 물가가 무섭게 치솟았었죠. 따라서 인플레이션 때문에 소매 절도가 늘어났을 거란 해석이 나오는데요.이런 생필품 위주의 소소한(?) 도둑질 증가를 부추기는 또다른 요인도 있습니다. 바로 셀프계산대입니다. 좀도둑 경향이 있는 사람의 경우엔 사람이 아닌 컴퓨터 계산원을 만나면 자신의 도둑질을 합리화하게 된다는데요. 미국에선 셀프계산대 절도 수법을 일컫는 용어인 ‘바나나 트릭’이란 말이 있습니다. 바나나 같은 저렴한 농산물 바코드를 찍고 실제로는 무게가 비슷한 티본 스테이크를 가져간다는 겁니다.하지만 요즘 유통기업을 괴롭히는 절도는 이 정도 수준의 범죄가 아닙니다. 주범은 갈수록 기승을 부리는 조직화된 소매 범죄(Organized retail crime)입니다. 훨씬 더 전문적이고 뻔뻔하고 교묘한 절도범들입니다.8월 12일 토요일 오후, 해 무려 35만 달러어치의 상품을 훔쳐 달아나는 영상이 공개돼 충격을 줬죠. 그런데 바로 그 며칠 전인 8월 8일에도 역시 LA에 있는 이브랭로랑 매장에 최소 30명의 떼강도가 난입해 30만 달러어치 이상을 훔쳐갔고요. 노드스트롬 사건 바로 다음날인 13일엔 LA 동부 나이키 매장에서 도둑들이 태연히 수천 달러어치 상품을 품에 한가득 들고 걸어나가기도 했습니다. 플래시몹처럼 여러 명이 달려들어 물건을 훔쳐가는 절도 사건이 LA를 포함한 미국 전역에서 정말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데요. 오죽하면 ‘절도가 이제 새로운 전염병 수준’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입니다.지난 4월엔 워싱턴주 린우드의 한 쇼핑몰에 있는 애플 매장에서 496개의 아이패드(약 50만 달러어치)가 도난 당하기도 했습니다. 한두개 슬쩍이 아니라 유리창을 때려 부수고 선반 하나를 통째로 가져가버리는 식의 폭도들이 활개를 칩니다. 아예 물건을 운반하는 트레일러가 통째로 도난 당하는 경우도 점점 늘고 있다고 합니다. 전국소매연합 2022년 소매 보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런 조직화된 소매 범죄 사고는 1년 전보다 26.5% 증가했습니다.이런 범죄가 명품이나 귀금속 같은 사치품을 대상으로 할 거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요.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쉽게 훔칠 수 있으면서 다시 팔기가 쉬운 일상소비재가 오히려 주요 타깃이죠. 예컨대 면도날·세탁세제·의류·알레르기약 등이 표적이 됩니다.즉, 조직적인 소매범죄는 재판매가 용이한 것과 관련 있습니다. 요즘엔 개인이 손쉽게 물건을 사고팔 수 있는 온라인 장터 같은 ‘마켓플레이스’ 서비스가 다양하죠. 미국에선 아마존·페이스북·이베이·오퍼업 등이 이런 서비스를 운영합니다. 덕분에 좀도둑질의 수익성이 높아진 겁니다. 과거 좀도둑들은 본인이 쓸 생필품을 필요한 만큼 훔쳤다면, 이젠 횡재를 노리고 대담한 도둑질을 벌이는 나쁜 사람들이 늘고만 있습니다.소비자도 정부도 손해 막심절도범죄가 늘면 누가 손해일까요. 언뜻 물건 파는 기업만 손해를 본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요. 실제론 소비자 전체는 물론 지역사회까지 손해가 막심입니다.소매점이 절도에 취약한 건 당연합니다. 영업시간엔 항상 문이 열려있고, 누구나 제지 없이 안으로 들어올 수 있으니까요. 그럼 도둑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상품에 일일이 도난방지 태그를 붙이고, 감시카메라와 보안 시스템을 설치하고, 고가품은 유리장 안에 넣은 뒤 자물쇠로 잠가버려야겠죠. 미국의 다이소 격인 달러트리(Dollar Tree)의 릭 드레일링 CEO는 “일부 제품은 케이스에 넣어 잠가놓고, 일부 제품은 계산대 뒤로 위치를 옮기고 있다”고 설명하는데요. 이런 조치엔 당연히 상당한 투자비가 듭니다. 그럼 그 비용은? 결국 소비자 가격으로 전가되겠죠.소비자들의 고객 경험도 훼손됩니다. 뉴욕의 한 슈퍼마켓에서는 세탁세제까지 잠긴 캐비닛에 넣어두었는데요. 20달러도 안 되는 세탁세제를 사기 위해 고객은 직원을 불러 잠금장치를 풀어줄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겁니다. 