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종합건설업체 폐업 건수는 675건에 이른다. 하루에 2곳 가까운 건설사가 문을 닫은 셈으로, 2005년 통계 집계 이래 가장 많다. 최근 10년간 통계를 보면 이 같은 침체가 올해만의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2022년까지 연 300건대를 유지하던 종합건설업체 폐업 건수는 2023년 581건, 2024년 641건으로 3년 연속 늘고 있다.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은 지난해 11월 기준 2만9166채로 2012년 3월 이래 가장 많았다. 특히 악성 미분양의 85.1%에 이르는 2만4815채가 지방에 있다. 인허가는 흔히 건설경기 선행지표로 불리는데, 수도권의 경우 지난해 1∼11월 주택 인허가 건수가 전년 대비 22.8% 늘었다. 집값이 오르며 경기도 회복세를 보인 셈이다. 반면 지방은 같은 기간 인허가가 15.4% 감소했다. 지방과 수도권의 격차가 더 커졌고, 앞으로 더 커질 것이라는 의미다.
이런 침체 장기화가 지역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넓고 깊다. 최근 발생한 광주도서관 붕괴 사고만 봐도 그렇다. 공동으로 공사를 맡은 두 업체 중 한 곳의 모회사가 기업회생에 들어가며 공사가 지연됐고, 다른 업체가 단독으로 공사를 하게 된 뒤 사고가 났다. 경영이나 자금 조달이 여의찮아 제때 공사를 하지 못하는 현장, 그러다 일정을 재촉해 무리하게 공사를 하는 현장이 이곳 한 곳만은 아닐 것이다.
건설경기 악화의 직접적인 원인은 2022년 본격화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축이다. 하지만 그 영향이 유독 지방에서 오래 가고 있는 데는 인구 감소에 따른 수요 위축, 그리고 이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무리한 주택사업 추진 등 지방만의 이유가 있다. 그리고 건설경기 침체는 다시 연계산업의 성장이나 일자리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지방 건설경기 침체 장기화는 결국 ‘지역 침체’의 원인이자 결과라는 얘기다.
그동안 정부도 여러 차례 지방 건설경기 활성화 대책을 내놨지만 주택 수급 차원에서 접근하는 대책이 대부분이었다. 그나마도 제때, 제대로 효과를 내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지방 미분양 주택 매입의 경우 기준을 한 차례 완화하고서야 지난해 3000채가량이 심의를 통과했다. 지방 2주택자에게 세제 혜택을 주는 ‘세컨드홈’ 제도를 만들었지만 지방 주택 수요를 실질적으로 늘리는 효과는 미미하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이런 대책은 섣불리 확대할 경우 집값 불안을 초래하거나 건설사들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다.
최근 정부는 ‘5극 3특’을 앞세워 지역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다. 지방 건설업 역시 광역교통망 구축이나 산업단지 조성 등에서 역할을 할, 지역 활성화의 축으로 보고 지원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중소·중견기업 지원에서 제외돼 있던 지방 건설사를 직접 지원 대상에 포함시키고, 수주 제도를 개편해 일감을 좀더 많이 가져갈 수 있도록 하는 대책 등이 있다. 더 이상 지방 건설경기 침체를 건설업만의 문제로 보지 않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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