미국 뷰티소매점 울타(Ulta)는 향수가 너무 많이 도난 당한다며 연말까지 전체 매장의 70%에 잠금장치가 있는 진열장을 설치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는데요. 불편할 뿐 아니라 소비자의 쇼핑 의욕마저 떨어뜨리게 됩니다. 의류회사 VF코퍼레이션의 마티 앤드류 부사장은 이렇게 고민을 이야기 합니다. “사람들이 소매점에 가는 이유는 상품을 보고 만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 (매장은) 어떻게 제품을 보호해야 할까요?”매장에서 상품을 도난 당하면 주정부 입장에선 세금 손실이 발생합니다. 물건을 판매할 때 떼는 부가가치세를 그만큼 잃게 되는 거니까요. 주마다 세율이 다르긴 하지만 소매 절도로 인한 연간 전체 세금 손실금액이 38억6000만 달러에 달한다는 통계도 있습니다.이에 더해 절도 증가를 이유로 매장이 문을 닫기라도 하면 파장은 일파만파이죠. 일자리가 줄고 지역 경제에 충격을 줄 테니까요. 얼마 전 백화점 노드스트롬이 샌프란시스코 다운타운 매장을 폐점한 이유 중 하나가 절도 범죄 증가 때문이라는 건 이미 알려진 사실인데요. 지난해 12월 월마트 더그 맥밀런 CEO는 CNBC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 적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도 (절도 증가 추세가) 시정되지 않으면 (판매)가격이 오르거나 매장이 문을 닫게 될 겁니다.”결국 조직화된 소매범죄가 늘어나는 건 소매업체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행정부와 사법부, 입법부까지 모두 절도 근절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하는 이유입니다.처벌 수위 높이기, 효과는?가장 확실한 대책 중 하나는 처벌 수위를 높이는 겁니다. 미국에선 주마다 다르지만 중범죄와 경범죄를 가르는 절도 금액 기준의 평균이 1180달러입니다. 훔친 물건 금액이 이 기준선에 못 미치면 경범죄이기 때문에 검찰 기소 대상이 되지 않죠. 이 기준 금액을 낮추거나 상습범이면 훨씬 더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데요. 실제 뉴욕시는 지난해 발생한 2만2000건의 소매 절도 사건을 분석한 결과 전체 사건의 30%를 327명의 상습범이 저질렀다는 통계를 발표해서 시민들을 놀라게 했습니다(심지어 이들 중 70%는 감옥 밖에 있다고도 밝힘).미국 하원과 상원엔 이미 이와 관련한 법안(조직화된 소매범죄 퇴치법)이 상정돼있습니다. 12개월 동안 총 5000달러 이상 어치를 훔치면 ‘조직화된 소매범죄’로 규정하고 엄중하게 다루는 법안입니다. 이런 범죄 저지르면 연방자금세탁법에 따라 기소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을 담았죠.이와 별개로 온라인 마켓플레이스에 판매자 감시 의무를 부여하는 법은 이미 국회를 통과해 지난 6월부터 발효됐습니다. 온라인 장터가 장물 판매의 통로가 되지 못하도록 감시를 강화하는 조치인데요. 중고가 아닌 새 제품(미사용 제품)을 연 200건 이상 판매하는 대량 판매자에 대해서는 플랫폼이 정보를 확인해서 공개해야만 합니다. 이에 따라 아마존과 월마트는 웹사이트에 ‘도난 의심 상품을 신고하라’는 메시지를 게시하기 시작했죠. “의심스러운 활동을 신고하는 건 플랫폼과 소비자의 몫”이라는 게 연방거래위원회(FTC) 소비자보호국의 설명입니다.물론 도둑을 잡는 것 못지 않게 애초에 도둑질 자체가 덜 일어나게 하는 게 중요하겠죠. 이는 빈곤·정신질환·약물남용 같은 사회 이슈들과 밀접하게 얽혀 있습니다. 치료와 교화, 복지의 문제인데요. 해결에 이르기가 그리 쉽지 않죠. “우리는 이 문제(조직화된 소매범죄)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이건 단일 소매업체가 해결할 수 없는 커뮤니티의 문제”라는 타깃의 브라이언 코넬 CEO 발언이 과장은 아닌 듯 보입니다. By.딥다이브소매 절도는 미국에서 유행하는 신종 전염병 같은 현상일까요. 아니면 기본적인 보안 투자를 게을리한 소매기업들의 앓는 소리일까요. 여전히 미국에서도 논란은 있습니다. 하지만 점점 대담해지는 절도 행각이 툭하면 SNS에 영상으로 올라오면서, 더 강하고 확실한 처벌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추세이죠. 주요 내용을 요약하자면-미국 소매기업들이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절도 때문에 수익성이 악화됐다는 설명을 내놓았습니다. 도둑질로 인한 손실이 역대 최대라고 합니다. -소매절도가 늘어나는 요인으로 인플레이션과 셀프 계산대를 꼽기도 하는데요.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조직적인 범죄가 늘고 있단 점입니다. 여러 명이 계획적으로 저지르는 이런 범죄는 지난해에만 26% 늘었습니다.-온라인 마켓플레이스를 통해 쉽게 재판매가 가능한 게 이런 범죄가 늘어난 이유인데요. 기업뿐 아니라 소비자와 지역사회 전체에까지 손실을 끼치는 조직화된 소매범죄. 이를 근절하기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습니다.*이 기사는 8월 29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 한애란 기자 haru@donga.com}2023-08-30 08:00
“파월 땡큐”…뉴욕증시, 연착륙 기대감에 안도랠리[딥다이브]파월 의장의 신중함 덕분일까요. 다시 경제 연착륙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미국 뉴욕증시가 28일(현지시간) 상승세로 마감했습니다. 다우지수 +0.62%, S&P500 +0.63%, 나스닥 지수 +0.84%. 지난주 금요일 잭슨홀 연설에서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금리를 추가적으로 인상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금리인상 결정은 신중하게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죠. 시장에선 특히 ‘신중하게’라는 표현에 주목했는데요. 인플레이션이 다시 뛰지 않는 한 금리인상을 최대한 자제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이에 25일에 이어 28일에도 뉴욕증시가 안도랠리를 나타냈는데요. 펜뮤추얼자산운용의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즈웨이런은 WSJ에 이렇게 말합니다. “연착륙은 이제 합의된 겁니다.” 그만큼 미국 경제가 계속 호황을 누릴 거란 낙관론이 힘을 얻고 있는 거죠.이날은 뉴욕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 주가도 일제히 오름세를 보였습니다. 바이두는 3.45%, 징둥닷컴(JD닷컴)은 2.58% 뛰었죠. 중국 정부가 15년 만에 처음으로 주식거래 인지세를 절반으로 내리는(0.1%→0.05%) 증시 부양책을 내놓은 게 호재로 작용했는데요. 이 효과로 28일 상하이종합지수가 1.13% 오르기도 했죠. 참고로 이는 유럽에까지 영향을 미쳐, 이날 대표적인 럭셔리주인 에르메스와 LVMH가 각각 1.83%와 1.68% 상승했습니다. 이번 주는 증시에 영향을 미칠 만한 경제지표들이 대기 중입니다. 31일엔 7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9월 1일엔 비농업 부문 신규고용 데이터가 나옵니다. 일단 월가에선 고용 증가세가 8월에 주춤하면서(신규 고용 16만5000명 증가 전망) 뜨거웠던 고용시장이 식어가고 있다는 신호를 줄 것으로 내다봅니다. 이를 두고 글래스도어의 수석이코노미스트인 다니엘 자오는 WSJ에 “고용시장이 느리지만 꾸준한 연착륙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설명하는데요. 8월 고용보고서가 9월 19~20일 열릴 FOMC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할 거란 전망에 힘을 실어주기를 기대하는 분위기입니다. By.딥다이브 *이 기사는 29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2023-08-29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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